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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지난 20여 년 전 내가 해병대를 가게 된 추억이 생각난다.
대학을 졸업하고 친구들이 같은 해에 하나둘씩 한 달 차이로
논산으로 양구로 입대하였다.
그 당시 이상하게 나는 영장이 안 나와 늘 입대하는 친구들을 배웅하였다.
나의 절친들 중에는 점숙이(가명)라는 여자친구도 있었다.
성격이 남자들 못지않게 털털하고 얼굴도 예뻐 지역사회에서 많은 남자들이
흠모하는 꽤 괜찮은 친구이다.
그 친구의 장점은 어설픈 애교와 내숭이 없다.
특히 알바를 많이 하여 불우하게 살아가는 나의 친구들에게
늘 술과 밥, 커피 값을 먼저 계산해주는 마음마저 천사 같은 아름다운 친구이다.
그녀를 만나게 된 사연도 좀 웃기는 사건이었다.
절친놈이 학교에서 좋아하는 여인이 있었는데 그놈을 도와주기 위해
친구들과 그룹미팅을 하였다.
두 사람을 엮어주기 위해 동원된 엑스트라 중 그녀와 내가 있었다.
말 한마디 없는 긴 머리 청순한 그녀를 첫눈에 나의 절친 모두가 좋아하는
눈치였다.
미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그녀가 계속 나와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 뒤따라가는 내 모습이 웃겨서 가끔 먼저 걸어가면 이제는
그녀가 뒤따라오는 것이었다.
결국, 집에 다 와서 보니 그녀 집은 우리 집 근처 아파트였다.
그동안 그녀를 따라간 것 같아 그녀가 오해할까 걸음을 멈추고
같은 동네 사는군요. 한마디 던지고 헤어졌다.
그 후 자연스럽게 동네 놀이터에서 만나는 친구가 되었다.
알고 보니 이사 온 지 한 달쯤 되었다고 한다.
나와 친해지니 당연히 절친들과도 친구 사이로 다들 친하게 지내게 되었다.
그런 친절한 그녀에게 나의 절친들은 개인기로 어설프게 접근하다 하나둘씩
마음에 상처받고 그해 하나둘씩 군대로 처참하게 떠나갔다.
마지막 절친 명보(가명)가 떠나는 날 나는 논산훈련소로 가던 중 휴게소에서
그녀에게 전화하였다.
저녁에 만나기로 하였는데 친구를 배웅하고 나면 약속시각에 늦을 것 같아
다음에 만나자고 전화를 하려다 인생이 바뀌는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공상두: 야~ 오늘 못 만나겠다. 내 지금 논산훈련소 간다.
점숙이: 니~ 군대 가나?
공상두: 응 (인생을 바꾼 한마디..??내가 왜 그랬을까??)
점숙이: 야~ 가지마~~흑흑..어떻게 말도 안 하고 가노?
내가 니 얼마나 좋아하는 줄 아나? 흑흑...
공상두: (흑.그녀가 나를 좋아한단다. 큰일 났다. 농담한 거 돌리기에는
이미 그녀는 대성통곡을 하고 있다)
점숙이: 내 바로 면회갈게 .. 기다려.~~
공상두: 으~~응..잘 갔다 올게..(걱정이 태산이다. 이제 동네에서 우짜지..)
그날 이후 나의 고민은 군대에 가장 빨리 가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녀와 연락을 끊고 피해 다니며 지인들이 가르쳐 준 가장 빠른 방법
해병대 모병관리소를 찾아가 지원하게 되었다.
면접 때 물어보니 합격률이 3 대 1의 경쟁률이란다.
아~ 군대 가기도 쉽지가 않구나..
결국, 떨어지면 개망신이다 싶어 집에도 알리지 않고
그녀를 피해 다니며 합격통지를 기다렸다.
그 후 친구놈이 전해온 소식에 그녀는 나의 입대가 뻥이라는 걸
알고 있다고 하였다.
오직 나는 군대에 빨리 가야 한다는 일념으로 하루하루를 살았다.
한 달 반쯤 지나 나는 당당히 해병대 입대통지서를 받고 기쁨에 넘쳐
그녀에게 연락하였다.
공상두: 점숙아..동네 놀이터로 나온나 ..
(나의 기쁨만큼이나 그녀의 목소리도 반가웠다.)
지나고 생각하니 이미 프로포즈를 한 그녀는 그동안 내가 얼마나
보고 싶었을까?
그런 그녀에게 나는 해병대 합격했다고 1주일 후 입대라고 자랑하며
(보통 해병대는 통지서 받고 보름 후 입대인데 내 기수는 재수가 없었나 보다.)
그때 거짓말해서 미안하다고 인자 진짜로 군대 간다고 좋아서 입대통지서 보여주니~~
만날 때 반가운 표정이 5분 만에 .......?? 또 울고불고 난리 났다..
(진짜 군대 가는데 왜 울고 난리지?? 나는 아무래도 20대 때 사고가 정상이 아니었나 보다)
그날 결론은 1주일 남은 시간 추억 만들기 하자며 용인 장미축제도 같이 가고 뭐라~뭐라~
(그 순간 나는 아~ 남녀가 유별한데 용인까지 가면 1박을 하여야 하는데
뭔 소리여??)
결국 선·후배들과 보내야 한다는 핑계로 거절하고 피해 다니다 입대 이틀 전 만나니 점숙이는 가까운 해운대라도 가자고 한다.
그것도 거절하고 지인들과 시간을 보내다 점숙이에게 알리지 않고 입대하였다.
그때 동네놀이터에서 전해준 선물이 김현식에 추억만들기가 들어간
LP판이었다.
입대하는 날 씩씩하게 들어가는 나에게 친구놈이 점숙이 온다고 기다리라는
말을 하였다.
점숙이는 자신의 사진과 반지와 편지를 전해주는 것이었다.
그렇게 입대했건만 훈련소에서 개고생하고 나니 밤마다 점숙이 생각에 눙물이~~
상황은 급 역전되어 나는 날마다 점숙이에게 편지를 쓰며
성찰과 참회를 하였다.
이병 시절 군대에서는 김현식의 추억만들기 노래가 얼마나 나오던지...
결국, 나도 일병휴가 때 여친과 헤어지는 대한민국 모든 남자의
평균적이고 상식적인 경로를 밟고 말았다.
헤어진 결정적인 이유는 일병휴가 때 단둘이 여행 가자고 통사정했는데
그녀가 바쁘다는 핑계로 거부하자 욱하는 성격에 쌍욕을 하고 말았다.
오랜만에 훈련소 때 나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니 지금은 점숙이가 이해가 간다.
소식에 의하면 그 후 점숙이는 후배 놈캉 결혼하여 지금도 같은 지역에서
잘살고 있다고 한다. 살아가며 어떻게 한 번도 마주치지 않는지..
오가며 마트에서라도 한번 만나면 1남 2녀를 생산한 나의 당당한 모습을
보여줄 것인데...ㅎㅎㅎ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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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숙씌~ 행복해야햐~~~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