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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잖아 가을이 올 것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의 기억이다.
부산 광안리에 산 적이 있다. 남천 초등학교를 다녔는데, 걸어서 한 30분쯤 되는 거리였다. 집에서 학교로 가는 길은 두 개가 있었다. 하나는 차가 많이 다니는 큰 길로, 집에서 큰 길로 가기까지 좀 둘러가야 돼서 시간이 더 많이 걸렸다. 그래도 길가에 이런저런 가게가 있어 구경거리도 좀 있고 또 도중에 친구들도 곧잘 만날 수 있어 걸어가기에 그다지 심심하지 않은 길이었다. 또 하나는 밭두렁 논두렁을 혼자 걸어가야 하는 길이지만 가는 도중에 고개를 숙인 채 누렇게 다 자란 벼를 훑어 꾹꾹 씹어 먹기도 하고 또 심심하면 무우같은 걸 밭에서 스윽 뽑아 먹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지름길이었다.
아침에 집에서 나설 때면 큰 길로 갈까, 논길로 갈까 늘 망설였다.
그러다가 든 생각이 뭐냐면, 내가 어떤 길로 갈지가 미리 정해져 있지 않을까 하는 거였다. 그러니까 세상의 모든 일이, 그리고 당연히 내 하나하나의 행동도 미리 다 정해져 있을 거라는. 말하자면, 그 무렵에 나는 운명(물론, 그 당시에 이 어려운 단어를 알았을 것 같지는 않다)이란 것이 매우 구체적으로 이미 다 정해져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내가 어떤 길로 가더라도 다 정해져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날은 정해져 있는 것을 한 번 허물어 보자 싶어 몇 발 가다가 가던 길을 되돌아와서 다른 길로 갔다. 한참을 가다가 든 생각. 아, 오늘은 도중에 되돌아가도록 정해져 있었나 보다. 그런 .... 어떤 때는 가던 길을 중간에 서너 번을 되돌아 학교로 갔던 적도 있다. 한참을 가다가 아, 오늘은 네 번을 되돌아가도록 되어 있었구나 그런 생각은 했었다.
나중에 어른이 되고서는 그 당시에 내가 무력감, 그러니까 내 힘으로 내 상황을 바꿀 수 없다는 그런 느낌 속에서 지냈나보다 하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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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마징가하고 놀때....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