잔디깍기 빌려간 친구가
임대료 대신 준 머루.
뿌리가 바깥으로 나온 플라스틱 화분이
너무 초라해서
일단 땅냄새라도 맡으라고
큰 화분에 흙을 반쯤 넣어서
올해 지내라고 임시방편
그래도 요런 통실통실
어여쁜 머루가 대롱대롱
우리집엔 투기꾼이 하나 살어

귀가 을마나 얇은 지
작년에 무엇이 흉년이었다.
그람......올핸 그걸로 ....
이래저래 망해먹은 농사가
손가락이 열개냐?
발가락까지 동원해야 할 판.
귀농 첫 해엔 월급쟁이인 남편덕에
난 탱자탱자 낮술에 쩔어
풋고추 여기저기 택배 퍼주고
그래도 무농약에 힘입어
중고 트랙터 하나 장만했어
600만원.......

남자는 세여자 말을 잘들으랬다고
핸들 잡으면 네비안내양 말 잘듣고
골프칠 땐 캐디언니 말 잘듣고
집에 오믄? 알줴.....
근데 이게 잘 안되는 거야
암튼 운영자가 되고
둘 다 바빠지면서
코에 김날정도로 시간이 빠듯한 거야
그틈을 타 이 남정네 할 짓 다하고 다니눼~
그래서 일을 줄일양으로
나무 심고, 연을 심기로 했네
사찰음식인가.......고거이 관심이 가기도 했고
연밥있잖아.
흐흐~
그란데 작년에
백련을 사다 심었다네
고거이 버릴 것 없이 모두 쓴다케서
내가 고개 처박고
연 전문가가 갈켜준대로
1미터의 거리와 런너가 동쪽을 향하게
심어 놓았다네
그러나 이 남정네 기어이
다시 심는다꼬
밑에 비닐을 깔아야하눼 우짜네 하더니
다시 거사를 행하였네
결과는 휑하였다네
그래서 올 봄
다시 만회해 볼 양으로
적량을 사서 심었더니.
흐흐 보다시피.....
그래서 난 결심했다네
제발 아무것도 하지맛
제발!! 그냥 놀고 무것

그래도 이쁘다 뭐
돈이 될 것 같진 않아도
이래저래 시간이 흐르면 이쁠 것 같제
내년엔 정자 지어서
배띄울테닷
태풍이 지나가나봐
하늘이 파래지기 시작했어.
봉팔러들은 별일엄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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