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팔은 '책읽는 모습은 노년이든 어린아이든 아름답더라' 고 했다. 유시민과 노무현의 독서수준은 익히 알고 있을터이고...
비난과 칭찬의 영욕이 교차되는 삼성의 창업주 이병철은 평생 단 한권만의 책을 읽었다 고 했다. 그 책은 '논어' 이었고.. 논어 외의 어떤 서적도 경영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고 했다. 경영학의 시조라고 할 드러커가 경제경영 책은 멀리하고 평생을 가까이 한 책이 세익스피어의 희곡, 시 이었던 것이나 성철이 제자들에게 '책 읽지 마라' 고 한 일화도 대중에게 널리 회자되었고,
아름다운 가게로 유명한 박원순은 우연히 마주친 책 속의 문구 하나 '평화는 투쟁의 산물이다' 로 인생의 진로를 바꾸게 되어 평생을 힘든 투쟁인 시민운동으로 보내게 되었다 고 고백했다. 노무현은 부림사건의 변호를 맡게 되면서 고문으로 만신창이가 된 대학생을 만나고 난 후에, 잘 나가던 세무변호사 걷어차고 인권변호사의 길로 인생의 대전환을 하게 되었다.
책은 사람이다. 사람의 만남이나 책의 만남이나 그 경위, 영향은 비슷하다. 불교에서 수행중에 책을 읽지 마라고 하는 것은 인연에 연연하지 마라는 것과 같은 뜻이다. 분서갱유, 문화혁명, 마녀사냥... 역사적 사건들도 책의 영향을 사람의 영향과 동일시 했기 때문이다. 과거 대학사회 운동권도 초기에는 '독서회' '독서클럽' 으로 시작해서 NL 이니 PD 니 분화해 나간 과정은 사람과 책의 만남이 같다는 또 하나의 증거이다.
책과의 만남에 대해서도 2분법 논쟁은 유효하다.'나쁜 책 보지 마라. 좋은 책 읽어라' 또는 유명인의 독서에 대한 언급에서 볼 수 있듯이 " 독서무용론과 독서유용론 "의 논쟁도 가능하다 ...좋은 책과 나쁜 책....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 신창원은 나쁜 사람이고 마리아 테레사는 좋은 사람이고... 자녀들에게 좋은 사람 좋은 친구 사귀고, 나쁜 친구 나쁜 책은 멀리 하라 고 훈계한다. 과연 그럴까?
후배가 사무실을 새로운 장소에 열게 되어 며칠을 같이 지내면서 주변식당에서 점심 저녁을 먹게 되었는데, 예전 사무실 주변식당은 잘 알고 있는데 새로 이사한 곳의 식당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여 식당을 고르는 일이 스트레스라고 했다. 나는 이렇게 충고했다. " 어차피 사무실 주변 식당을 다 가보게 되어있다. 한번 가느냐, 자주 갈 것인가 의 차이일 뿐이다. 언제 가도 가게 될 식당이면 가보고 마음에 안들더라도 어차피 경험할 것, 이번에 경험한 것이라 고 생각해라"
자녀들에게 나름 열심히 독서지도했다. 초등학교때에 좋은 책, 중고등학교때에는 이런 저런 책들이 유익한 것 같아 사주면서 읽어보라 했는데 ... 며칠전 대화에서 " 그동안 사 준 책이나 청소년 시절에 읽은 책 중에서 너에게 제일 감명깊거나 재미있었던 책은 ?" 내 질문에 뜻밖의 대답을 들었다. " 연변 조선족 작가인 김학철의 격정시대 를 초딩때 정말 재미있게 읽었고 지금 생각해도 최고에요" ' 다른 책들은 읽기는 했지만 읽을 당시는 별루였는데,대학 가서 교수님들이 각 과목의 근본을 아는 책이라며 추천해 주면 어김없이 아빠가 사 준. 우리집 서고에 진열된 책이었던게 좀 재미있었고.. 주절주절....."
"격정시대? 아하 ~ 오래전 친구가 실직하고 운동권이라 취업도 어려워 서점을 열었는데 그 서점에 가서 후원차 3권짜리 연작 사서 가져온 책.. " 내 느낌에는 그냥 평범한 책이었는데...
깨달음 하나....부모나 선배가 자신의 잣대로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이고 어떤 책은 별로이고...후배나 자녀에게 주입하는 것과 별개로 설령 내자녀라고 해도 사람들은 각자 나름의 좋은 나쁜..것에 대한 잣대를 가지고 있구나. 책이나 사람의 만남을 강요한다 고 되는 것은 아니고, 같은 사람 같은 책을 만나도 초등학교 어린이도 자신의 관점에서 달리 보는 구나... 하물며, 독서무용론에 대해서는 이분법토론이 허무한 것일터..
바둑의 고수들이 "정석은 알아야 하되, 정석은 잊어 버려라" 라는 말이나 지혜로운 선사들의 " 뗏목을 타고 강을 건넜으면 뗏목은 버려라 " 는 가르침이나 중국 당말의 고승 임제의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고, 심지어 아버지도 어머니도 죽여야 한다" 는 섬찟한 일갈도...
책=정석=뗏목=사상/스승/부모와의 만남이 운명이다.
책은 읽어야 하고, 사람은 만나야 하지만 책속의 사상이든 항시 만나는 사람이든 나 아니면 안된다 거나 내가 읽은 책과 사상이 천상천하유아독존이라는 집착에서 벗어나라 는 유연한 사고가 책과 사람에 대한 자세일 것이라고 나름 생각해본다.
책의 만남과 사람의 만남...
끄덕거리게 되는 말들...
같은 한권의 책이 어떤 사람에겐 이렇게...또 다른 사람에겐 저렇게도 보인다는것도....
자신의 경험과 생각이 합쳐 또 다른 해석들을 내는걸 보면....
내가 얻은 결론이 과연 근접이라도 한것일까..라는 생각이 들때가 많음....
난 어릴 때 순전히 재미로 책을 읽었어.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어떤 목적의식도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냥 책의 뒷내용이 궁금해서 못배기겠는거야. 읽고 또 읽어도 그 대목에선 어김없이 스릴이 느껴지고. 요즘은 책을 대신할 재미를 던져주는 것들이 넘많은 거 같아. 나도 애기들에게 강요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책을 좀 소홀히 하는 거 같아 걱정이 되긴해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