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생활방에 해윤님이 올린 글을 보았다.
나뿐 아니라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열광하고 맛있어 하는 칼국수와 수제비를
증오의 음식이라 폄하(?)하면서 그에 얽힌 어린 시절의 아픈 추억담을 풀어 놓
았다.
그 이야기를 읽는 순간 나도 또한 비슷한 추억이 담긴 음식이 있어서 이바구를 풀어 보기로 한다.
난 우리 아이들 특히 길현이가 환장하는 햄버거나 피자, 카레 등 이런 음식들을 별로 좋아 하지 않는다.
가끔 아이들 소원 풀어 주는 셈 치고 같이 햄버거 가게에 가서 부자가 오붓하게
햄버거를 먹긴 하지만 속으로는 별로 내키지 않는다. 햄버거나 정크푸드가
꼭 비만의 원인이다 뭐다 해서 그러는 건 아니다.
단지 그 음식들의 냄새 속에는 어릴 때 할머니 댁 난로 위 냄비에서 부글 부글 끓던
어떤 음식의 향기와 오버랩 되기 때문이다.....
우리집은 안동 산골서 서울에 올라와 흑석동에 살다가 봉천동 산꼭대기로 이사를 가서 살았다.
먼저 서울에 올라 온 할머니 할아버지는 대방동에 무허가로 집을 짓고 살았고,
우리는 방학 때나 제사 때 아니면 어머니 아버지가 전쟁을 치루고 있을 때 우리들의 피난처로
대방동을 찾았다. 그 당시 대방동은 거의 군부대 천지였다. 공군부대,해군부대,미군부대등등
여담이지만 그 유명한 실미도 사건의 주무대인 유한양행도 할머니 댁에서 몇 십 미터 떨어 지지 않았다.
당시에는 대한민국 어디서나 그렇듯이 먹을 것이 여의치 않았다.
나는 직접 먹어 보지는 못했지만 미군이 보내 준 덩어리 우유와 옥수수 죽을 끓여
배급을 받아 먹었다던 선배들 이야기도 들었다.
할머님 댁 난로위 냄비 속에서 끓던 음식은 다름 아닌 미군부대에서 흘러 나온 잔반, 이름하여
"꿀꿀이죽"이었다. 원래 군부대나 음식점 같은 곳에서 나오는 잔반이 돼지의 먹거리가 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 돼지가 먹어야 할 음식이 사람들이 먹어야 할 정도로 어려웠던 시절,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지만 그 때는 그러했다.
꿀꿀이 죽을 큰 드럼통에 넣고 온 동네를 다니면서 파는 부부의 기억도 아스라 하지만
그 꿀꿀이 죽이 끓고 있을 때 나는 특이한 향기도 아스라하다.
그 향기가 바로 아들이 죽도록 좋아라 하는 바로 그 햄버거,피자, 카레의 향기다.....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