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때 2년간 '독서실에서 자취' 를 했었지. 촌동네셔 올라온 애들을 위해 숙식을 허용했거든?
밥은 독서실 앞 식당에서 월식을 하고 독서실에서 잠을 자는 머 그런 패턴. 고 1땐 통학을 하다, 2학년 1학기땐 친구들과 자취 잠깐. 그러다, 고 2 2학기부턴 아예 독서실로 들어와 살았지. 당연, 형설지공을 위한 조처는 아니였고 그저 '싼맛에' 울 모친. 조여사가 날 그리로 내쫓았던거야. -_-+
울 학교는 안동에 있는 길, 모 여고로 바로 옆엔 경, 모 남고랑 붙어 있었는데? 그래서 우리 독서실도 주로 길, 모 여고 애들이랑 경,모 남고 애들이랑 같이 이용했다. 4층을 하나 더 올리기 전이라, 3층 건물 안에 얇은 조립 판넬 하날 '벽' 삼아, 이팔청춘 몽룡과 춘향을 강제로 노놔 (나눠) 논 머 그런 구조였고.
내 자린, 맨 안쪽 구석 한 벽면 바로 옆이였는데? 이 자린 주로 '잠만 자는 애' 들이 차지하던 곳이였지. -_-;;; 공부는 학교셔 하는 거지. 독서실에선 하는게 아니다. 가 당시 나의 철두철미한 신조였거등;;
여튼 그러던 어느 날인가. 얇은 판넬 틈새에 낀 쪽지 하나가 발견된 것이였다. 그 쪽지엔? 참말 그 글씨체도 앙증맞게,
안녕? 식당셔 너 밥먹는거 매일 본다. 니 자리가 내 바로 옆자리지? 공부 열심히 해라 OO 야.
헐,, 그러니까 이 '앙증맞은' 넘은 나의 판넬 건너편. 즉, 남자 독서실 맨 안쪽 구석 한쪽 벽면을 차지한, 또 다른 '잠만 자는 애' 였던 것이였지. -_-;;
그 날부터 친구들은 낄낄거리며 식당에만 가면 언넘인가? 를 이잡듯 뒤지기 시작했고, 얼마 안가, 벌개진 얼굴로 고갤 쳐박고 숟가락질만 깨작이던 그 녀석이 발각 되었지., 그리고 그때부터 우린,,,,
내 자의완 무관하게, 그 이름도 웃긴, 독서실 쪽지 커플 (-_-?) 이 되었다.
이후로도 몇번의 쪽지가 판넬 틈새를 비집고 넘어오곤 했었는데? 내가 회신을 한 적은 한번도 없었던 것 같다. 그냥 모.. 내가 잘나선 아니곤, 난 귀엽게 생긴 남잔, 암만 할배라도, 남동생 보듯 하는 고약한 취미가 있어서리... -_-a
여튼 양측 고교 모두에서, '쪽지 커플' 로 억울하게 낙인된 채 1년여의 시간이 흘러, 고등학교 졸업하던 날. 친구들의 수작질에 넘어가. 녀석과 처음으로 딱한번. 고교 뒷편 달동네 언덕배길 함께 산책나간 적이 있었지.
물론, 녀석은 쪽지가 아니면 대화 자체가 불가능한냥? 말 한마디 없이 그저 걷기만 했고.. 녀석의 끝인산, 첫인사와 마찬가지로 '공부 열심히 해라' 였지.
그 후 녀석은 계속 안동에 남고 난 대구로 건너 왔다. 후일 듣자니? 대학 들어가선, 같은 과에 있던 내 친굴 죽자사자 쫓아 다녔다더군.
나쁜 느므 시끼... 비록 판넬이 가로 막고 있긴 했지만, 우리가 '함께 붙어 산' 그 1년여의 세월은 지한테 뭐였냔 !! 말이지. -_-;;
아, 나는 그 아이의 첫사랑이였던 것일까. 아님, 혹, 얘는 정말, 단지, 내가 공부를 안할까봐? -_-;; 그냥 그게 몹시 걱정이 되었던 걸까 ??
1년 내내... 시적모험 공부하는 거 걱정하다 사랑고백도 못한 그 <녀석>이 불쌍타.........
시적모험 친구를 죽자사자 따라다닌 것은 아마.. 복수심 때문이 아니었을까?
아니면 친구가 시적모험과 많이 닮았다던가.... 마치 러브레터처럼.....
여하튼.. 시적모험.. 공부 쫌만 더 열심히 하지 그랬어..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