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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팔 회장이 나의 군대시절 연재 한다고 했을 때 뭐 남자들은 다들 생각이 비슷하구나 했다. 하기사 내가 태어나고 나를 가장 많이 변하게 해준 곳이 군대였으니, 지금까지도 그때 기억이 제일 생생하다. 뭐 남자들 제대하고 다시 입대하는 꿈 지겹도록 꾸고 더 이상 꿈에 안나타날 때가 민방위 해제될 때쯤이 아닌가 한다. 내가 군대 시리즈 첫 스타트 하면 숟가락 젓가락 마구 올라오기 바라고 봉팔 회장도 한상 거나하게 차리길 바라는 의미에서 이 글을 시작할까 한다.
난 의정부 306보충대 출신이다. 군번 “23275914” 86년도 8월 달에 입대 했다. 자대는 가까운 덕정리 26사단 76연대 3대대 12중대에 배치 받았다. 군대는 줄이라고 했는데 난 참으로 운이 무지 없었다. 하필이면 내무생활이 가장 고단한 부대중 하나에 배치 받았으니 말이다. 왜 우리부대가 지랄 같으냐 하면 1개 연대가 한마을에 모여 있다. 회암사 절터 자리에 연대본부부터 해서 4개 보병대대가 다 인근 울타리 담을 경계로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이런 부대가 대한민국에 또 있는지 난 모르겠지만, 암튼 정말루 신기한 부대다. 아침에 기상 나팔 소리 4번 듣는다. 그런다고 해서 국방부 시계 4배 빨라 돌아가는 것도 아닌데.. 뭐 기상 나팔 소리는 그렇다 치더라도 제일 젖같은게 연대 일직사령이 자기가 가고 싶은 소대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3분 이내다. 이 얼마나 살벌하냐. 그래서 우리부대는 열외도 없고 모두 FM 즉 교본 대로다. 정시 취침 정시 기상.. 왕고 예외 이런 거 없다. 취침 시간 지나서 연속극 볼 생각 아예 못한다. 이런 지랄 같은 내부반 생활 덕분에 다들 아래위로 피곤한 곳이 우리 부대 특성이다.
이렇게 감옥 같기만 한 군대 생활에 딱 하나의 즐거움이 있는데 그것은 ASP경계근무다. 탄약고 경계근무 서는 것인데 우리처럼 훈련, 작업, 훈련, 작업만 하는 부대에게는 꿀맛과도 같은 기간이다. 뭐 길지는 않다. 6~8주 정도인데,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ASP 경계 근무지에서 일어났던 실화다.
난 상병 달고 막 자대 적응이 끝나갈 무렵 중대 행정반에 교육계로 차출되어서 제대 할때까지 중대 작전서기병으로 있었는데 그때가 87년 겨울이었으니 중대 행정반으로 간지 3개월쯤 됐을 때다. 전날 눈이 많이 내렸고 그날도 눈이 내리는 밤이었는데 그때 내가 행정반 쫄다구라서 말뚝 상황을 봤다. 묻지마라 그땐 늘 막내가 말뚝으로 상황 봤다. 고참들은 밤 낮 잠자고.. 난 밤에도 일하고 낮에도 일하고 잠은 당근 알아서 자야지 잘.. 각설하고, 밤 12시 근무자가 30분전에 나가면 근무서고 들어오는 전 근무자는 늦어도 12시 20분이 되면 들어오는데 그날따라 많이 늦었다. 그런데 깜박 잠이들어서 일어나니 1시 가까이 되었는데도 전 근무자가 들어오지 않아서 걱정을 많이 하고 있었다. 눈길에 뭔 사고가 났나 하구 말이다. 혼자 속을 끓이고 있는데 서병장이 들어왔다. 서병장은 내가 소대 있을때 나의 선임이었는데 경상도 경주가 고향이고 속이 깊은 사람이다. 난 화들짝 놀라면서 뭔일 있었냐고 물으니 웃기만 웃고 아무런 대답도 안하는데 속이 타서 미칠 지경이어서 옆에 같이 근무선 황일병에게 물으니 서병장 눈치만 보고 아무말도 안하는데 정말 무슨 일이 있는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정 말 안하면 자고 있는 인사계 깨워서 늦게 복귀한 것 보고 한다고 하니 그제야 서병장이 말을 꺼내기 시작했는데.. 사연인 즉 둘이서 근무 서고 있는데 멀리서 여자 울음 소리가 들리더라는 겁니다. 참고로 근무지가 어딘고 하면 축석 검문소에서 43번 국도 타고 포천 쪽으로 가다보면 오른쪽 산비탈에 공동묘지가 많은데 그곳이 바로 우리가 근무하던 곳이고 그때 철제 컨테이너 탄약고를 콘크리트 이글루 탄약고로 교체 하던 시기라 곳곳에 공동묘지를 파헤친 웅덩이가 근무지 주변에 널려 있었다. 이런 으시시한 공동묘지에 근무 서는 것도 기분이 묘하지만, 온 세상이 하얗게 뒤 덮힌 눈 쌓인 대지에서 한밤중에 여자 울음 소리가 들리니 아무리 강심장으로 무장한 육군병장 서병장도 순간 졸라 쫄았다고 한다.
그래도 서병장은 용기를 내서 울음 소리 근처로 한발자욱씩 조심스럽게 옮기는데 그때까지 들리던 소리가 갑자기 뚝 끊어져서 속으로 이상타 하고 다시 초소로 원위치 했단다. 뭔가 잘못 들었나 하구 말이다. 그렇게 또 근무를 서는데 또 여자의 울음 소리가 구슬퍼게 들리는 것이었다. 또 서병장은 용기를 내서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향하니 또 그 소리가 뚝 끊어지고.. 그래서 한참을 주위를 둘러 봐도 아무것도 안 보이길래 다시 초소로 돌아 왔단다. 그러길 몇 차례 하고 난 뒤에 또 울음 소리가 들리는데 이젠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라 총을 들고 소리나는 곳으로 마구 뛰어가서 사람이면 나오고 귀신이면 내총을 받아랏하고(사실 공포탄 밖에 없으면서 ㅎㅎ) 외쳤는데.. 저 멀리서 뭔가 꼼지락 거리면서 움직이는게 보이더랍니다. 그래서 더 용기를 내서 그곳으로 마구 달려가다가 한 순간 놀라서 뒤로 자빠졌다고 하는데, 왜 놀랐냐고 하니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 처녀 귀신 처럼 보여서 순간 흠칫 놀라서 뒤로 물러섰는데 그때 또 여자의 울음 소리가 더 생생하게 들리더란 겁니다.
이젠 흐느끼는게 아니라 엉엉 우는데 사나이 가슴에 불을 댕기는 울음 소리에 벌떡 일어나서 근처로 다가가니 왠 여자가 맨발에 긴 스웨터만 입고 쪼그리고 있는데 그냥 두면 얼어죽을것 같아서 얼른 안았답니다. 총을 뒤로 각게로 메고 그런데 안고 그렇게 눈길을 걸어서 초소로 돌아오는데 눈길에 미끄러워서 안고 있으니 앞으로 자꾸 넘어질려고 해서 순간 업어야 겠다고 생각하고 총을 앞으로 메고 여자를 뒤로 업는데 순간 여자의 날카로운 비명 소리에 깜짝 놀라서 왜 비명을 지르는지 생각해 보니 순간 아차 싶었다는 겁니다. 다시 여자를 내리고 탄티를 풀어서 옆으로 돌려 착용하고는 다시 업고 초소로 돌아와서 근처에 있는 이글루 탄약고를 짓고 있는 건설사에서 쓰는 임시 사무실로 가서 그곳에서 간단한 헌옷가지와 신발을 챙겨서 입히고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서 집으로 돌려 보냈다고 한다.
그 여자가 그 곳에 있었던 이유는 인신매매범에 납치되었는데 마침 봉고차에서 탈출 할 수있어서 눈밭을 산을 몇 개나 넘어서 오다가 서병장 초소를 발견하고 도움을 요청하기도 뭐하고 안하기도 뭐하고 그런상황이 었다고 하네요.. 요기까지가 서병장 이야기 인데, 다음날 이 이야기를 들은 인사계부터 해서 중대원들의 대다수 의견은 서병장이 평소 모범적인 병사인것은 틀림없지만, 보고하지 않고 그냥 혼자 알아서 독단적으로 처리한 것은 뭔가 미심적은 부분이 있다는 것이 그때의 중론이었다. 암튼 그날 아침 우리의 대빵 인사계는 필시 봉고차가 여자를 찾는 행적이 보일것이니 수상한 봉고차가 보이면 즉각 상황실로 보고해라. 서병장처럼 독단적인 행동을 하면 영창보낼거다 라고 뻥을 쳤지만, 뭐.. 그런 움직임은 없었다. 그날이후 개인적으로 서병장이란 친했던 나는 그와 마주치기만 하면 서병장에게 묻곤 했다. 서병장 정말 아무일 없었냐고 농담삼아서 말이다. 그러면 서병장 늘 넉넉한 미소로 웃기만 했다. 이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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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