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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재단의 임원이시자 노무현 대통령께서 각별히 좋아하셨던 시 ‘담쟁이’의 저자이신 도종환 선생님은 좋은 시인이 되기 위해서는 공부를, 박사 수준의 논문 한 편이 완성될 수 있을 정도의 연구를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꽃에 대해 시를 쓰고 싶다면 꽃의 본체를 알아야 하고, 노을을 묘사하고 싶다면 노을이 왜 생기는지, 엄마를 칭송(또는 저주)하고 싶다면 엄마라는 존재가 가정에서 사회에서 나에게, 너에게,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완전하고 철저하게 연구해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성의 고리들로 만들어놓아야 한다.
내가 감명을 받았던 또 하나의 설거지는 당시 초딩 3학년인 아들놈 설거지였다. 아마 정해윤 기자가 몸서리치게 싫어했던 칼국수로 점심을 먹었던 것 같다. 장난기가 발동을 해서 내가 정색을 하고 아이에게 설거지를 시켰다. 국수 먹은 식탁의 설거지는 물로 잘 씻기만 해도 설거지 티가 팍 나기 때문에 부담이 없기 때문이었다. 녀석 누나가 반찬들을 챙겨 냉장고에 집어넣고 아이가 설거지를 시작했다.
첫설거지이기 때문에 사전 대화가 필요하다.
“먼저 설거지 통 두 개에 물을 받아. 그리고 한 통에서 그릇들을 물에다 헹구면서 수세미로 붙어 있는 건더기들을 떼어내. 그 다음 다른 통에서 그 그릇들을 다시 한번 깨끗이 닦아서 옆에 플라스틱 통에 세워놓으면 돼.”
“여기 플라스틱 통에 그릇들이 있자너?”
“그러니 그 그릇은 먼저 찬장에다 집어넣고 시작해야지.”
“아빠, 장갑은 끼고 해야 돼?”
“안 껴도 돼.”
“그럼 옷에 물이 묻자나!”
“옷소매를 팔꿈치까지 올리고 하면 되잖아.”
“싫어. 엄마가 하는 거처럼 할 거야.”
아이는 그 설거지 당번은 자신임을 알고 옆에 있던 작은 의자를 갖다 놓고 플라스틱 통 안의 그릇들을 하나씩 집어 저 위쪽의 찬장에다 하나씩 조심해서 수납했다. 이어 벽에 걸린 엄마의 앞치마를 한번 보더니 그 크기에 위압되었는지 포기해버렸다. 이제 제 두 손이 다 들어갈 정도로 큰 고무장갑을 간신히 끼고는 나의 구두 매뉴얼에 따라 설거지를 시작했다. 큰 장갑 안에서 손가락이 따로 노니 물기 머금은 그릇이 자꾸 빠진다. 아마 그 장갑의 기능이 자기 일의 효율에는 도움이 되지 않음을 느꼈으리라.
뜨거운 밥 한끼를 먹을 시간이 지나 설거지 공정이 끝나자 녀석은 나에게 놀라운 마무리 신공을 보여주었다. 씽크대 아래 장에서 마른 행주를 꺼내더니 개수통 주변의 물기를 다 닦아내는 게 아닌가. ‘어, 이건 내가 지도한 공정을 뛰어넘는 마무린데!’ 그래서 녀석에게 물었다.
“어떻게 그렇게 할 생각을 다 했냐?”
“응, 엄마는 항상 이렇게 해.”
아이들은 부모와 대화를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부모들의 화석화된 마음은 아이들에게 부모의 대화법을 배우라 강요한다. 부모의 대화법이 자기들에게 얼마만한 보상을 요구하는지 경험칙으로 알고 있는 아이들은 대화의 문을 닫고 주변 사물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부모들은 자신들이 아이들에 의하여 어느 정도 깊게 연구되고 논의되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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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