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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2때 있었던 일이다. 여름방학 때 학교건물 현관문 중 늘 잠겨 있는 한쪽짜리 문의 유리가 깨어져 문 틀만 있었다. 짤방(내가 그렸다. 흠)의 A 문이다. 당시에는 내가 키가 아주 작아서 68명이 있는 반에서 5번이었다. 무슨 일인지 방학 때도 자주 학교를 갔었는데, 나는 멀쩡한 두 쪽짜리 문 대신 유리가 깨어지고 없는 한쪽짜리 쪽문으로 훌쩍훌쩍 넘어 다녔다.
9월이 오고 개학날인 월요일. 개학도 되고 해서 학교에서 월요일 아침 일찍 문 유리를 새로 해 넣었는데, 나는 그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다. 그날따라 학급 조례시간에 담임선생님이 교탁 앞 제일 앞자리에 앉은 나에게 문방구에 가서 뭘 좀 사오라는 심부름을 시켰다. 나는 돈을 받아들고 2층 교실에서부터 계단을 전속으로 내달려 여느 때처럼 한쪽짜리 문으로 돌진했다.
어? 문을 관통하는 순간 유리가 박살나면서 오른 쪽 다리 무릎 안 쪽 말랑말랑한 부분에 날카로운 유리가 깊이 꽂혀있었다. 엉겁결에 유리를 빼내자 피가 확 뿜어져 나왔다. 나는 반사적으로 두 손으로 허벅지를 감아 눌렀고, 아주 짧은 순간 세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1) 이거 사람들이 몰려와서 일이 커지기 전에 빨리 수습해야 할 텐데, 2) 유리값이 얼마일까? 3) 유리를 새로 해 넣었으니 페인트로 “유리주의” 이런 글 좀 적어놓았으면 이런 일 없었을 텐데.
마침 근처를 지나가던 체육선생님이 뛰어와서 혁대로 허벅지를 졸라매 대충 지혈을 하고 근처 외과병원으로 업고 뛰어갔다. 무릎 뒤쪽을 지나가는 대동맥이 완전히 절단되었고 피가 몸에서 40% 이상 빠져나갔다고. 워낙 위급해서 마취도 하지 않고 생살을 한참 찢어 양쪽으로 끌려들어간 동맥을 찾아내서 끌어당겨 이리저리 해서 동맥을 연결했다. 생살을 찢고 끄집어 당기고 꿰매는 세 시간 넘는 긴 수술시간동안 스쳐지나간 별별 생각들이 지금도 기억이 난다.
그 일로 해서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야단맞은 건 없었다. 유리값도 당근 물어내란 말 못 들었고. 그저, 많이 놀랐겠다, 많이 아프겠다는 위로의 말은 잔득 들었다. 당시 내 생각 중의 하나. 휴~ 크게 다쳤기에 천만 다행이다. 안 다쳤든지 조금만 다쳤어봐. 얼마나 혼 났을까...
안에서부터 이리저리 살이 차오르고 아물고 하는데 꼬박 세 달, 다시 자연스럽게 걸음을 걷게 되는 데는 반년이 더 걸렸다. 그해 2학기 내내 학교를 가지 못했다. 그 기간에 학교의 영어수업 진도는 그 유명한 “that 이하” 구문, 수학 진도는 2차방정식의 인수분해 였다. 나는 암것도 모르는 채로 3학년으로 올라갔는데, 수업시간에 대뜨이하, 대뜨이하 그러는데,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인지를 이해하는데 시간이 한참 걸렸다.
(사무실에 같이 있는 어린 친구가 취미로 만화를 그린다길래 당시 상황을 설명해주었더니 이런 그림을 하나 그려주었다. 이 그림 보고 이 넘이 도대체 평소에 나를 어떻게 생각해왔는지 잘 알게 대았다. 이늠시키, 두고보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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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