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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집 일등 반찬은 짠지다.
짠지는 모르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가을 김장할 때, 무를 소금물에 저장하는 것이다.
동치미와 비슷한데, 동치미는 국물도 먹는 것에 비해
짠지는 더 짜게 절이고, 국물은 먹지 않고, 먹을 때 물을 부어 먹는다
여름 철에 오이를 소금물에 저장하면 오이지가 된다.
짠지나 오이지는 내가 살던 김포 사람들에게는 김치만큼이나 주된 반찬이다.
아무 맛도 없다는 것이 짠지나 오이지의 맛이다.
김장김치를 다 먹어갈 무렵에 짠지를 꺼내 먹는데, 나는 아직 짠지는 직접 담아보지 않았다.
짠지를 먹어야 하는 3월 말이나 4월 초쯤 집에 가면 어머님이 알아서 챙겨 주신다.
먼저 가지고 온 한 통 다 먹고. 이번 어버이날에 집에 갔다가 또 한 통 가지고 왔다.
아침에 짠지를 썰다가, '어머님이 담궈 주시는 짠지를 언제까지 먹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났다.
시집을 가니 어머님은 48세, 할머니는 78세셨다.
그동안 어머님은 아버님과 논,밭 들일을 남자 이상으로 하고 계셨고
집안 살림은 할머니가 하고 계셨다.
시집 갈 때까지 엄마가 해 주는 밥 먹고, 엄마가 빨아 주는 옷 입고 살았는데
시집가자 마자 할머니께 밥 하는 법, 김치 담는 법 배워가며 살림꾼 노릇을 톡톡히 했었다.
그러니만큼 어머니는 정말 안살림은 못 하셨다.
그대신 거칠고 힘이 많이 드는 일은 잘 하셨다.
모내기, 벼베기, 김매기는 선수였다.
거의 남 두 몫을 하셔서, 동네 사람들이 서로 데려 가려고 하는 정도다.
그런 어머니가 잘 하시는 반찬이 딱 한 가지인데, 그게 바로 짠지다.
너무 짜지도 않고, 그렇다고 싱겁지도 않은 딱 맞는 그 심심한 맛
그 짠지를 먹는 것도 우리집 식이 있다.
다른 집들은 짠지를 나박김치 썰듯이 나박나박 써는데, 우리집은 채로 썬다.
나이 많으신 할머니가 치아도 남보다 나쁘셔서, 짠지를 가늘게 채 썰어 드려야 잡수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생무도 아닌 소금에 절인 무를 채로 써는 일은 쉽지가 않다.
할머니도 안 계시니 남들처럼 편하게 나박썰기를 할까 하고 해 봤더니, 제 맛이 안 나는 것 같다.
할머니 돌아가신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짠지는 채 썰어서 먹는다.
아직은 건강하신 편이지만, 어머님 연세가 팔순이시다.
올 가을에 어머님이 짠지 담을 때는 꼭 가서 배워둬야 할 것 같다.
(파송송, 고추가루는 사진 찍기 위한 화장이고, 평상시 먹을 때는 밋밋한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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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