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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는 왜 그리 돈이 없었는지 모르겠다. 거기다 대딩들은 뭘해도 잘 잡아가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자리 잡혀 있어 우리 생각엔 장난이라고 여겼던 일들이 지금의 기준으로 봐서는 명백한 범죄다.
잘 뭉쳐 다니던 날라리들이 나까지 대략 7명 정도가 되었는데 이 중엔 골수 좌익부터 환상의 부르조아 아들까지 그야말로 잡동사니 모임 그 자체였다. 다들 한 술씩 했고 노는데는 일가견들이 있는 그야말로 대학에 와서 염불에는 관심이 없고 잿밥에만 관심들이 있었던 놈들이었다.
매일 학교 앞에서 술 먹는 것도 지쳐갈 무렵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내가 아닌가 싶다.
"야, 오늘은 돈없이 술 먹어 보자" "How?" "먹고 그냥 대포까는 거야.ㅋㅋ"
그래서 일단 몇가지 전략을 세웠다.
1.장소 :학교 부근은 피한다. 대신 지리에는 좀 밝아야 한다. 그래서 결정된 장소가 관철동 일대였다. 2.거사자금:갖고 있는 돈은 일단 한사람에게 집중시킨다. 3.추진방법:모은 돈을 한 사람의 지갑에 넣고 계산할 때 그 사람만 제외하고 모두 밖에 먼저 나가서 종각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다. 예를 들어 32,700원이 나왔을 경우 남아있는 한 사람이 700원요? 라고 되물으며 밖에 문을 열고 "야, 700원 있냐?"라고 소리친다. 이미 두둑한 지갑을 보여준 상황이어서 주인이 전혀 의심을 안한다. 물론 그 때 밖엔 아무도 없다. 이미 종각에서 희희낙락하고 있거든. 그러면서 돈을 받는 척하면서 망설임없이 전력으로 달려 도망간다. 끝.
물론 무리 중에 가장 있어 보이고 순발력있는 내가 총대를 매기로 했고 2차까지 무사히 끝내고 우리는 마치 전투에서 승리한 병사들처럼 즐거워하며 다시 학교 앞으로 가서 성대한 파티로 우리의 거사를 마무리 짓기로 했는데, 한 놈이 지가 꼭한번 최후의 일인이 되어서 거사를 치르고 싶다는 거였다. 나의 냉철한 분석으로 더 이상은 무리다. 이미 술들이 거나했고 꼬리가 길면 잡힌다 했으니 위험하다라고 반대의사를 냈으나 이미 친구놈들의 간댕이는 커질만큼 커진 상황.
할 수 없이 치킨집에서 간단히 맥주 한 잔 하기로 하고 맥주 대략 1,000CC정도씩만 먹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이번에는 선발대에 섞여 종각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왠걸 아무리 기다려도 님은 오지않고..... 다음은 뭐 예상한 그대로다.
그래도 마음 좋은 주인 아저씨 덕에 덤으로 500 한잔씩 얻어 먹으며 훈계를 들어야 했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도 장사를 해봤던 경험으로) 그게 얼마나 나쁜짓이었냐 깨닫게 된다.
그래도 그때는 그런 일들이 낭만이란 이름으로 포장되어 자랑거리인양 떠들고 다녔던 그런 철없던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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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기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