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못먹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아마 발효음식 특유의 냄새가 거슬렸던 것같다. 지금도 생김치는 못먹는다.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다 안먹는다. 볶은 김치, 김치찌개 등은 잘 먹는 걸로 미루어 볼 때 내 짐작이 맞을 거다.
초딩 때 하루는 엄마가 몽둥이를 옆에 놓고 한국 사람은 김치를 먹어야 한다며 강제로 김치를 먹게 한 적이 있다. 매가 무서워 억지로 입에 넣었고 결과는 그냥 다 토해 버렸다. 그 이후로 엄마는 김치 먹이는 걸 단념하셨다. 학교 다닐 때도 김치때문에 이런 저런 에피소드가 있었으나 내가 통제할 수 있는 환경이어서 큰 사건없이 지나갈 수가 있었다.
군대에 가게되자 부모님은 내 입이 짧은 걸 걱정하셨고 그 중에서도 김치를 안 먹으면 도대체 뭘 반찬으로해서 밥을 먹을 거냐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셨다.
훈련소에 입소해서 고된 훈련과 얼차려로 우리는 항상 파김치가 됐고 식사시간만되면 그 놈의 식사 끝 몇초전이라는 비인간적인 환경에서 허겁지겁 밥을 위속으로 꾸역꾸역 집어 넣어야하는 인간 이하의 생활이었다. 그래도 개별배식(각자 먹고 싶은 만큼만 식판에 담는 것)이어서 김치 안 먹는 것이 그리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한 번은 옆의 동기가 왜 김치는 안 떠오냐고 물어서 안 먹는다고 하니 가져와서 자기를 주면 어떻겠냐고 하길래 난 김치 냄새만 맡아도 구역질이 난다며 정중히 거절했던 기억이 있다.
자대배치를 받고(난 강원도 인제에서 군생활을 했다. 그렇다! 인제가면 언제오나 원통해서 못살겟다로 유명한 그 동네가 맞다) 말단 소총수로 박박 기는 생활을 하게됐다. 자대배치 받은 지 2주일만에 동계훈련을 뛰게 되었고(청천병력과 같은 소리였다) 훈련준비의 분주함에 내가 식사시간마다 김치를 외면한다는 사실은 그냥 묻혀 지나갔다.
훈련을 나가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야외에서의 군인들의 식사라는 것이 반합에다가 국을 받고 비닐봉지에 밥을 담고 반합 두껑에 이러저러한 반찬을 담아두는 것이 보통이다. 난 쫄다구여서 진지에서(보통 분대진지는 좀 좊은 곳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식사를 타올 때는 세 명 정도가 한 조를 이뤄서 타온다) 기다렸다가 밥을 먹는 호사를 누렸는데 그 날따라 김치를 새로 담가서 가져왔던 거 같다.
분대장놈이(나보다 한 살 어린 부산놈이었는데 이 놈에 대해서는 나중에 얘기 할 기회가 있을 거다) 김치를 먹어 보더니 갑자기 이러는 거다. 이해를 돕기 위해 대화체로 바꾼다.
분대장:야, 김치 새로 담근 모양이다. 맛있다! 김치 좀 먹어봐~ 일동:옛! (김치에 손을 안대는 나를 발견한 분대장) 분대장:야, 카이사르! 김치 좀 먹어. 어려워 하지말고 나:예, 알겠습니다. (그러고도 김치를 안먹는 나를 발견하고선) 분대장:야, 카이사르! 김치 좀 먹어 보라구 나:예..... 분대장:야, 김치 먹으라구, 내 말 안들려 나:저...... 김치 못 먹는데요... 분대장:뭐 김치를 안먹어. 이 새끼 졸라 이상한 새끼네. 먹어! 나:원래 안 먹습니다 분대장: 원래 안먹는게 어딨어? 먹어! 나:안 먹습니다 분대장:이 또라이같은 새끼! 김치를 안먹어? 먹어 이 씨발놈아! 나:.....안 먹습니다
그대로 군화발을 가슴에 받으며 밥 먹다 졸라 맞았던 기억이 안다. 그것도 국은 그러는 사이에 윗 부분이 살짝 얼었고 밥은 돌덩어리로 변해가는 그런 식사를 하다가 말이다.
나도 김치 잘 안 먹어. 우리엄마가 하는 말씀중에서 제일 싫어하는 말. "반찬없으면 김치랑 밥 먹어"
으악 나보고 밥 먹지말라는 말이나 다름없어. 김치찌개, 김치전,볶은 김치 등등 가열해서 익힌 김치는 잘먹는데 생김치는 잘 안 먹어. 정말 생김치 먹을 때는 맛있게 잘 익는 신김치나 아니면 김치 없이 먹으면 속이 부대끼는 음식을 먹을때.
한국사람이면 꼭 김치는 먹어야 하나??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