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12시 10분 전이면 고3 딸아이 마중을 나간다.
그 시간이면 늘 마주치는 할머니가 있다.
동네 어귀 과일집 평상 밑에서 박스와 폐지를 줍는 할머니이다.
며칠전 비 오는 날 비옷도 없이 굽은등으로 평상 밑 박스를 힘들게 담고 있었다.
우산을 들고 딸아이를 기다리는 나는 왠지 옆에 있기도 미안해
길 건너편 빵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비 오는 날 도와주지 못한 마음이 그날 이후 늘 불편하였다.
그리고 그 할머니를 위해 박스와 폐지를 모아두는 과일집 사장님이
참 고마운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런데 어제 나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박스와 폐지뿐만 아니라 그 평상 아래는 일반 쓰레기도 함께 있는것이다.
과일집 주인이 나와 할머니에게 박스 가지고 갈 때마다 쓰레기도
그날그날 바로 치워달라는 것이었다.
폐지 줍는 할머니에게 일반쓰레기도 함게 치우는 조건이 있었나 보다.
"각박한 세상에 박스와 폐지도 공짜가 없는 것이다"
딸과 집으로 돌아오며 머리가 복잡해 진다.
마음 같아서는 과일집 젊은 사장에게 개쌍욕을 하고 싶었는데..
그 과일집 박스와 폐지가 할머니에게 소중한 수입원이라면
나의 참견이 할머니에게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현장일이 있어 사무실에 나왔다.
노구를 이끌고 당당히 노동을 하는 할머니에게 작은 동정보다
사람 사는 세상의 따스함과 그날의 미안함을 전할 방법을 고민하다
밤에 폐지 작업하실 때 필요할 장갑과 형광 비옷을 준비했다.
월요일 딸아이 마중 나갈 때 전해 드려야겠다.
할매요 ~
이거 우리집에 억수로 많은데 할매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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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