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학교 때 기타 치는 형들이 넘 부러웠다.
일단 기타를 치면 여학생들의 시선을 끌 수 있어(물론 존재 자체로 시선을 끌었지만 ㅋㅋ 비추를 내가 부른다 불러) 시급히 꼭 배워야 할 영순위 과제였다.
중2 여름방학 때 집에다가는 독서실 다닌다고 해놓고, 독서실을 다니긴 다녔다 매일 빠짐없이. 공부하러 간 게 아니라 그 독서실에서 알바식으로 사무를 보던 형에게 기타를 배우러 다닌 거였지만. 손에서 피가 날 정도로 연습에 몰두해서 제법 몇 곡 정도는 노래까지 곁들여 치는 정도가 되었다. 그 때 첨 배웠던 곡이 양희은의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 The house of the rising sun'의 번안곡인 '상처입은 장미' 이태원의 '솔개' 뭐 이 정도 였던 거 같다.
개나 소나 기타를 열심히 배우던 시절이라 조금 튈려면 팝송을 부르는게 급선무였다. 팝송대백과인가를 사서 영어 밑에 써있는 한국말 가사를 정말 피나는 연습으로 존 덴버니 카펜터스니 사이몬 앤 가펑클 등등을 하나하나 정복해 나갔다.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는 속초 밤바다에 친구들 여럿이랑 기타 몇 대 들고 나가서 제법 화음도 넣고 해서 노래를 부른곤했다. 그러다 보면 근처에 여학생들이 흥얼흥얼 노래를 따라 부른다. 한번 쓰윽 쳐다보고 맘에 들면 같이 놀자고 하고 아니면 생까고 김현식의 '어둠 그 별빛'같은 악을 쓰는 노래로 정나미를 떨어 뜨려 놓곤했다.
그렇게 기타와 함께 했던 시간이 어언 30년 가까이 됐고 어디가서 기타 잡고 노래 한 곡 뽑으면 조금은 주목을 받는 그런 생색 정도는 내게 되었다.
몇 년전 어느 날 집에서 아내랑 같이 소주잔을 기울이다가 내가 특히 좋아하는 광석이형 노래를 메들리로 부르고 있었는데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차례가 되었다. 나름 담담히 불러 나가는데 그 날따라 내 노래에 내가 취해서(너무 뭐라 하지 마라. 기타 치는 사람들 대부분 그런다) 눈물이 핑 도는 거다. 그 기분 그대러 아내에게, '**아, 나중에 자기가 먼저 죽어줘야겠다' 아내가 잘 알아듣지 못하고, '뭐라고' 되묻는다. '우리 늙어서 죽을 때 자기가 먼저 죽어야 겠다고' 아내 눈꼬리가 올라간다. '왜에?' '그래야지 내가 자기 무덤 앞에서 이 노래를 불러주지'
아직도 아내의 황당해 하면서도 서운해 하던 눈빛을 잊지 못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직 철이 덜 들었다며 매를 유보해준 아내가 너무도 고맙다.
|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