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토방 라임의 글을 보면서 문득 생각이 났다.
아이를 키우면서 폭력을 사용했던 적이 딱 한 번 있었다. 아이 6학년 때였다. 그날 집에 아이와 나 둘이 있었다. 아이는 공부를 하느라 앉은뱅이책상에 앉아 있었는데, 둘이 실랑이가 벌어졌다. 무슨 일 때문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둘 사이에 그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암튼 나는 나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서로에게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 그러다가 급기야 손에 들고 있던 지우개를 아이 책상에 내려찍듯 난폭하게 팽개쳤다. 그걸로 그 상황은 끝이 났다. 나는 나대로 나의 돌발 행동에 대해 놀라고 당황했지만 어찌 수습할 방법이 없었다. 그 전까지 아빠가 언성을 높여 말하는 것조차 본 적이 없는 아이가 아빠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어떤 심정이었을까? 직접 물어보지 못했으니 짐작만 해본다. 아마도 이루 말할 수 없는 수치심, 두려움, 좌절감, 분노감 뭐 그런 것 아니었을까 싶다. 그 순간 이후 둘이는 얼마간 서로 눈도 잘 맞추지 못했다.
그 무렵 몇 해는 다른 일로 해서 나 자신에 대한 실망, 분노, 자괴감 같은 감정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평소같으면 그냥 봐넘겼을 법한 상황이었는데, 당시 나의 자격지심이 스며들어가 그런 돌발적인 행동으로 튀어나오고 만 것이다.
그 일 이후 한참동안 서로 서먹서먹하게 지냈던 기억이 난다. 그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이에게 나는 거의 전지전능한 신이었다. 당시 아이는 심지어는 내가 만주에서 독립운동 했다는 날구라도 추호의 의심 없이 사실로 믿었을 정도였다.
그리고 마침 아이의 사춘기와 맞물리면서 그 일 이후 아빠를 대하는 예전의 그 눈길은 볼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일에 대해 아이에게 사과할 기회를 만들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마음에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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