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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간이 밤 11시 22분, 낮부터 시작한 열무, 배추 얼갈이 섞어 김치를 담궜다. 쪽파를 사왔어야 했는데 마누라쟁이가 무심코 실파를 쟁여 와서, 그리고 양달에 놓았더니 실파닢이 녹아 뿐져서 그걸 하나하나 다듬느니라 늦어졌다.
간간이 탁배기를 들이키며 오늘 안에 버무릴 수 있을지 걱정했었다.
다행이 11시 45분에 끝났다. 마누라쟁이가 찹쌀풀에 마늘 생강 고추가루 생고추 멸치액 새우젓 양념 섞어 버무린 스뎅 양푼 같은 걸 닦으라 명령하셔서 안마당 수도가에서 모기 물려가며 지금 막 마무리했다.
우리집 노인네들은 가신 지 오래고, (날 때부터 고아는 아니었다.) 마누라쟁이가 요즘 들어 친정 엄마와 언니 생각이 부쩍 늘은 거 같다. 한 탕기씩 퍼 나르겠단다. 기특한 생각이 들었다. 이 여자사람도 늙는구나! 그래서 앙칼진 쇳소리가 많이 누그러진 건가?
마누라쟁이가 늘그막에 김장 취미를 붙인 게 확실하다. 포기김치 물김치 얼갈이김치, 서방이랑 아새끼들에게 끼니마다, 공일날엔 점심 콩국수에 열무 김치를 들이 민다.
달이 밝게 떠야할 시간인데 오늘 밤은 구름이 꼈다. 달을 보고 엄니 얼굴을 그려본 지 얼마이던가? 달하 노피곰 도댜샤 엄니 계신 거기까지 비츄오시라.
엄니, 며느리가 담근 열무 얼가리 한 보시기 올립니다. 흰밥 한 술 뜨세요. 살아 생전 그 맛 나능교? |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