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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목의 나뭇잎에 걸러진 태양빛이 힘들어 보인다. 간간히 땀을 훔쳐가며 살포시 속삭이는 바람결이 간지럽다. 뭉게 뭉게 흘러가는 구름 뒤로 새파란 하늘냄새가 향긋하다. 두 팔을 뻗어 온몸으로 가을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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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일요일은 수리산을 찾는다. 남에게 알려지지 않은 나만의 트레킹 코스가 있는데, 산 중턱에서 정상을 향하지 않고 꼬불꼬불 산책로를 따라 산 반대로 내려가면 새로운 세상이 그곳에 있다. 하늘을 품은 저수지와 사계절 다양한 자연의 변화를 보여주는 자연이 있다. 잠자리와 나비가 물결치는 둑길을 지나면 하나 둘씩 고개를 숙이는 벼들이 흐느적거림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곳을 찾을 때마다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가 연상 되어진다. 나만의 아름다운 세계에서 나만의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는 맛이 솔솔하다. 복잡한 미래를 정리하기 위해 혼잣말을 하여도,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을 구경하기 위해 한동안 멍청이 서 있어도 구속 따윈 없다.
수리산 역을 감고 돌아서 임도 오거리까지의 산길을 울창한 산림이 구름을 가려주어 트레킹 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사람들이 모여드는 오거리에서 김밥 한 줄과 맥주 한 캔으로 허기를 때우고 갈치 저수지를 지나면 새파란 쌀 나무들과 새빨간 고추들이 날 반겨준다. 그래서 오를때는 수리산역이고 하산할 때는 대야미 역이 된다.
대야미 근처에서 목이 너무 말라 오랜만에 막걸리 한사발 할려고 주막집에 들렀다. 이미 자리잡은 일행 몇몇이 혼자 막걸리 마시는 이방인을 힐끗 힐끗 쳐다본다. 하지만 나에겐 컬컬하게 목넘김이 좋은 막걸리 외에는 아무 생각이 없다.
뉴스에서 물가상승률이 5%를 넘었고, 각종 경제지표가 좋지 않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온다. 전세값의 가파른 상승과 하우스 푸어들을 위한 연착륙에 안간힘을 쓴다는 얘기들이 술 맛을 쓰게 한다. 옆자리에 앉은 두분의 등산객이 뉴스를 힐끗힐끗 보며 아무말 없이 막걸리를 목구멍에 부어 넣는다. 다음 뉴스로 제주도 강정마을에 관한 기사로 시민들과 전경들이 몸싸움 하는 장면이 흐를 때, 막걸리 붓기를 멈추며 50대의 아저씨가 한마디 하신다.
“ 저 빨갱이 새끼들은 다 잡아서 북한에 보내야돼”
저 아저씨들은 자신들이 직접 껵고 있는 불안한 현실, 즉 물가가 5% 넘게 오르고 전세난에 경제가 어렵다는 뉴스에서는 위대하신 각하를 원망하지 않다가 자신과 상관없는(?) 강정마을 뉴스에 흥분하며 쏱아내는 소리가 저렇다.
예전 전,노 시절에 3S 정책이라 하여, Sports, Screen, Sex로 국민들을 우민화 시키던 시절이 생각난다. 이때는 대포집에서 각하의 흉도 못보았고, 영화 제작자도 시사성 있는 영화보단 건드려도 매맞지 않을 약자들인 직업여성들만 주제로 다뤄 서민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려 했었다. 지금 생각하니 지금이 전,노 시절과 다름이 없는 것 같다. 권력자나 정부에게는 불만을 표출 못하고 힘없는 같은 서민들끼리만 서로 욕을 하고 있다.
저 아저씨들은 강정마을이 왜 문제가 되고, 한진 중공업이 왜 사회 이슈가 되었는지 구체적 팩트를 알고 이야기 하는 것일까? 아니면 조,중,동을 위시한 어용방송에 세뇌되어 서일까? 상쾌한 산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마지막 길인데 기분이 상쾌하지 못하다. 시원한 막걸리 한잔 들이키려다 더러운 똥물을 마신 기분이다. 더 이상 똥물을 마시고 싶지 않아 얼른 계산하고 나오는데 자연스레 입에서 한마디가 튀어 나왔다.
“ 빨갱이 잘 먹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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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