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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추석을 군에서 보냈다. 그 첫 번째는 신병교육대에서 두 번째는 막 상병달기 전 소대에서 마지막은 말년 병장 때 행정반에서 보냈다. 그런데 지금 기억을 떠올려 보면 말년 때 추석에 대한 기억은 잘 안 나는데.. 신교대에서 보낸 첫 번째 추석과 아직 쫄병으로 모든게 힘들고 어려웠던 두 번째 추석은 몇 가지 이야기들이 떠오른다.
신병교육대에서 추석 전날 사격 훈련이 있었는데 하루 종일 피알아이 훈련에 사격장에서 뺑뺑이 돌고 사격이 끝난 뒤에 사격장 뒤 언덕에 올라가서 동료 훈련병과 어깨동무하고 부모님 은혜 노래 부르면서 엉엉 운 기억이 난다. 난생 처음 총 쏜다는 긴장감과 더불어 엄정한 사격장 군기 속에서 하루 종일 주눅이 들고 몸은 몸대로 이리 구르고 저리 굴러서 피곤한데 모든 훈련이 끝났고 내일은 또 추석이라는 생각에 부모님 생각이 간절하던 차에 군가도 아니고 부모님 은혜 불러라는 교관의 지시에 다들 첨에는 의아했지만 첫 소절에서 누군가 울음을 터뜨리자 모두들 엉엉 울었다. 원래 감정이 메마른 나였지만, 주위에 모두 엉엉 우는데 나도 순간 울컥해서 서럽게 울었던 기억이 난다. 아마 영문을 모르는 민간인들이 봤으면 참 볼만한 장면이 연출 됐으리라.
그리고 그 다음날 추석 특식으로 나온 과자들과 빵.. 군대와서 첨으로 배불리 먹었다. 신교대에서는 피엑스도 못가게 해서 늘 배가 고팠는데, 우리 동기중에서는 단팥빵을 12개까지 먹는 괴물도 있었다. 보통 4개 많이 먹어야 5개 인데.. 암튼 군대는 별별 종류의 인간들이 다 모이는 곳이다. 그날 하루 소대별 체육대회를 했는데 씨름이랑 족구를 한 기억이 난다. 난 씨름 선수로 뽑혀서 출전했는데 하필이면 한때 날리던 임용재 선수 형님이랑 붙어서 개박살 났다. 족구는 난생 처음 해봤는데 뭐 할만했다. 오랜만에 공 차봤다는데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 맞이한 추석에 대한 기억은 달보고 한없이 울었던 생각이 난다. 뭐 갑순이가 시집간 것도 아닌데 말이다. 우리 중대가 부내내 경계근무 서는 곳이 대공 초소인데 날이 맑은 날은 맨눈으로도 서울의 남산타워가 보인다. 대공초소에 올라가서 보면 정확하게 직선거리로 정중앙에 남산타워가 있었다.
추석날 밤에 근무를 서는데 보름달이 정말 환하게 떠있고 뀌뚜라미 소리는 구슬피 들리는데 왜 그리도 어메가 보고 싶던지,, 어무이도 내가 본 저 달 똑 같은 달을 보고 계시겠지. 이런 생각이 나니깐 문덕 달보고 이야기 걸고 싶어지더라 야.. 달아.. 내 말 듣고 있니.. 그럼 울 엄마에게 나 잘 있다고 전해주라.. 그렇게 주저리 주저리 혼자 말로 달과 이야기 하는데 갑자기 서럽기가 그지 없는 거야.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룩주룩 나는데 밑에서 근무 서고 있는 고참 모르게 눈물 닦고 근무지에서 내려갔던 기억이 난다.
내가 생겨먹기를 원래 좀 모질고 정이 없고 정서가 메말라서 잘 안 우는데 그날따라 환한 달을 보니 갑자기 나의 내면속에 또 다른 내가 나오더라. 사람은 다 매 한가지 아니겠나 하는 강한척해도 알고 보면 한없이 나약한 존재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나에게 있어서 군대는 나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해준 곳이다.
요즘 군은 어떤지 모르겠다. 집에 전화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모양이던데, 우리 때는 외출 때나 가능하지 부대에서는 전혀 연락할 방법이 없다. 뭐 크게 다쳤다던가 하는 일이 아니면 말이다. 상병때 포상휴가 나간적이 있는데 집에 갔더니 이사 가버렸더라. 그래서 기차역 대합실에서 하루 노숙한 경험도 있었다. 그런데 말년 때 마지막 추석은 어떻게 보냈는지 아무리 기억을 떠 올려도 생각이 안 난다. 아마도 의정부 종점다방 미스김이랑 어케 해볼려고 외출 갈 궁리 한다고 모든 잔머리를 굴리고 있었을 것인데, 고거이 실패로 돌아간 모양이다 특별한 기억이 없는 것 보니깐.
내일 모래면 추석이고해서 추석 편 군대시절 이야기 간단히 적어 보았다. 그 시절 참 모든게 어렵고 힘들던 시절의 추석이란 명절은 간절하게 다가오는데 반대로 모든 것이 풍요로운 요즘 추석은 그다지 맘에 다가오지 않는다. 말년 병장 때 추석처럼 그만큼 사회가 변하고 시대가 변해가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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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