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에서 보낸 군생활은 판타지였다..
자고자고 또 자도 시간이 안간다던 말년 병장시절..
시간을 죽이러.. 초소뒷편 비탈을 개간해 난생처음 작물을 키워봤었다..
싹이 트고, 꽃이 피고, 열매를 얻고.
그 단순한 자연의 섭리가 어찌나 경탄스럽고 뿌듯하던지..
재작년이던가..
아이들 장난감으로 넘쳐나는 좁은 베란다에 화분 한두개를 들여놨다가
마나님에게 된통 꾸사리를 먹은 뒤 포기했던 농사의 꿈을..
올핸 회사에서 여한 없이 풀고 있다.
딸랑 나포함해서 직원 5명도 안되는 회사지만,
경리를 겸직하고 있지만, 엄연히 내가 사장이므로 꾸사리를 줄 상전은 읎다.
올봄, 이층 가정집을 개조한 사무실 베란다에 화분 20여개를 들여놓고
방울토마토 30개에 호박 10개로 시작했다.
강남 가로수 길 한편에서..30여그루의 방울토마토에 가득 달린 빨간 알갱이들은
장관이었다. ㅋㅋ
벌들이 건물 외관 벽돌사이에 집을 을 짓고. 십수마리 벌들도 함께 공존했다.
이웃 주민들의 눈총은 다가웠지만, 안면 몰수.
여름한철.. 방울토마토를 토나올만치 먹어치운 후...
너무 거대해져버린 방울토마토들을 대부분 제거하고, 가지며 고추, 오이, 쪽파,
미니 배추들을 재배중이다.
잠시 소개한다.
방울 토마토는 순치기 잘해주고 가지 정리만 잘하면 관상용으로도 꽤 볼만하다.
그리고 생존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초보자 용으로 추천이다.
가지를 같이 키우면.. 비료주기가 편하다.
방울토마토와 가지는 같은 비료를 쓴다.
보라색 예쁜 꽃은 덤.
이것은 무엇일까?
손님이 사온 수박을 먹다 씨를 퉤 뱉어 보았다.
운좋으면 자라라고..
그런데...진짜 싹이 나고 자라는 중..-.-
너무 늦은 시기라 올해 열매를 보진 못하겠지만.
내년에 제대로 한번 키워볼 요량이다.
쪽파.. 윗동만 잘라먹으면 계속자라나서 무한 리필 가능하다.
라면에도 넣고, 전에도 넣고.
활용도 짱이다.
병들어 죽어가는 오이.
오이는 꽤 까다로운 작물 같다. 몇개 열매가 열리다 다 떨어지고
한개도 수확 못했다. 오이는 나 같은 초보에겐 어려운 숙제다.
화분에서 키우는 호박은 4-5개정도 수확하면 한계인것 같다.
그래도 올여름 호박값 장난 아닐때 효자상품이었던 마디호박.
더위에 늘어진 고추. 무난하게 잘자란다. 두세 그루만 있으면..
고추살일은 별로 없어진다. 저래뵈도 꽤 맵다.
일주일전 파종한 미니배추. 화분에서 배추는 한계가 있다지만,
도전 중이다. 얼마전 이웃 어린이집에서 키우는 토끼가 탈출하여
상추싹을 죄다 먹어치운 아픈 기억이 있어 옆집 토끼를 주시하고 있다.
협조적인 마눌님을 보유중이신 도시의 봉팔러들은 베란다에서 작은 텃밭을
가꿔보시길 추천한다.
생각보다 재미 쏠쏠하다.
초짜 농부지만.. 유용한 팁 공유하고 잡다..ㅋㅋ
내가 하는 일이 무형의 상품을 생산하는 일이다보니..
1년, 2년 노력한 일도 결과물로 세상에 나오지 못하는 일이 많다.
그 상실감에 대한 보상을..
이 작은 도심속 텃밭에서 얻는다.
뿌린만큼 거두고..
땀흘린만큼 얻어낼수 있는 결과물..
그 소중함을 새삼 깨닫는 나는
도심의 농부다.
야 기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