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처럼 때가 돼서 결혼을 했다. 신혼시절에 생활비도 벌어야 했고 또 앞으로 내 공부하는 데도 필요하고 해서 대학병원 임상조교 생활을 2년 정도 했다. 일이 어렵기도 하고 많기도 하고 또 공부도 해야 하고 해서 무척 힘든 시절이었다.
결혼하고 한 일 년쯤 지나 나 애기 때 사진하고 꼭 같이 생긴 애기가 태어났다. 문제는 이 넘이 밤낮이 바뀐 것이다. 애기가 저녁이 되고 밤이 와도 잠을 안자고 찡찡대는 것이다. 어른이 안고 있거나 업어주면 찡찡대는 걸 멈추었다. 해서 퇴근해서 집에 가면 옷 갈아입을 새도 없이 애기를 넘겨받아 이튿날 출근할 때까지 안거나 업고 있어야 했다. 밥을 먹을 때도, 세수를 할 때도, 심지어 화장실을 갈 때도...
밤에 잠을 좀 자야 다음 날 근무를 할 텐데... 이불을 둘둘 말아 세워서 거기다가 애기를 포대기로 묶어놔 보기도 하고, 침대 한 쪽을 높여서 비스듬히 해가지고 뉘어놓아 보기도 했다. 애기가 어찌 눈치 채는지 무슨 방법을 다 해봐도 재미를 못 봤다. 그저 밤새 안고 침대에 기댄 채 좀 조는 거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하도 힘들어서 나보다 먼저 애기를 키운 한 친구한테 물어봤다. 너네 애는 어땠냐고. 그 친구 얘기가 ‘죽었다 하고 백 일 될 때까지만 참고 견뎌보라’고. 뭐 달리 도리도 없고 해서 친구 말만 위안 삼으면서 견뎠다. 그랬는데, 아니나 다를까, 딱 백일이 되니까 애기가 밤에 잠을 자기 시작했다. 거짓말처럼. 엎치는 것도 딱 백 일 날 되니까 엎치데 ?
나중에 알고 봤더니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더만. 그냥 한 이틀만 낮에 안 재우면 된대. 사실 “아무리 예쁜 애기도 자는 애기를 깨워서 보고 싶을 만큼 예쁜 애기는 없다” 이런 속담도 있잖아. 낮에 애기가 자니까 엄마가 안 깨운 거지. 애 엄마도 새댁일 때니까 서툰 살림재주에 애가 자 주니까 고마운 거지. 깨우고 싶었겠어?
그 놈이 이제는 키가 나보다 한 뼘은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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