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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골집은 지금에야 워낙 길이 좋아져 뭐 특별히 고립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암튼 깊은 산 속에 있는 마을이라 봄이 늦게 온다. 4월에도 새벽이면 서리가 내린다. 해서 농사 준비는 4월 하순은 되어야 슬슬 시작할 수 있다. 짤방은 4월 3째 주말에 찍은 거다. 아직 추운 분위기가 나지? 이날 비도 좀 왔다.
쌀쌀하기는 해도 풀은 올라오고 나무는 새잎이 나고 눈이 맺힌다. 그러다가 4월 말을 경계로 한두 주일이면 분위기가 확 바뀐다. 정신 차려 보면 어느새 쑥이야 냉이야 지천에 널려 있고, 먹을 수 있는 별별 것들이 다 올라와 있다. 이제... 이때부터 본격적인 채취가 시작된다. 우리는 상추니 무슨 쌈채소니 이딴 거는 상대도 안 해준다.
어느새 머위닢이 올라오고 머위 꽃이 폈다. 야덜은 어쩌다가 우리 밭에 자리를 잡아서 일년 내내 저렇게 있다. 봄 되면 저 혼자 알아서 올라온다.
이 정도면 두 식구 한끼 쌈 싸먹기에 적당하다. 맛은 아조 쌉쌀해서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고 안 좋아하는 사람은 안 좋아한다(말 참 영양가 없다 ;;;). 쌩으로 먹어도 되지만, 살짝 데쳐서 양념장 맛있게 해서 먹으면 된다.
더덕도 새순이 여기 저기서 올라오고 있다. 새순이 옹기종기 여러 개 올라오는 놈을 두엇 골라 캐냈다.
더덕 씨 뿌려둔지 5년 쯤 됐는데, 꽤 컸다. 먹을만 하겠다....
곰취도 올라왔다. 머위는 다 자라면 외줄기가 땅에서부터 길게 올라오는데 비해 곰취는 줄기가 짧고 질서 없이 여러 넘이 서로 부비면서 비집고 올라온다. 질감은 좀 더 질기다. 맛은 머위하고 비슷한데, 향이 좀 순하다. 쌩으로 먹어도 되고, 살짝 데쳐서 먹어도 맛았다.
정구지도 한 번 자리 잡고나면 보름 간격으로 일년 내내 잘라먹는다. 그러고도 이듬 해 봄이 오면 또 아기자기 올라온다. 이것도 젓국장에 무쳐서 두어 번 먹을 만큼만.
이 때 쯤이면 두릅도 먹을 만 하다. 향도 좋고, 식감도 아주 좋다.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어도 되고, 전 부쳐 먹어도 맛있다. 이것도 두 식구가 두어번 먹을 만큼만.
"가죽"을 빼먹을 수는 없다. 참죽나무 새 순인데, 향기가 아주 기가 막히다. 좀 비릿하기도 해서 처음 먹어보는 사람은 역할 수도 있다. 쌩으로도 먹고, 데쳐서 먹기도 하고, 부침개나 튀김을 해 먹기도 한다. 적당히 양념한 찹쌀풀을 발라 말려뒀다가 부각 해먹으면 또 별미다.
가을걷이 끝나고 시금치 씨를 뿌려뒀더니 겨우내 견뎌냈다. 우리는 이 놈을 별로 안 쳐주는데, 그래도 겨울을 나고 올라온 놈이니까 맛 있게 먹자.
그래서 다음날 저녁 밥상에 올라온 것이다. 머위닢 쌈, 두룹볶음, 정구지+더덕순 무침. 아래 사진은 두룹 부침개다.
자, 이제 묵자.
아, 한 개 빠졌다. 옆집 할머니가 잠시 뒷 산으로 올라갔다 오시더니 서둘러 뭘 한 보시기 담아다 주셨다. 아마도 취나물과 이름 모를 이런 저런 나물 뜯어서 데친 것인데, 고마우신 분이다.
더덕뿌리, 곰취, 가죽, 시금치는 아직 상에 안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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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것이 아조 아리삼삼하지 말입니다....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