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직 애견미용사다.. 너무 힘이 들고 골병이 들어 때려쳤지만.. 꽤 오래 미용했다.. 애견미용사들 뭐.. 골병드는거야 흔한 일이지...
왼쪽 사진은.. 한 7년 전인데... 아.. 저 개를 델고 왔던 아줌마를 아직도 기억한다.. 첨엔 개는 안데리고 오고 한 아주머니가 혼자 오셨다. 다리가 좀 불편해보였는데.. 돈이 없다고 .. 근데 개 상태가 많이 안좋다고... 아줌마가 좀 다리가 불편한것이 안되어 보여 그냥 싸게 해줄테니 델고 오라했다..
개를 본 나는 경악을.. 엄청 엉켜있어서 털이 한덩어리로 떨어진 개는 많이 봐왔지만.. 난 저 개를 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저런 상태의 개는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했다. 근데 나중에 아줌마 딸래미가 개를 데릴러 왔는데 온갖 브랜드로 치장한..ㅡ.ㅡ;;; 돈 없다며... 쩝...
암튼 장장 6시간을 미용했다.
밖에서 키웠다더라..관리 전혀 안해줬다더라....
털은 다 엉켜서 붙어있었는데 얼마나 엉켰는지.. 저 갑옷의 두께가 10센티는 되었다. 그 털 속이 마치 식빵같이 그렇게 되어있더라... 바리깡은 아예 날이 들어가지고 않고.. 엉덩이 부분엔 똥이 털에 엉겨붙어 있어 아예 항문쪽을 막고 있었다. 똥을 싸면 똥이 털에 엉겨붙고 엉겨붙고.. 그래서 내 주먹만한 똥이 겉은 살짝 굳은 상태로 항문에 붙어있었다.
아줌마왈.. 그래서 개가 똥 쌀때 굉장히 고통스러워했구나.. 라고.. 쩝... 욕나온다.. 개는 얼마나 고통스러웠겠니...
온 몸에 진드기와 이가 있었고.. 난 그거 다 일일이 떼어 줄 수도 없었다.. 너무 많아서.. 귀에 털이 엉킨게 자라고 엉킨게 자라고.. 계속 그러다 보니 귀도 한쪽은 살점들이 떨어져 나가 제 모습이 아니였다.. 온몸에 피부병 투성이였고..
또한 관리받아 본 적이 없으니 사납기도 했고.. 물더라고...
암튼 그렇게 정말 힘든 미용을 마치고 주인이 좋아하는거 보니 뿌듯했다.
근데.. 저런 개들은... 밖에서 키우면 안된다.. 뭐 우리나라 사람들은 개를 밖에서 키워야한다는 그런 인식이 많은데..
저런 개들은.. 밖에서 키울 수가 없다.
애완견들은 특히나 그렇다.
환경변화에 맞추어 자연적인 진화를 거쳐 지금의 모습에 이른 것이 아니거든. 철저히 인간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옆의 시추도 역시 마찬가지.. 코는 짧아 숨쉬기는 어렵고 눈알은 튀어나올듯하여 눈에 관한 질병도 잘 걸리고.. 원래 통통한 체형이라 앞다리는 휘게 되고.. 털도 계속 자라나기때문에 지속적인 관리가 없으면 왼쪽의 개처럼 변해버리지...
사람이 저렇게 만든거야.. 개처럼 유전적인 질병을 많이 가진 종은 드물다. 또한 개처럼 같은 종임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다양한 크기와 모습을 하고 있는 생물체도 없다. 치와와부터 세인트버나트까지..
모두 인간이 자신의 입맛대로 저렇게 다양하게 개량한 것이다. 그러니 생물학적으로 취약할 수 밖에 없지..
곱슬/프론트라인 이라는 외부기생충약이 있어 주기적으로 해줘야해. 산에 한번만 다녀와도 진드기 붙거든~~
노근/ 그리고 잡종견들이 튼튼하다~~ 유전적으로 섞여서 그런가~~ 암튼 미용할떄 딱 잡으면 손끝에 전해오는 느낌이 틀려.. 엄청 다부져. 그리고 상당히 영리하지.. 대신 미용할땐.. 잘 물어..T.T 영리하기떄문에 공포심도 더 많기도 하고.. 좀더 공격적인 성향이 많어..
우리 강지는 가끔가던 애견카페에 목욕과 잔털정리, 발톱깍기, 항문낭 제거 등 기초적인 거 맡겼더니
데려오자 설사를 하더라구. 워낙 자기 몸에 사람이 손데는 거 싫어해서 스트레스가 좀 컷던 모양이지.
심플/집이 지나치게 큰거 아닌가? 주인 옷이나 평소 깔고있던 이불같은 거 넣어줘봐.
맛나는 먹이를 던져 넣어줘서 유인해도 되고... 주인이 들어가 불러들이기도 하더라 ~ㅋ
토굴에서 생활하던 개의 야생습성이 남아서 개집은 약간 어둡고 몸에 살짝 끼는 크기가 좋다더라구.
우리집 강지는 이불 던져 넣어 줬더니 태연하게 들어가 자리잡고 놀더라구.
심플/ 우리집 개도 그렇게 집에 안들어가고 눈비 다 처맞고 있는걸 아무리 해도 못 고치다가
어느날 우리 아버지가 정말 비오는날 먼지 나도록 패면서 가르쳤다. 그러고나서는 식구들 누구라도 "들어가"
한마디면 얼른 튀어 들어간다. 맞은건 좀 불쌍한데 지난 겨울 그 눈보라 속에서도 맨땅에서 밤새 버티고
있었던걸 생각하면 다행인것 같다. 밤새 죽고 사는걸 그땐 하늘에 맡겼다. 진짜로.ㅎㅎ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