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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방이 소리를 듣지 않으려 꽤 운동을 한다. 꼽아 보면 중학교 때 유도, 고등학교 대학 때는 야구를 했다. 학회를 꾸리는 데 음주가무 학습만 할 수 없어서 야구부를 만들었었다. 캐치볼도 못하던 놈들을 꼬드겨서 9개 포지션에 후보선수들까정 둔 감독 겸 유격수에 4번 타자를 했다.
믿거니 말거나 늘어 놓자면, 야구 스윙 빠던 실력이 남았는지 티샷으로 290미터를 날렸던 바, 캐디가 공을 못찾아 오비샷을 다시 친 후, 그린 위에 올라 앉은 퍼스트 샷을 찾은 적도 있다. 에헴!
테니스는 한 10년, 6개월짜리 렛슨을 예닐곱 번 받았는데도 늘지 않아 그만 뒀다. 아차산을 올라 다닐 때, 칠십 먹은 할베에게 베드민턴을 11:0로 깨져 월 13만원 짜리 렛슨을 받았었는데 시골로 이사 한 후 그만 뒀다. 이사한 후엔 또 새벽마다 하던 등산을 멧돼지를 만난 후 작파했다. 무서워...
나이 들어 한 골프, 테니스, 배드민턴 장비 값만도 꽤 든 거 같다. 원한이 맺힌 걸 풀려 한 운동도 있다. 작달막해 농구는 근처에 못 간 게 걸렸었다. 하숙집 아들이 서초동 길거리 농구 선수, 그 넘에게 농구를 배웠다.
아이들이 어릴 때 야구, 축구, 농구를 가르치며 놀았다. 이 넘들은 축구를 좋아한다. 프라레메라 프라미어, 분데스 등 마케팅에 끌리는 지 축구, 온라인 축구 게임, 온라인 축구 게시판에 들어 가 산다. 야들하고 운동하러 나가면 농구는 10분, 축구는 두시간이다. 나는 재미 없고 힘이 부친다. 야속한 놈들이다.
나이 들어 좋은 운동은 농구다. 백보드가 친구다. 잘못 던진 공을 잡으러 예닐곱 발짝만 뛰면 다시 슛을 할 수 있으니 같이 할 동료가 없어도 된다는 말이다. 회사를 말아 먹고 시골로 이사왔을 때, 밤에 혼자 나가 농구공을 던졌다. 현실의 두려움을 잊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한 번 나가 1천개를 던졌다. 한 달 지나니 30% 슛성공율을 보였다. 지금은 150개 골을 채우면 돌아 온다.
오랜 만에 체육공원에 갔다. 자전거에 농구공을 매달고 바나나 1개, 커피 1병, 소시지 2개를 넣어 아침 허기를 달랜다. 조기축구회 외엔 체육공원이 휑하다.
짤은 농구공이 골네트에 걸린 거다. 손을 깨끗이 닦고 엽서를 쓰듯, 농구공이 손끝을 떠날 때 감각, 구스넥(Goose neck) 마지막 손끝 감각이 짜릿해서 농구공을 깨끗이 닦곤 했다. 근데 물기가 남아 있는지 그물망에 공이 걸렸다.
막대기로 몇번이고 공을 향해 던졌다. 막대기를 던지는 데 맘이 흔들렸다. 어디에 있을까. 사각사각 연필 깍아 쓴 엽서 수신인 아이들은...
철제 네트 너머로 본 세미원 개양귀비뒤 쪽으로 곧 모네의 수련이 필 것이다. 수련을 기억하는지 연필을 깎던 느낌을 기억하는 지 물어 본다. 끝.
채련곡 /허난설헌
가을의 호수는 맑고도 깊어 푸른 빛은 진주처럼 빛나는데 연꽃 둘린 깊은 곳에 목단 배를 묶어 놓았네
님을 만나 물 건너로 연밥 따서 던지고는 행여 누가 보았을까 한나절 혼자서 부끄러웠네 | 
..여기는 어디고 나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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