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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왼손잡이인데 왼손을 잘 못쓴다. 그런데 왜 왼손잡이 냐구? 나도 내가 왼손잡이 인줄 나이가 서른이 넘어서 알게 되었다. 그 전까지는 그냥 오른손잡이로 그냥 큰 불편 없는 줄 알고 살았다. 그러나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로 살기까지 처음 적응은 무지 힘들었다. 내가 초딩 때 제일 스트레스가 삐딱 빼딱 글씨를 못난이로 쓰는 것이었다. 늘 형제들과 비교가 되어서 못 쓰는 글씨로 구박을 받았다. 근데 이제 생각해 보니 왼손잡이가 오른손에 적응 할려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해는 간다. 연필도 제대로 쥘 줄 모른다고 구박 받고 했으니.. 그리고 축구도 오른발로 적응을 할려고 남들 보다 몇 배는 더 노력한 것 같다. 그때 만일 왼발로 했으면 휠씬 더 빨리 남들 만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오른발 슈팅이 약해서 이를 악물고 밤 늦게 운동장에서 킥 연습한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때 내가 왼발로 연습을 했더라면.. 쩝.. 가로 늦게 요즘 왼발로 연습을 하는데 강도는 훨 낫다, 그런데 자세가 안 나온다. 더 많이 연습해야 되겠지..
그런데 이런 비밀을 어떻게 알게 되었냐 하면 둘째아이가 태어나고부터다. 그동안 심증은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둘째아이가 밥을 먹기 시작하는데 왼손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어머니에게 다시 한 번 질문을 날려서 확답을 받았다. 그동안 내가 왼손잡이였다는 사실을 확인 할 때 마다 부인하거나 묵비권을 행사해온 어머님이 둘째 아이가 왼손을 쓰는 것을 보고는 그제서야 “그래 맞어” 딱 한마디만 남기셨다. 왜 그랬을까? 짐작은 간다.
내가 왼손잡이가 아닐까 하는 최초의 의심을 한 것은 20살이 넘어서였다. 그때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대학 다니다가 휴학하고 집안 어른 아시는 돼지 키우는 농장에서 1년 넘게 일한 적이 있다. 이때 주로 한일이 돼지 뒤처리 일인데 고도의 삽질 능력이 필요하다. 이 넘 들이 하는 일이 먹고 자고 싸고 하는 것 인데 하루도 쉬지 않고 하니 나도 하루도 쉴 수 없이 매일 하루에 3번씩 뒤처리를 해 주어야 하는데 일일이 숙사로 들어가 삽으로 돼지 응가를 톱밥이나 쌀겨로 썩어서 수작업으로 처리해 주어야 한다. 고도의 삽질이 필요하다. 왼 삽질 오른 삽질.. 암튼 그렇게 1년 넘게 하고나니 삽질의 달인 될 정도로 잘했다. 근데 그때까지 난 왼 삽질 오른 삽질 다 잘하는 나의 능력에 대해서 뭐.. 큰 의심은 하지 않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 들였는데 그 이후 바로 군대 입대해서 다시 삽질을 하던 중 동료 사병과 비교해서 나의 왼 삽질 실력이 우연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고 오른 삽질보다 왼 삽질에 더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는 것을 보곤 그때 잠시 내가 왼손잡이? 이러고 의심을 품었다.
인근 하천으로 모래 작업 나가면 삽질로 60트럭 한차 삽으로 퍼 올렸는데 난 늘 왼 삽질 고정 담당이었다. 신병 때 삽질로 고참들에게 인정받았다. 뭐. 왼 삽질은 중대 내에서 내가 탑이었다. 가장 멀리, 가장 높게, 가장 정확하게, 가장 빠르게 나의 환상적인 삽질 능력은 다들 인정해 주는 분위였다.
그러고는 기억을 되돌려서 어린 시절까지 돌아가서 쭉 회상을 해보니.. 아차 맞아 밥 먹다가 밥상머리에서 무지 맞은 기억이 났다. 왼손으로 밥 먹는다고.. 그래 맞아. 나 왼손잡이였나 보다. 그런데 왼손으로 제대로 하는 것도 없는데 이런 생각에 들면 아니야. 밥 먹다가 맞은 것은 반찬 투정 때문 일거야.. 이렇게 또 넘어갔다. 사실 학창 시절 팔씨름 하면 오른손은 보통인데 왼손은 천하무적이었던 것을 생각해 보면 또 의심이 살짝 가기도 했다. 그리고 공찰 때 가끔씩 왼발에 제대로 맞으면 오른발 킥보다 더 잘 날라 갈 때도 살짝 의심이 들기도 했지만 그냥 넘어갔다. 그리고 그렇게 넘어가다가 당구 칠때 또 큐거리 안나오고 하면 왼손으로 곧잘 치고 하는 것을 보면 또 살짝 의심이 갔었다.
그렇게 나의 왼손잡이에 대한 정체성에 의심만 하고 있다가 둘째아이가 태어나면서 드디어 내가 왼손잡이란 것을 알게 되었는데 뭐 달라진 것은 없다. 30년 넘게 왼손을 사용하지 않았으니 오른손잡이나 마찬가지다. 그 이후 새롭게 시작하는 것은 왼손으로도 곧잘 하지만, 이미 오른손으로 숙달한 작업은 왼손으로 잘 안하게 된다. 왼손보다 오른손이 더 익숙하다.
간혹 당구 칠 때는 왼손으로 치기도 한다. 그리고 공을 찰 때는 왼발 드리블도 연습하고 왼발 슈팅 연습도 많이 한다. 그래도 오른발이 더 익숙하다. 그런데 왼손잡이는 태어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나의 모든 근력은 왼쪽이 오른쪽보다 뛰어나다. 그동안 오른손을 더 많이 사용해 왔고 오른손잡이로 살았지만 왼손 근력과 오른손 근력을 테스트 해보면 왼손이 더 낫다. 그리고 발도 마찬가지다. 양팔을 벌리고 한발로 선 다음 앉았다 일어나기를 해보면 왼발은 가능한데 오른발로는 얼마 전부터는 잘 안 된다.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근력이 약해지는 것도 오른발이 먼저인 것 같다. 양발이 다 잘 될 때는 몰랐는데 왼발만 되니깐 역시 난 왼손잡이인가 봐 이런 생각이 요즘 든다.
그래서 시간을 되돌려 내가 첨부터 왼손 왼발을 썼다면 하고 가정을 해보니 그것도 나름 불편 했을 것 같기도 하다. 모든 것이 오른손잡이에 맞게 설계된 세상에서 왼손잡이로 사는것 보다는 왼손잡이 인 것을 잊어버리고 오른손잡이로 살아온 세월도 그다지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우리 둘째 딸이 밥 먹는 것을 보면 오른손으로 숟가락 들고 왼손 젓가락질이다. 그러다가 왼손으로 숟가락 질 하다가 또 오른손 쓰기도 하고.. 양손 자유자재로 쓴다. 그리고 글씨는 왼손으로 지 언니보다 더 예쁘게 잘 쓴다. 그림은 왼손으로 그리다가 싫증나면 오른손으로도 그리고 알아서 한다.
참 조카들이 넷 있는데 둘이 왼손잡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 집은 딱 절반이 오른손잡이 절반이 왼손잡이다. 그런데 왼손잡이도 아주 심각한 왼손잡이가 있고 우리 둘째아이처럼 양손 다 쓰는 아이도 있다. 큰 조카가 아주 심각한 왼손잡이 인데 오른손으로는 전혀 아무것도 못한다. 그리고 아애 할 생각도 안하고.. 제일 좋은 것은 아이가 처음 무엇인가를 할 때 왼손 오른손 강요하지 말고 알아서 하게끔 두는 것이 제일 좋은 교육법인데, 과거의 관습 때문에 난 오랜 시간을 오른손잡이로 살았지만 뭐.. 세월은 되돌릴 수 없는 것이니 긍정적으로 앞으로 왼손을 익히는데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의도적으로 왼손으로 글씨 쓰고 당구 칠 때 왼손으로 치고 축구할 때 왼발로 그렇게 그동안 쓰지 않았던 왼쪽, 소홀히 했던 나의 왼쪽에게 관심을 가져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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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