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에 오랜만에 이마트에 갈려고 애들하고 나갈 준비하고 있었다. 여기선 이마트 가려면 자동차로 40분은 타고 나가야 한다. 그런데 종이컵안에 금붕어 한마리가 담긴 것이 보였다. 사나흘 전부터 헤엄도 제대로 못치고 밥도 안먹고 가끔씩 물위에 떠 있던 놈이었다. 이제 죽어서 꺼내어 놨구나 싶어 종이컵 안을 보니 아직 살아서 움직이고 있었다. 마당에 묻어줄까 고민하다가 아직 헤엄도 치고 생명이 남아 있으니 안쓰러워서 다시 어항에 넣었다. 놈은 조용히 풀사이로 사라졌다. 3~4시간 후 집으로 돌아왔을때 그 놈은 다시 물위에 떠 있었다. 툭툭치니 꼬리를 흔들며 움직였다. 아직 숨이 끊어진 것이 아니었다. 나는 종이컵을 가져와 그놈을 조용히 건져서 마당에 작게 흙을 파고 묻었다. 아까 가기전에 꺼내어 묻어주는 것이 나은 것이었을까? 아니면 아직 생명이 남아있으니 끝날때까지 기다려 주어야 하는 것일까......
장례식장에서 사체감정을 하다보면 오래동안 병을 앓다 죽은 사람은 딱 보면 안다. 대부분 근육이 말라비틀어져 뼈에 붙어있고 피부도 새까맣게 죽어있으며, 손발톱이 무좀으로 부풀어 변형 되있고 여기저기 멍자국에 눈가는 쾡하니 검게 들어가 있다. 그에 반해 단순 노환으로 자연사 하신 분은 사뭇 다르다. 충분한 영양으로 살집은 살아있고, 빛나는 은색 백발에 하얗고 투명한 피부를 가지고 있으며 온화한 얼굴을 하고 있다. 이런 시체를 보면 내 얼굴 마저 저절로 따뜻한 미소가 돌고, 그 정도 몸을 유지한 고인의 생활습관에 존경심 마저 들게 된다. 내가 죽었을 때 이정도 몸을 유지할 수 있을까......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중 침대생활을 해야하는 중증환자를 보면 크게 둘로 나눠 보인다. 한 부류는 피골이 상접한, 마를때로 말라 비틀어져 있는 환자, 그리고 다른 부류는 얼굴, 사지, 몸통등에 부종이 오고 복수가 차있어 호흡에 물찬 소리가 들리는 퉁퉁 불은 환자들이다. 둘 모두 회복하기 힘든 상태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환자들이라 하더라도 삶에 대한 욕망은 분명히 남아있다. 이정도 중증이 되면 나는 침을 놓지 않는다.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전부터 침을 맞아오던 사람이 그래도 놔달라고 하면 대충 몇자리 꼽아준다. 입으로는 죽어야지 죽어야지 하면서 손가락으로 아픈데를 열심히 가리킨다. 그런데 맞는 환자는 이 침으로 자기가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바라며, 비록 병은 낫지 않더라도 고통이라도 줄어들길 바란다. 그리고 그 고통 속에서 생명에 대한 희망을 이어간다. 마지막까지 난 아직 죽음을 맞이할 준비가 끝난 사람을 보지 못했다......
내가 살면서 가장 크게 통곡을 하며 울은 적이 2번 있는데, 한번은 나의 대학은사님이 돌아가셨을 때고, 또 한번은 노무현대통령이 돌아가셨을 때이다. 공교롭게도 두분은 일주일을 사이에 두고 연이어 돌아가셨다. 아직도 그 때 집앞에서 혼자 꺽꺽거리며 눈물을 쓸어담던 순간이 생생하다. 노무현대통령의 자살에 대해 처음엔 충격과 원통함으로 다가왔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남자의 당당함으로 관점이 변화하게 되었다. 정말 한 인생을 불꽃처럼 살다가 미련없이 스스로 마지막을 선택한 멋있는 사람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그 전까진 자살에 대해 막연하게 그저 나쁜선택이라고 믿고 있었다면, 그 이후 자살이 꼭 나쁜것만은 아니지 않느냐로 바뀌었다.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꼭 나쁜 것일까......
인간이 죽음을 선택할 수 있을까? 혹은 선택해도 될까? 비록 고통이 동반되더라도 끝까지 삶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말아야 하는 걸까? 아니면 이정도면 됐다하고 숨을 놓을 수 있어야 할까? 죽음은 자신을 포기하는 것일까? 아니면 남은자에 대한 배려일까? 이런 질문에 누가 정답을 말해줄 수 있을까? 혹은 정답을 말해준들 내가 그 답을 받아들일수 있을까? 알 순 없지만 중요한 것은 그 과정속에서 각자 답을 찾아보는 일일 것이다. 난 단지 내가 바라본 죽음 속에서 나의 죽음을 머리속에서 그려보고 있을 뿐이다. 구차하게 생명을 탐하지 않고 이 정도로 됬다 싶으면 스스로 숨을 거둘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아마 자기수련이 많이 된 사람, 스님 같은 경우 충분히 스스로 호흡을 거두어 들일 수 있으리라 본다. 굳이 자살을 하지 않더라도 때가 되었을때 스스로 호흡을 거둬들이는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라 본다. 물론 그 전까지 사고사가 없어야 하겠지만....
죽음을 상상하는 것은 충분히 우울한 일이지만 그러나 죽음에 대한 생각이 꼭 나쁜것 만은 아니다. 난 개인적으로 죽음에 대해 고민한 이후로 나에 대한 외부적 판단에 신경을 덜 쓰게 되었다. 그리고 나란 존재에 대한 생각도 별로 없어졌다. 그럴 시간이 없는 것이다. 죽기전에 내가 하고픈 일을 조금이라도 더 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의 순간순간에 더 집중하고 즐길 수 있게 되었으며 나를 벗어나 주위 자연과 사람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봄바람에 흔들리는 어린 꽃잎도 살갑게 느껴지고, 내 딸의 속보이는 작은 투정도 더욱 사랑스럽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죽음에 대해 생각하면 할수록 현재가 소중해진다.
죽음 거 별거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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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