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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글을 쓴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괜한 글을 올렸다가 후원뽕을 받고 응원을 받으니 거기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 주말엔 알라(아이들의 경상도식 표현)들과 시간을 보내야 하니 봉닷컴에 접속하기 힘들어 짬짬히 스마트폰으로 곁눈질이나 하는데 댓글이 달릴때마다 불안해졌다. 다음엔 무슨 글을 써야 하나? 로 잠자리까지 사나웠다. 그러나 어차피 내 안에서 나올꺼리는 정해져 있는 법. 우찌 되겄지.......
댓글 중 다시라기 처럼 제법 많은 봉팔러들이 부모님을 요양병원에 모시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길진 않지만 아버지를 요양병원에 모셨고 임종을 보지 못하고 홀로 돌아가셨다. 그 죄스러움은 겉으로 드러내진 않지만 가슴속 가장 깊은곳에 묵직한 돌덩이로 남아있다. 오직 나역시 그 길을 또한 가리라는 생각으로 자위하고 있을 뿐.
요양병원에서 죽음은 생각보다 그렇게 심각하지 않다. 대부분 환자상태에 따라 병실을 구분하고 있고 회복하기 힘든 환자들이 있는 병실일 경우엔 다음날 베드가 비어있으면 중환자실로 옮겨졌거나 돌아가신 경우이다. 그러나 의사나 간호사, 간병사는 물론이고 병실내 환자들 조차 새삼 슬퍼하거나 침울해 지지 않는다. 처음엔 이런 분위기가 많이 낯설었다. 별 치료라고 볼 수 없지만 그래도 아픈데 침놔주고 인사하던 할매의 베드가 비어있으면 괜히 먹먹해지고 센티멘탈 해지고 하는데, 오히려 옆에 있는 할매들의 반응은 별 대수롭지 않다는 식이다. 옆 할매들은 "그 할매 어제 밤에 갔어. 매일 밤 헛소리를 해대서 시끄러웠는데 인자 조용히 잠 좀 자겠네", "그래말여, 잘~ 갔지", "니는 시끄럽고, 똥이나 빨리 눠! 냄새나 죽겠네", "거기 침선생, 여기 아픈 무릅이나 빨리 침놔줘~"이러고들 있다. 처음엔 좀 충격이었다. "사람들이 참 못됐다, 머 저런 인간들이 있나, 어떻게 사람이 죽었는데 지 잠자는게 더 중요하고 지 아픈데가 더 중요해? 애써 슬퍼하진 않더라도 이런 망말을 할 필요가 있나? 이건 너무 한것 아닌가 자기들도 곧 갈꺼면서, 이게 인간의 본성 중 하나란 말인가?" 등등의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내 나름대로 이해를 하기 시작했다. 여기 있는 할매들이 아무리 무식하고 못배운 사람이라 하더라도 설마 죽음의 무거움과 공포를 왜 모르겠는가? 그런데 이 사람들에겐 그게 그렇게 대단한 문제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그냥 밥먹고 똥누고 하는 일상생활 중 하나이고, 옆사람이 죽는 것보다 내가 똥을 못누는게 더 중요한 것이다. 그냥 그런 것이다. 왜? 그래야 살기 때문이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목석처럼 된다고들 한다. 나 역시 그렇게 되는것을 느낀다. 왠만한 외부적 자극이나 충격에 대해 반응이 점점 무뎌진다. 심장이 굳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나이가 들어도 심장이 야들야들하게 부드러워 주위 사람들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매번 눈물을 흘리며 슬퍼한다면 어떨까? 나이가 들수록 부모님도 돌아가시고 형제자매도 죽고, 친구들도 하나 둘씩 떠나가는데, 그때마다 그 슬픔을 참지 못한다면, 그 외로움의 고통을 견디지 못한다면 이 세상을 살아 갈 수 있을까? 내 감정에 충실하여 내가 죽는다면 내가 돌봐야할 가족과 일들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심장이 굳어가고 그렇게 식어간다는 것은 내 육체와 영혼이 죽음과 가까워진다는 말이지만, 또 그래야만 살아갈 수 있는 것 같다.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에....
여기 요양병원에서는 삶이 죽음보다 무조건 좋은 것인지 헷갈리게 한다. 환자중에 90을 넘어 100을 바라보는, 유관순누나가 독립운동 할때 태어난 건장한 할매가 하나 있다. 혈압이 조금 높은것과 귀가 잘 안들린다는게 흠이고, 담석이 있어 복통을 주기적으로 호소하지만 나이가 너무 들어 수술 하기가 껄끄러워 그냥 그렇게 지내고 있다. 다행히 나에게 침치료를 받은 후로 복통증상이 많이 사라져서 즐겨 침을 맞고 있다. 서예를 즐기며 사군자 특히 난 치는 것을 좋아하는데 까막눈인 내가 보기에도 서체가 예쁘고 정갈한게 원래 소질이 있어보였다. 그런데 이 할매한테 침 놓으러 가면 언제나 하는 말이 "침양반, 너무 오래 사는게 좋은게 아니야, 좋은게 아니야"라고 하신다. 그냥 건강하게 적당히 살아야지 오래살면 힘들다는 것이다. 그 할매 인생의 반토막도 못 산 나지만 왠지 공감이 된다. 이제 과거에 가깝게 지내던 친구들 조차 단 한명도 남아 있지 않을것 아닌가. 어쩌다 한번씩 복도를 지나가다 보면 휴게실에서 창밖을 가만히 내다보는 것이 보이는데 그 뒷모습이 참으로 쓸쓸하게 보인다. 그런데 이 할매의 소망과는 다르게 워낙 건강한 체질이어서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살아계실 것 같다.
오늘도 요까지만^^
짤방설명: 역시 봉닷컴 사진영상방 김자윤기자꺼 빌어옴. 죽음은 일상의 밥과 같은것일수도 있다는 의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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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