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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서너 살 무렵일 때 일이다. 날 때부터 몸집이 작았는데, 조금씩 크면서도 뭘 잘 먹지 않고 해서 걱정이 많았다. 밥을 잘 먹지 않아 식사시간만 되면 아이와 엄마가 쌩 난리 부루스를 다 쳤다. 달래도 봤다가 협박도 해봤다가 회유도 해봤다가, 간식을 완전히 끊어도 봤다가 .... 뭘 해봐도 신통치가 않았다. 아이가 밥을 목구멍에서 잘 넘기지를 못하니 이거 참... 애 엄마는 엄마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밥상에만 앉으면 벌써 긴장하기 시작했다.
아이 키울 때 엄마와 아빠의 방침이 달라지면 아이가 혼동을 일으킬 수 있겠고, 해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으면 그냥 아이 엄마 하는 대로 지켜보는 편이었고, 혹 필요하면 아이에게 엄마의 행동을 설명도 해주고 그게 엄마가 저를 사랑하기 때문이란 것을 알아듣게 이해도 시키고 그랬다. 아이 밥 먹이는 문제는 나도 뾰족한 방법이 없고 해서 오랫동안 지켜보기만 했는데, 상황이 자꾸 더 꼬여만 간다 싶어 내가 나섰다.
집사람한테 이 문제는 어떻게든 내가 해결할 테니 옆에서 추임새나 넣으면서 지켜보라고 해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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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는 행동을 놀이로 만들었다. 일단 반찬에 대해 아이하고 둘이서 상의해서 하나씩 암호를 만들어 붙였다. 제 엄마한테는 “비밀”로 하자고 약속했다. 뭐 별 거는 아니다. 예를 들어 두부는 “두”, 김치는 “김”, 스팸은 “스” 이런 식이다. 참, 김치와 김은 같은 “김” 이라서 각각 “김1”과 “김2”로 구분하기로 했다. 고등어는 세 가지 맛이 있는데, 살집이 두껍고 흰 부분은 쫄깃한 맛이니까 “쫄”, 얇아서 잘 구워진 부분은 바싹바싹한 맛이니까 “바”, 껍질의 안 쪽 갈색 부분은 고솜한 맛이니까 “꼬”, 뭐 이런 식이다. 그냥 그렇다 치고 아이와 약속을 하는 것이다. 밥상에 새로운 반찬이 나오면 그때그때 정하면 그만이다.
그렇게 정해놓고는 내가 숟가락에 밥을 한 술 뜬 다음 “김1” 이렇게 외치면 아이가 내 숟가락에 김을 얹어주고, 아이가 밥을 한 술 뜬 다음 “꼬” 이러면 내가 고등어 등 쪽 갈색 부분을 숟가락에 얹어주고 이런 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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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 놀이도 좀 시들해질 무렵에 다른 걸 하나 생각해냈다. 여느 애기들처럼 아이가 아빠한테 재미있는 얘기 해달라고 늘 졸랐다. 이걸 활용했다. 밥 먹을 때 얘기를 들려주면서 중간 중간에 밥을 한 숟가락 먹으면 또 얘기를 계속하고... 아이가 얘기 줄거리에 끼어들면 그걸 담아서 또 얘기를 이어 만들어내고... 얘기 내용은 대강 이랬다 :
시골처녀가 장에서 산 달걀 한 꾸러미를 머리에 이고 가면서 상상을 했다. 달걀을 잘 품어서 병아리가 되면, 병아리를 잘 먹여서 닭이 되고, .... 닭이 여러 마리가 돼서 한 줄로 세워 장에 몰고 가서 팔아 돼지를 사왔는데, 돼지가 결혼을 해서 새끼를 여덟 마리 낳았는데, 엄마 돼지가 젖이 일곱 개 뿐이 없어 젖꼭지가 한 개 모잘라서 저네들끼리 늘 젖꼭지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벌어지고, 그 중에 제일 덩치가 작은 놈은 젖을 차지하려다가 큰 형님의 뒷발에 채여서 눈두덩이가 멍이 들어 팬더곰처럼 됐는데, ... 하루는 큰 비가 와서 애기 돼지들이 물에 둥둥 떠내려갔는데, 네 마리는 엄마 손과 발을 한 개씩 꼭 잡고 있어 무사했고, 한 마리는 큰 나뭇가지에 결려서 구출되고, 한 마리는 소 키우는 아저씨가 밧줄을 던져서 목을 걸어 건져 올려 인공호흡을 해서 살아났고, 인공호흡을 어떻게 했는가 하면... 두 마리는 결국 못 찾아서 돼지 형제들이 엄마돼지랑 엉엉 울고 있는데 다락에서 부시락거리는 소리가 나서 가보니 일곱 번째 돼지가 눈을 부비면서 “무슨 일이 있었어?” 하면서... 또 한 마리는 둥둥 떠내려가서 서해 바다 무인도에 있는 것을 헬리콥터가 찾아내서 무사히... 애기 돼지들이 떠내려가고 또 구출되고 하는 장면이 TV 뉴스에 나왔는데, 뉴스를 보던 어떤 할아버지가 저 처녀 마음에 든다고, 며느리 삼아야 되겠다고 찾아와서... 그 장면을 방송에서 중계를 하고 인터뷰를 했는데...
뭐 이런 식이었다. 아이 반응을 봐가면서 흥미를 보이는 쪽으로 연결시켜가며 얘기를 끝도 없이 만들어 갔다. 물론 얘기 중간 중간에 ‘아빠 밥 한 숟가락 먹고 하자... 니도 한 숟가락 먹어야지?’ 해서 한 숟가락 뜨면 얘기가 또 계속되고... 밥그릇이 다 비면 ‘저녁 먹을 때 얘기 계속하자’ 그러고... 이런 식으로 해서 세 식구가 밥상머리에 앉는 시간이 부담이 전혀 없어졌다. 내 기억에 시골처녀 얘기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여러 주일 계속했던 것 같다. 얘기의 마무리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오래 돼서 잘 기억이 안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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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문제는 잘 해결됐고, 그때 이후로 아이 밥 먹이는 일로 힘들어했던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덕분에 와이프한테 점수도 좀 따고 그랬다.
아이가 네 살 무렵에 ‘처녀’, ‘결혼’ 이런 얘기를 유달리 재미있어 했다. 그때 TV에서 비치발리볼 게임 중계하는 것을 그렇게 재미있어 해서 그걸 막 놀려먹기도 했다. 이 시키가 그때 이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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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될랑가?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