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인편으로 보내준 선물. 친구 주장에 의하면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좋은 커피란다. 갑자기 기분이 무지 좋아졌다. Kluang Station이라는 유명한 레스토랑+아웃렛+커피하우스에서 만들어 판매하는 말레이시아 산 커피. 상표에 기차가 그려져 있는 이유는 그 클루앙이라는 곳이 지명인데 거기 기차역에 붙어있던 음식점이 유명해져서 아주 커다란 회사가 되었고 그곳 커피가 무려 1938년부터 유명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워낙 자바, 발리, 그리고 슬라웨시 등에서 생산되는 커피가 유명한데, 말레이시아 커피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그 나름 평이 괜찮다. 콩은 딱 한 차례 먹어보았고 봉지 커피는 많이 먹어보았는데,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봉지 커피와는 좀 다르다. 좀더 복잡한 맛이다. 이른바 <3 in 1>인데, 동남아 여러나라에서 매우 흔하게 파는 봉지 커피 방식으로 물론 커피, 크림, 설탕을 말한다.
그런데 얘네들은 무려 <5 in 1>이다. 그 나머지 두 가지 중 해석 가능한 원료(...)는 무려 인삼(!)이고, 다른 하나는 '통캣 알리'라는 그 지방 특산 열대식물의 뿌리다. 우리로 치면 칡 같은 것인데 좀 싸아한 맛이 난다고 한다. 아무튼 이것 역시 꽤 오래 전에 다른 말레이시아 친구가 준 것을 별 기회가 없어 마시지 못하고 거의 1년에 걸쳐 마시다가 이제 2 봉지 남았다. 어떤 맛인가 하면, 약간 시큼한 뒷맛과 함께 커피나 설탕이 아닌 다른 맛이 덩달아 남는다. 좀 단 맛인데, 아무튼 설탕은 아니다. 칡과 커피를 함께 먹어본 적은 없지만 아마 비슷할 것 같은 상상이 들기도 한다.
이 두 가지는 알리카페가 아니고 호야 라는 상표로, 큰 봉지의 것은 3 in 1, 바로 위의 것은 그 전에 먹었던 5 in 1 커피인데, 이거 맛이 아주 풍부하고 좋았다. 게다가 내가 애용하던 커다란 머그에 물을 잔뜩 부어도 저거 한 봉지면 문제 없었다. 아마 카푸치노 등등에 단 맛을 사정없이 추가하면 이런 맛이 될까. 아무튼 기숙사에서 뭔가 단 맛을 원할 때 애용했다.
이건 한국에서도 어느 백화점 지하 수입식품 파는 곳에서 얼핏 본 베트남 봉지 커피(외장 하드에서 이 사진 찾느라 무지 오래 걸렸다). 사실 베트남 커피도 맛이 말레이시아와 비슷한데, 콩은 의외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역시 봉지는 좀 덜 알려져 있다. 아무튼 뭔가 커피, 크림, 설탕 이외의 것이 섞인 듯한 맛이다. 알리카페나 위의 다른 말레이시아 산들과 어딘지 비슷하다. 즉, 뭔가 다른 맛이 뒤에 남는다. 뭔지는 모른다.
이건 대만 커피. 위의 말레이시아, 베트남 커피와 마찬가지로 대만에서 재배한 커피로 만든 순수 대만 커피다. 구컨古坑 이라는 대만 중부 산지에서 나는 대만 '국산' 커피. 콩은 먹어보지 못했고, 봉지 커피 맛은 그리 특이한 점이 없다. 크림이 좀 강해서 약간 답답한 느낌이었다. 전체적으로 역시 다른 동남아산들과 비슷하게 뭔가 다른게 섞인 듯한 맛.
친구가 보내준 커피 자랑하려다가 웬 봉지 커피 소개하는 글이 되어버렸다. 이밖에 인도네시아 커피, 인도 커피 등을 먹어보았는데, 콩을 제외한 인스턴트 커피(그래뉼 또는 봉지)는 나라마다 특색이 있다고 생각한다. 즉, 똑같지 않았다. 내 입맛에는 말레이시아 산 호야 커피(봉지)가 가장 맞았다. 풍부한 크림과 적당한 설탕, 그리고 물을 많이 부어도 여전히 본연의 맛으로 버티어주는 커피, 딱 좋았다.
아직 저 맨 위의 사진은 개봉하지 않았다. 아까워서. 그렇게 아직 뜯지 않은 차와 커피가 아직 몇 가지 있는데, 한 백년 쯤 후에 개봉하려나... 어리석다.
야 기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