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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딩 땐 공부는 정말 못(안)했던 거 같다.
특히 1,2학년 때는 자체 휴강도 많았고 23박24일의 초대형 나홀로 여행도 떠났던 터라 학점을 기대한 다는 자체가 우스웠고 사실 철딱서니 없었을 때라 관심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선생님들과는 자연스럽게 거리가 있었고 날 좋아하고 관심 가져주는 선생님은 홍일점은 여선생님밖에 없었다.
술은 좋아해서 학교 행사가 있으면 빠지지 않았고 또 과에서 행사가 있으면 말을 좀 한다는 이유로 매번 사회를 맡겨서 행사 뒤에 선생님들과 술자리는 자주 했지만 그다지 날 제대로 학생취급 해주는 분위기는 아니었고 그냥 너같은 넘이 어떻게 내 밑에서 공부하게 됐냐 하는 식의 의혹어린 눈길을 몇 번 받았을 뿐이었다. 난 원래 기질이 맘에 드는 사람들 앞에서는 존 뻔뻔해지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상당히 내성적이 되어 버린다. 대학 선생이란 사람들이 별로 맘에 안 들어 나역시 주로 선배나 친구들과 얘기하면서 비싼 술 아작이나 내곤 했었다.
그러다가 내가 선생님 중에 한 분과 친해지게 되었는데 당시에 50대 중반 정도 되셨고 젊을 때 중앙정보부에 근무했었다는 소문이 돌았었다. 사실 그 선생님도 그래서 약간은 왕따 아니었나 하는 의심이 든다. 근데 밑의 교수들이 자기 제자들이 몇 명 있었으니 그걸로 버티신 거 같다. 선생님의 잦은 호출에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학교 생맥주집에서 술 대작은 해 드려야 했고 선생님의 삶의 애환까지 들어드려야 했고 가끔은 선생님 점심 드실 동무가 없으면 대타로까지 뛰어 드려야 했다. 대신 레포트는 면제였다.
어느 정도 친했냐하면 어느 날 내가 이랬다 '선생님! 제가 매일 선생님과 술도 마셔 주고 놀아도 주고 밥도 같이 먹어 드리는데 왜 학점은 그 모양으로 주시는 거예요?' 술이 취한 척 들이댔다. 선생님 하시는 말씀이 '아, 그거? 난 채점할 때 이름 써 있는 곳을 안보이게 묶고 채점해. 술 좀 같이 먹는다고 점수 줄 수는 없잖아. 학자의 양심이 있지.' 근데 신기하게도 그 뒤로 투시력을 연구하셨는지 졸업 때까지 그 전공과목은 A+ 고정이었다.
선생님과 일화는 많은데, 심지어는 안식년을 내가 회사에서 해외 파견 나간 곳으로 오셨다. 본인은 우연이라고 강변하지만 ㅋㅋ. 각설하고 결정적으로 친해진 사건이,
그 날도 무슨 중요한 과행사가 있었던 거 같다. 졸업한 동문 선배가 오셔서(선생님과 무척 친했던 듯) 같이 식사도 하고 술도 마시고 했는데 어찌 하다 보니 마지막까지 남은게 선생님과 그 선배, 그리고 달랑 나 혼자였다. 아무튼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뭐, 단란주점 비슷한 데를 갔었다. 생전 처음 아가씨가 있는 술집에 갔으니 얼마나 신기 했겠냐? 그냥 가슴만 두근두근ㅋ 술이 확 깨더라구.자리배치는 우리 세 명에 아가씨가 두 명 들어왔는데 선생님과 우리들 사이에 각각 앉았다. 고로 선생님은 옆에 아가씨를 두 명 다 품은 형태가 되었다. 노래 부르라고 해서 노래나 부르고 비싼 양주 얻어 먹고 안주나 집어 먹고 있는데 어느 순간 옆에 있는 아가씨 다리가 눈에 들어 왔는데 술이 취해서인지 그 다리가 너무 이뻐 보이는거다. 그 때부터 맘 속에서 함 만지고 싶은 충동이 불길처럼 일어나더라구. 근데 선생님도 계시고 첨 보는 선배도 있기에 속으로 참을 인자만 몇 수십 번 새겼다. 그러다 그 선배가 노래 한 곡 하겠다고 나섰고 선생님도 무심히 그 선배 노래 하는 걸 쳐다 보고 있길래 '그래 이 때다' 싶어 손을 탁자 밑으로 가져가서 슬며시 아가씨의 허벅지 쪽으로 옮겼다.(아마 누나뻘 됐겠지만 늙다리랑 있는데 그래도 파릇파릇한 내가 귀엽지 않았겠나? 직업정신으로 잘 대해준걸 내가 착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래서 용기를 냈었다) 점점 대담해져서 안쪽으로 손을 옴직이는데 갑자기 손이 하나 잡히는 거다. 근데 그 느낌이 무지 더러웠다. 부드러운 아가씨의 손길이 아니라 뭔가 시커멓고 두툼하게 느껴지는 손이었다.
그 때 조용히 들려오는 선생님의 목소리
'카이사르야, 손 치워라'
나중에 술자리에서 선생님에게 여쭤봤다. '아니, 선생님! 왜 그 사건 이후로 절 맨날 불러서 술 먹자고 괴롭히시는 거예요'
선생님 말씀이, '응, 그냥~ 미안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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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