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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에 도둑이 들었다.
주중에는 집을 비우고 주말에만 와있다 보니 한 십년 전 이 마을에 처음 들어올 때부터 낮 시간에 우리 집 마루청에 앉아 신문 쪼가리도 보다가 볕도 쬐다가 가곤 하는 정신장애 환자 한 사람이 있었다. 근처 마을에 사는 40대의 남자인데, 어쩌다 우리하고 마주치기라도 하면 슬금슬금 피해서 여즉 한 번도 직접 대면한 적은 없었다.
지난 주 월요일에 옆집 할머니한테서 전화가 왔다. 그 사람이 뒷문으로 들어가 TV를 가지고 나가다가 마침 뒷집 아저씨한테 들켜 제지당하자 그걸 장독간 옆에 내동댕이친 뒤 애기 머리통만한 돌로 박살을 내고 도망갔단다.
우리는 주말에 현장을 확인하고 고민 끝에 파출소에 신고를 했다. 파출소 소장인 경감과 부하인 경사 두 사람이 근무하는, 맨날 파리나 날리던 시골 파출소는 호떡집에 불이 났다. 와서 이리 저리 현장 사진 찍고, 목격자 만나고,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니 정식으로 사건을 접수하라고, 이런 일은 일단 법대로 처리하는 것이 좋다고, 그찮아도 그 친구가 동네에서 자꾸 말썽을 피우고 다녀서 골치가 아프던 참이었다고 ...
파출소에 가서 피해자 조사를 받았다. “... 도난당한 TV가... 모델이... 그러니까 지금 중고품 시세가...” “피해 금액은 뭐 한 만원으로 해주셔요.” 뭐 그렇게 해서 조서 확인하고 지장 찍고 해서 끝났다. (암튼, 다른 일로 경찰진술조서를 볼 일이 가끔 있는디... 이 아자씨덜, 조서 넘 허술하게 작성한다...).
오후에는 그 사람의 아버지라는, 80은 족히 넘어 보이는 어르신이 집으로 찾아왔다. “... 아 글쎄, 그 넘이 제 엄마 말은 듣는데 내 말은 통 안들어요. 뭐라고 몇 마디 하면 지 아부지를 때리고 그래요. 자식한테 맞았다는 말을 챙피해서 어디 누구한테 말해요... 저 엄마 말은 그래도 듣는데 중풍으로 눕는 바람에 요 몇 달 병원약도 못 타다 먹이고 그러다가 이런 일이 벌어졌네요...” “어르신, 너무 걱정 마시고 이참에 멀리 사는 둘째 아드님 불러 의논하셔서 면사무소에 가서 장애등급 받아서...” 뭐 이렇게 끝났다.
동네 치안을 위해서 다음 주에는 가짜 CCTV라도 하나 달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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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