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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냥이 일가가 우리 집에 둥지를 튼 사연이다.
1.
주말에 가는 시골집에 흔적만 간신히 남아있는 대문기둥 옆에 두 칸짜리 푸세식 화장실이 있는데, 하나는 문이 집 안으로 나 있고 하나는 집 밖 밭쪽으로 나 있다. 문짝도 떨어져 나가고 없는 바깥쪽 화장실은 이제 사용하지 않아 뚜껑을 꼭 덮어두었는데, 동네 사람들이 거기다가 못 쓰는 그물같은 걸 쳐 넣어 뒀다.
하루는 밭일 하고 있는데 어디서 고양이 소리가 날카롭게 나서 둘러봤더니 그물에 길냥이 한 넘이 걸려들어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치고 있었다. 몸부림칠 때마다 그물은 더 얽혀만 갔다. 얽혀있는 그물을 풀어줄려고 손을 가까이 갖다 대면 자기를 해치나 싶어 격렬하게 저항해서 어쩌기 어려웠다. 위험을 무릅쓰고 (사실 팔뚝을 두어 군데 좀 심하게 할퀴었다) 가위로 그물 한 쪽을 잘라줬더니 용케도 뒷발에 그물을 칭칭 감은 채 풀려나 냅다 도망쳤다. 저걸 마저 풀어줘야 하는데 싶어도 어쩔 수가 없었다.
다행히 발을 칭칭 감고 있던 걸 어찌어찌 해서 풀었는지 다음 날부터 그 넘(나중에 넘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이 현관 근처에 슬슬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보일 때마다 사료를 조금씩 놓아주고 조금 거리를 두고 지켜보면 아주 조심스럽게 와서 그걸 먹곤 했다. 먹으면서도 주변 경계를 조금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래도 지넘이 우리가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찾아오는 것 같아 고마웠다. 주중에 집을 비워둘 때는 사료를 현관 한 쪽에 수북이 쌓아두고 주말에 가서 보면 그걸 다 해치웠고, ... 그러면서 시간이 꽤 지났다. 시간이 한참 지나도 넘은 사람의 손길은 허락하지 않았다.
2.
어느 날 집사람이 문득 아무래도 요즘 얘가 몸이 좀 수상하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이 넘이 배가 한참이나 불룩해져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은 배가 훌쭉해지고 젖꼭지들이 빨갛게 불거져 있어 이 넘이 어딘가에 새끼를 틀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어딘가 안전한 곳에 숨겨두긴 했을 텐데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우리 부부는 서로 안 그런 척 하면서 각자 집안이며 바깥이며 여기저기 슬금슬금 뒤지고 다녔다. 그러다 마침내 광 한쪽에서 빼글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찾아보니 약초풀을 넣어둔 라면상자 속에 눈을 겨우 뜬 애기 냥이 네 마리가 들앉아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머 사진은 찍어둔 게 없으니 칼키가 수시로 올린 사진을 참조해라.
우리는 궁리 끝에 넘들이 들앉아 있던 라면상자 채로 차에 실어 일단 주중에 지내는 곳으로 데려 왔다. 길냥이를 가까이서 키우려면 새끼일 때 사람 손을 타야 된다는 옆집 할머니의 말씀을 듣고 그리 결정을 내린 것이다. 동네에 있는 동물병원 가서 진찰을 받아봤다. (그 병원 간판이 “냐옹아 멍멍 해봐”다. 가히 천재적인 작명이다.) 한 4주쯤 됐는데, 머 다 건강하다고. 내가 전에 칼키네 냥이가 4주쯤 된 것 같다고 자신 있게 말했던 것이 이 때 기억을 더듬어 그랬다. 응가용 모래며 앙증맞은 젖병이며 분유며 이것 저것 필요한 물품들을 사와서 집에 데리고 있었다. 머 병원 원장 시키는 대로 했더니 별 다른 어려움이 없더라. 시골 가서 저들의 엄마 냥이에게는 모른 척 하고 별 말 안 해줬다. 뭐 머라고 말한들 지가 알아듣겠나.
3.
데려온지 3주쯤 지나고 제 엄마를 잊게 될까봐 슬슬 염려도 되고 해서 다시 시골로 데려갔다. 그 사이 사람 냄새도 충분히 맡게 하고, 사람 가슴에 폭 안기는 법, 애교 떠는 법 머 이런 것들을 충분히 교육(?)시켰다. 우리는 우리대로 네 넘 각각의 특징을 꼼꼼히 포착해 두었다. 한 넘은 노란색과 갈색 계통의 얼룩이고 세 넘은 검은색 얼룩이였는데, 무늬가 다 달라 구분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시골집 광에다 네 넘을 풀어놓고 좀 있다 가 봤더니 어느 새 저 엄마가 와서 다 데려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때부터 넘들은 수시로 현관을 들락거리고 마당이야 밭이야 뛰어다니고, 사람 발목에 착 붙어서 슬슬 문대고, 잡으면 덥석 안겨 꼬물거리고, 낯선 사람들이 와도 스스럼없이 잘 어울리고 그랬다. 그릇에 우유를 부어주면 네 넘이 머리를 박고 츱츱츱 잘도 먹었다.
4.
네 넘이 제 엄마만큼 덩치가 커졌다. 언제부턴가 어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마 아그들한테 자리를 물려주고 떠난 것 같았다. 우린 뭐 저들이 사는 방식인가보다 하고 그리 궁금해 하지 않았다. 주말에 우리가 가면 넘들은 지붕 위에고 밭이고 뒷산이고 어디건 놀던 자리에서 부리나케 현관으로 집결했다. 밭에 쪼그리고 앉아 김을 매고 있으면 가까이에 토시고 앉아있기도 하고 발밑에 슬슬 기어들어와 앉아 부대면서 놀기도 하고, 그러다가 사람 발에 꼬리가 밟히기도 하고 그랬다. 고구마 밭을 북돋아 주다가 보면 밭고랑 흙을 살살 파고 거기다 똥을 누고 다시 조신하게 흙을 덮어둔 흔적도 곧 잘 볼 수 있었다. 언젠가 한 넘이 새를 입에 물고 밭고랑을 건너가는 걸 본 적도 있다. 와, 새도 잡네? 진도출신 네 살 박이 진심이와는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건드리지 않고 잘 지냈다. 한 번은 뭣 때문에 두 넘이 확 덤비니까 진심이가 슬슬 피하더라. 난 비로소 실감했다. 아, 야들이 호랑이 사촌이지... 그런 일이 딱 한 번 있었다.
5.
애구, 쪼금만 더 하면 되는데, 퇴근을 해야... 투비컨티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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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