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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어제 밤 이야기로 썼지만 정확히 말해 어젯밤부터
오늘 새벽까지 이야기다.
첫번째 이야기
밤 10시 30분 쯤 야근하는 우리 전기실로 전화 한통이 왔다.
광명시청 주택과라고 한다. 태풍 무이파가 혹시 피해를 줄지 모르니
아파트 주민에게 방송을 좀 해 달란다. 이 시간에.....
사실 그런 거 방송해 봐야 별 효과 없다. 그리고 오히려 늦은 시간
항의성 민원전화의 가능성이 있다. 전기실에는 방송장비가 없어서
각동 경비실에 인터폰해서 태풍 무이파에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라고
했다. 다행이 민원 전화는 없었다. 11시 30분 전기실 직원 기관실
직원 모두 수면을 취하고 있는 중에 전화가 울렸다. 50x동 120x호
현관 밖 문이 없단다. 빨리 조처를 바란다고 전화를 끊었다.
민원이다. 마마 호환보다 무섭다는 민원.....잠자는 기사들을 깨우기가
미안해서 좀 귀챦지만 랜턴을 들고 50x동 12층으로 갔다.
이 아파트는 대부분의 동이 현관문 밖에 창문이 없는데 아마도 이 동은
주민들이 자부담하여 창문을 설치한 거 같았다. 예상한 대로
방송의 효과 없이 모든 창문이 열려 있었다. 사람들은 자기 집안의
창문만 신경 쓸 뿐 문밖의 창문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래도 민원은 민원이라 12층에 열려 있는 모든 창문을 닫았고
문제의 120x호에 이르렀다. 거기에는 창문이 빠져 있었다.
아마도 주민은 이 것을 보고 어떻게 해달라고 민원전화를
한 것 같았다. 밑에 보니 틀만 있고 유리는 빠진 창틀이 두개 서 있었다.
잠시 멍한 상태로 있다가 돌아 가려는데 왠 아주머니 한 분이
문 밖으로 나오셨다. 그러더니 왜 그냥 가냐고 한다.
저 문 좀 어떻게 해주고 가야지 만약 태풍에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하냐고
하신다. 난 어이가 없어서 볼 맨 소리로 내가 지금 이시간에
저 깨진 유리창을 어떻게 할 수 있겠냐고 했다. 그래도 관리소니까
어떻게 해주어야 하지 않느냐고 한다.
관리소는 신이 일하고 있는 곳이다.
두번째 이야기
아까의 일로 기분이 좋지 않으니 잠도 오지 않는다.
그래도 업치락 뒤치락 하다 보니 어찌 어찌 좀 잠이 들었다.
얼마 쯤 시간이 흘렀을까? 갑자기 잠자고 있던 전기실의 화재경보기가
울리기 시작했다. 어디서 불이야! 라는 소리는 들려 오지 않았다.
조용한 새벽이라 그런지 그렇게 시끄럽고 큰 벨소리는 태어 나서
처음 듣는 것 같았다. 그 순간 나를 비롯한 기사들이 잠자다 말고
혼비백산하여 소리의 근원을 찾아 이리 저리 날뛰었다.
다행이 전기기사님(이 분도 여기 근무한지 그리 오래 되지 않으셨다.)
이 것 저 것 소화전 판넬을 만지시니 소리가 멈추었다.
정말 혼이 다 빠져 나간 거 같았다. 아마도 요즘 장마철이라
빗물이 스며들어 어디서 오작동을 일으킨 거 같다는 설명을 들었는데
아침에 출근한 반장님께 들어 보니 원인은 건물 내부에 설치해 놓은
화재감지기가 오래 되어 녹슬고 하다 보니 오작동을 일으킨 거라고
말씀하셨다. 오래되고 문제 많은 아파트에 그것을 관리할 사람들은
신참이 대부분이니 내 부서나 타 부서나.....
세번째 이야기
새벽 5시 쯤 또 전화벨이 울렸다.
이번에는 애절하고 간절한 어떤 여성의 전화 50X동 70X호라고 또렸이
밝히면서 하는 말 자기 남편이 연락이 안된단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기가 진통을 시작했으니 자기집에 가서 남편을 깨워서
와이프가 진통 시작했다고 말 좀 해달란다.
허기사 지난 번 근무했던 곳에서는 한 밤 중에 전화해서 자기집에 혹시
가스불이 켜져 있나 확인해 달라고 하는 전화 받고 갔더니
이상이 없었더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속으로 조금 짜증은
났지만 나중에 그거 제대로 처리 안했다가는 무슨 말을 들을 지 모르고
마마 호환보다 무섭다는 민원 전화를 받은 이상 귀챦아 지기로 맘 먹었다.
일단 그 동의 경비실에 인터폰을 했다. 역시나 벨만 울리고
인터폰을 받지 않는다. 서둘러 랜턴를 챙기고 전화로 부탁받은 동으로
갔다.경비 아저씨는 휴가중! 엘리베이터를 타고 70X호로 가서 문을 두드렸다.
중년의 아저씨가 나왔다. 조금 기분이 이상했다. 그래도 자초지종을
이야기 했다.와이프가 진통을 시작했는데 연락이 안되 알리러 왔다고.....
그 아저씨왈 우리 집엔 아이낳으려는 사람 없는디요.....
새벽에 남의 집 문을 두드려 잠을 깨운 거 같아 내가 무지 미안했다.
그녀에 대한 분노는 그냥 70X호 아저씨에 대한 미안함에 묻혀 버렸다.
돌아 오면서 계속 생각해 봤다. 내가 동호수를 잘 못 받아 적었다면 어쩌지?
당장 아이를 낳을 그녀는 남편이 없음에 얼마나 불안할까? 혹시
다시 전화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생각해보니 아이 낳을 때
꼭 남편이 옆에 있어야 하나? 그러고 내가 자기 남편에게
곧 아이를 낳을거라는 것을 잘 전달했는지 궁금해서 전화를
할 수도 있지 않나? 사무실로 돌아 와서 퇴근시까지 그녀에게선 아무런
전화도 없었다. 기사님들왈 별 돌아이 같은 x이 다 있군.....
나의 나쁜 상황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퇴근하면서 비가 오지 않길래 그냥 자전거 끌고 나왔는데
하안우체국 사거리 정도 쯤 오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진퇴양난.....그래도 글을 쓰는 지금은 다 지나간 시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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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