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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가는 시골집의 옆집에 어르신과 할머니 내외가 사신다. 참 점잖고 경우가 밝으면서도 정이 많으신 분들이다. 이 마을에 처음 들어갈 때부터 해서 10년을 보아왔다. 우리가 마을에 들어간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당시에는 집만 사고 집터와 집에 붙어있는 약간의 땅은 땅주인이 따로 있었다) 고약한 땅주인하고 이런저런 실갱이가 있어 속이 상할 때가 많았는데, 어르신께서 그 옆에 붙어있는 당신 땅을 좀 내어줄테니 속상한 거 다 잊고 여기 정 붙이고 들어와 살어라고 하셔 집 뒤 언덕땅을 시세에 맞춰 조금 샀다.
두 분은 주로 포도와 고추농사를 지으셨는데, 두 분 다 연세가 80을 넘기시다 보니 힘에 부쳐서 최근에는 포도 대신 손이 좀 덜 가는 오미자 농사를 하신다. 디뉴어덜에게 이런저런 들려줄 얘기가 많은데, 뭐 차차 하기로 하고...
할머니가 이 마을로 시집온 지가 60년 가까이 된대. 할머니하고 가만 얘기해보면 시인이 따로 없다. 집 뒤 언덕에 있는 밤나무 밑이 습지인데, 거기에 미나리가 무성하게 자란다. 뭐 따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해마다 저 혼자 나서 저 혼자 그렇게 있다가 또 이듬해가 되면 저 혼자 여기저기서 돋아난다. 할머니 처음 시집올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은 할머니가 하시는 말씀이 “자식들은 다 커서 제 갈 길을 찾아 떠났는데, 미나리는 변함없이 남아서 내 곁을 지키는 구나...”
지난 토요일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에 ... 이런 일이 통 없었는데, 집 근처 할머니 채마 밭에 있던 무랑 배추를 누가 몰래 뽑아갔댄다. 가서 봤더니 무를 세 고랑 심었는데, 그 중 한 고랑을 통째로 뽑아 자루에 담아간 흔적이 있었다.
잘 아는 사람이 가져간 것 같기도 하고 지나가던 외지 사람인 것 같기도 하고, 우발적으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작심하고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별별 의심이 다드셨댄다. 그러더니 하시는 말씀, “이자뿐(잃어버린) 놈이 더 큰 죄인이야”, “갖고 간 사람은 나 혼자한테 죄 짓고 불안해 하겠지만, 당한 사람은 열 사람을 의심하는 거다. 그러니 당한 사람은 열 사람에게 죄를 짓고 있는 거다. 더 큰 죄인이지.” 나는 순간 뒷머리를 얻어맞는 느낌이 들었다. 새삼스럽게 할머니가 살아오신 삶의 깊이가 느껴졌다.
짤방은 우리집 별채 황토방이다. 지난 토요일 찍은...
사진 몇 개 더 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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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단장덜 하고 있거라. 항상 건강하고.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