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어머님은 9년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평생을 시골에서 사시다가 환갑 넘기시고 서울로 올라오셔서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바로 위 형님댁에 계셨습니다. 형님 형수님 출근하시고 손주들 마저 학교 가고 나면, 외로이 혼자서 빈 아파트를 지키고 계시기를 거의 20여 년이었습니다. 지금도 잊을 수가 없네요. 아이들 학교 다녀올 시간이면 늘 베란다에 손을 얹고 구부정한 허리를 지탱하시고는 눈마중으로 내려다 보시던 그 모습 ...
팔순을 넘기시더니는 세월이란 어쩔 수 없음인지 날로 쇠약해지시다가 결국 소천하셨어요. 86세에 돌아가셨으니 남들은 많이 사셨다고들 합디다만, 저로서는 정말이지 통탄스러웠습니다. 아들 여섯중 어려서부터 유독 애를 많이 썩였으니 ... 어머님 돌아가시기 전에 단 며칠이라도 모시고 싶었는데...
7남매(6남1녀)중에 제가 가장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해서, 늘 형님들이 충분히 드린다는 핑게로 차후로 미뤄가며 용돈 한번 제대로 안(못)드렸습니다. 모처럼 뵈러 들리면 우리가 가장 어렵게 산다시며 오히려 속곳 속 쌈짓돈을 꾸기적 꾸기적 빼내셔서 제 집사람과 아이들 용돈을 몰래 챙겨 주시곤 하셨는데, 내자와 아이들은 마냥 좋아라 하면서도 집밖을 나서면서는 다같이 눈물을 훔치며 발길을 돌리곤 했습니다. 지금도 안사람은 저 보다 더 눈물을 흘립니다. 고부간 치고는 살아 생전에나 지금이나 참으로 보기드문 현상이라서 내자가 늘 고맙기만 합니다.
돌아가시기 두어달 전 추석날, 우리 애들한테 주려고 챙긴 돈을 깜박 잊고 못주신 모양입니다. 나중에 들은 얘기인데, 춘천 손녀들한테 그 돈을 못주었다면서 '내 정신 좀 봐라, 내 정신 좀...' 혀를 끌끌 차며 우시더랍니다. 그때만 해도 정신이 계셨습니다.
그러자 얼마 안가서 형님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갑자기 어머님이 이상하시다고 ... 연락을 받고는 그날부터 춘천에서 서울로 출퇴근을 했습니다. 노인분들 건강은 예측불허더군요. 그야말로 일주일 여 만에 급격히 쇠약해 지시더라구요. 그러면서 안하시던 행동도 하시구요. 생전에 남에게는 물론 며느리/자식/손주들에게도 싫은 말씀 한마디 안하시던 분이 돌아가시기 며칠 전에는 자꾸 엉뚱한 말씀을 하십디다. 그 중에 가장 곤혹스러웠던 것은, 형수님 더러 그 돈을 가져가지 않았냐면서 ... 의심의 눈초리로 입을 삐쭉거리기도 하시고 ... (그때, 살포시 웃으시며 담담히 대처하시던 형수님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습니다.)
나중에 돌아가신 후에 형수님께서 장롱속 유품을 챙기시다가 그 돈을 발견하는 것을 옆에서 보았습니다. 비닐로 감싸서 어머님의 속곳에 감추어 두었더라구요. 너무 단단히 챙겨두셨기에 오히려 기억을 못해 내신 것 같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치 못했습니다. 저는 그렇게 어머님을 보내드렸습니다. 그 흔한 용돈 한번 흡족히 드리지 못하고 끝내는 거꾸로 걱정만 끼쳐드린 채로 ...
님! 살아 생존해 계실 때 자주 찾아 뵈세요. 돈으로만 효도하는 것이 아니더군요. 늘 전화드리시구요. 간혹 가셔서 어깨도 좀 주물러 드리세요. 말동무도 되어드리구요. 손주녀석들 데리고 가서 같이 벗해드리면 더 없이 좋아하십니다. 며느리가 어깨를 주물러 드리면 더 더욱 흐뭇해 하시구요.
저희 어머님은 9년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평생을 시골에서 사시다가 환갑 넘기시고 서울로 올라오셔서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바로 위 형님댁에 계셨습니다. 형님 형수님 출근하시고 손주들 마저 학교 가고 나면, 외로이 혼자서 빈 아파트를 지키고 계시기를 거의 20여 년이었습니다. 지금도 잊을 수가 없네요. 아이들 학교 다녀올 시간이면 늘 베란다에 손을 얹고 구부정한 허리를 지탱하시고는 눈마중으로 내려다 보시던 그 모습 ...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