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끝나고 연재 재개한다. 문예방에 양질의 카테고리를 제공해야 하는데 그럴 능력이 부족해서 무쟈게 미얀코 글타.
여력의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해 글을 싸지를테니 가열찬 뽕질응원 부탁드린다.
어제 오늘 일련의 사태들은 참으로 마음이 아프고 혹시 있을지 모르는 부정적 파급효과가 두려울 정도이지만
이번 일로 인해서 지치고 멈춰서는 건 반대다.
죽이 아니라 밥이 되도록 우리 한 번 끝까지 가보자.
그럼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 서양 중세의 철학사를 여행해보자. 이 시기는 철학이 신학의 하녀가 되는 암흑기로 기억된다. 그 기간도 끔찍히 길다. 약 1,000년.
하지만 다룰 내용은 많지 않다.
In to the Abyss
헬레니즘 시대에 그리스는 마케도니아의 식민지란 소리는 앞에서 했다.
금욕주의의 스토아학파와 쾌락주의의 에피쿠로스학파라는 대립되는 사조의 두 학파가 동시에 등장한 이유는 그리스인들의 무너진 자존심에서 찾을 수 있단 소리도 했고. (물론 형들은 이 두 학파가 취한 기본 스탠스가 대립되어 보이기만 할 뿐 실제로 주장한 사상의 내용은 완전 유사하였음을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기억 안나면 텨가서 5편을 다시 보고 오시라)
그리스 철학의 기상을 기억하고 있는 형이라면 헬레니즘 시대에 그리스 철학이 마케도니아에게 정복당했다는 이유로 소심증에 빠져버린 것이 참으로 안타까울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중세에 닥칠 철학의 시련에 견주어보면 뭐 암것도 아니었던게 된다.
거대제국 로마가 출현하면서 그리스 철학은 그 생명을 다하게 되니까.
물론 철학과 사상의 중심으로써 아테네의 지위가 끝장났다는 의미이지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의 이성론적 전통이 끝났다는 소리는 아니다. (이는 후일 근대에 합리주의 사조로 화려하게 부활한다)
중세는 왜 암흑기인가?
로마가 그리스와 세계(여기서 세계는 서양임)를 삼켜버렸다.
작은 부족 공동체였던 로마가 공화정 시대의 카이사르를 거쳐 옥타비아누스의 제정 시대에 이르기까지 눈부신 성공을 이룩한 것이다.
로마제국의 리즈 시절.JPG
그 스펙터클한 성공 스토리와 역사적 의의 등에 대한 이바구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같은 여타 책들에 잘 기술되어 있으니 나한테 물어보지는 마라. 잘 모른다.
우리는 서양 철학사를 공부하는 중이니까 그 얘기만 하자.
로마 제국이 서양 철학사에 미친 가장 큰 영향은 바로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밀라노 칙령으로 그리스도교를 국교로 공인한 것. (어떻게 공인받게 되었는지 등에 대해서 잘 아는 형이 있다면 답글로 가르침을 달라. 초기엔 박해를 받았다고 알고 있는데 전격적으로 국교가 된 건 뭐 때문이었는지 들은 것도 같은데 글로 싸지르지는 못하겠다. 모르는 걸 안다고 하면 죄 짓는거 같다)
이제 지금부터 형들은 이 연재물에서의 서양 철학자들은 거의 100프로 하나님을 믿는 신도들이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울 나라 같이 종교 자유가 있는 분위기 이런거 생각하면 안 된다. 무조건 믿어야 된다. 안그럼 중세를 이해할 수가 없다.
이 조치로 인해 로마 제국이, 아니 서양 전체가, 아니 세계 전체가 그리스도교적 세계관으로 일통하게 되며, 앞에서 배운 그리스 철학의 전통이나 헬레니즘 시대의 철학 이런거는 이제 더이상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니게 된다.
하나님, 즉 신을 위해 철학하는 시대가 바로 중세인거다.
여기에서 철학의 재앙이 야기된다. 이제 철학한다는 것은 더 이상 기존에 알던 개념이 아닌게 된다.
우리가 살면서 반드시 성찰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질문들 -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사는 것이 선한 삶인가', '정의로운 국가는 무엇인가' - 은 중세 철학자들의 관심에서 안드로메다 만큼이나 멀어져 버리고 그 자리를 '신'이 차지하게 되었다는 소리다.
인간 삶의 문제에 대한 철학적 질문이 던져졌던 그 자리에 중세의 철인들은 '플라톤의 사상으로 어떻게 하나님의 존재를 입증할 수 있을까', '아리스토텔레스의 언어로 어떻게 하나님의 완전 무결함을 증명할 수 있을까' 등의 문제에 천착한다.
차라리 우주론 시대에 탈레스 등이 제기했던 '우주 만물의 근원은 무엇인가?'가 더 건전해 보이기까지 한다.
데모크리토스 횽... 까서 미안해... ㅠㅠ
한마디로 철학을 통해 신학의 권위를 공고히 세우고자 하는 시도가 무려 천 년의 시간 동안 지속되는 것이다.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신학을 빨아주는 철학으로 격하되니 중세는 철학사에서 암흑기라고 불린다.
이 지루하기까지한 신학을 빨려는 시도가 오래 지속될 수 있었던 거는 바로 중세 서양인들의 세계관이 완벽하게 기독교적 마인드로 개편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앞에서 서양인들은 중세부터 거의 100프로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란 소리 했지?
그럼 우리도 중세를 알기 위해선 그렇게 믿어야 한다.
한마디로 쟤네는 1,000년동안 딸딸이친거다.
철학을 신학의 하녀로 삼은 채.
교부철학과 스콜라철학
중세 초기에는 교부 철학자들이 득세했다. 이들을 대표할만한 사람은 아우구스티누스.
젊었을 때 이교도에 빠졌다가 개종한 남자.jpg
교부 철학자란 교회의 아버지란 뜻이다. 로마 제국에서 국교로 공인받은 그리스도교는 절대적으로 권위가 필요했다. 그 권위를 부여하는 임무를 맡은 자들이 아우구스티노스와 같은 교부 철학자들이다.
이들은 그리스 철학의 이성론적 전통으로 교회에 권위를 부여했다. 특히 아우구스티누스는 플라톤 사상을 통해 하나님을 따르는 삶이 가장 훌륭한 삶임을 이성을 통해 설명하고자 시도했다.
뭐 대충 이성을 가지고 파악해보니 하나님이 가장 선한 개념이고 인간은 그에 따라 신앙을 갖고 살아야 한다 따위의 주장들이다.
근데 종교는 믿음의 문제 아닌가.
믿음의 문제를 이성이라는 매개를 통해 정당한 권위를 부여하고자 했다는 소리다.
그들의 논리는 허접하기 그지 없어서 "이게 왜 이렇지?"라는 논리적 사고에 입각해 이들의 사상을 접하면 세상에서 가장 난해한 철학이 되고 만다. 그래서 난 그냥 이렇게 하고 넘어갔다. "니들이 맞겠지"하고.
중세를 공부하는 그 순간은 하나님의 아들로 돌아가서 어떤 개소리비논리를 전개하더라도 참고믿고 넘어가줬다. ㅎㅎ
형들도 신앙이 없는 분이라면 그렇게 접근 하는게 정신 건강에 좋다.
스콜라철학이란 것도 중세에 등장한다. 유명한 토마스 아퀴나스가 대표자인데, 이들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으로 왜 신앙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행복인가 등에 대답하고자했다.
역시 소개할 수준이 아니므로 넘어가자.
지존이신 김성모 화백의 땡깡을 넘어서는 중세의 철인들.jpg
보편논쟁
하지만 철학사적으로 암흑기인 중세에 무의미함만이 가득했던 것은 아니다.
바로 보편논쟁이라는 것을 통해 근대적 사고로의 전환이 가능해지는 새로운 사고가 열리게 되므로.
보편논쟁이란 보편의 개념, 즉 신이란 실재하느냐 아니냐를 두고 토론하는 것이다.
참... 노는 꼴이 가관이다. -_-
믿음의 문제인 종교에 지네들 믿음의 대상이 실존하느냐 아니냐를 두고 몇 백년을 또 싸우다니...
당연히 답은 나오지 않고 신은 실재한다고 주장하는 보편 실재론자들과 신은 이름 뿐이라는 보편 유명론자, 신은 실재 존재하지는 않는데 그 개념 속에 존재하신다는 절충의 입장인 보편 개념론자들이 박터지게 싸운다.
그러다 중세 말기에 해성처럼 등장한 사나이가 있으니 그가 바로 오캄 되시겠다.
근대적 사고를 가능케 한 사나이.jpg
오캄의 면도날을 통해 가능해진 근대적 사고
이 사나이의 논리는 정말 명쾌하다.
오캄은 피터지게 싸우고 있는 보편 실재론자와 유명론자, 개념론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형들. 싸우지 말고 들어봐라. 신이 실재할 것이라는 보편 실재론이 타당한 부분이 있다. 글고 신이 형상이 없고 단지 우리의 사유가 만들어낸 존재라는 보편 유명론 또한 일리 있는 부분이 있다. 이걸 절충할라는 보편 개념론도 무슨 소리인지 알겠다. 그런데 말이다. 형들 우리가 이걸로 이렇게 박터지게 싸워서 뭐할거고? 만약에 실재하지 않고 신은 없다고 주장하는 유명론자들이 이기면, 우리 그때부터 신을 안믿을거가? 그런기가? 그건 아니지 않나? 의미없는 싸움이다. 우리 이런 소모적인 논쟁은 접고 단순하게 생각하자. 복잡한 것 모두 끊어버리자."
오캄은 이렇게 이야기하며 싸움을 중재시켰다.
이 남자의 말은 정말로 탁월하다. 본질을 정확히 꿰뚫은거다. 서양 중세엔 이미 그리스도교적 세계관을 부정할래야 할 수가 없는 시대이다. 신앙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당연'한 때였던 거다.
그런데 그런 시절에 신이 실재하면 어떻고 없는데 있다고 구라치면 또 어떻나.
없다고 안믿을 것도 아니지 않느냐는 오캄의 일갈에 싸우던 넘들을 할 말이 없는거다. 당연히 유명론이 이기면 신이 없는게 된다. 하지만 신이 없다고 이들이 신앙을 버릴 것도 아니다. 너무나 당연한 삶의 일부이므로. 실재론이 이기더라도 얻는게 무엇인가. 신은 있고 신과 함께하는 삶은 서양에서 이미 지극히 당연한게 되었는데.
이렇게 지루한 중세 천 년을 한 방에 정리한 위대한 철학자이자 신학자인 오캄. 눙물나게 고맙다. ㅠㅠ 오캄으로 인해 철학은 신학의 시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열린거다.
형들아. 나는 중세의 철학자하면 아우구스티누스나 아퀴나스가 훨씬 더 유명할지 모르지만 정말로 오캄을 시대를 앞서간 선구자라 부르고 싶다.
왜? 오캄의 이러한 정리 이후에 정신과 물질을 분리하는 근대 과학적 사고의 서막이 열릴 수 있었기 때문에!
신의 존재를 형이상학적으로 복잡하게 설명하려던 기존의 중세 철학자들에게 "간단하게 생각해라! 눈에 보이는 것만 따져보자!"라고 외친 오캄으로 인해 중세는 기나긴 잠에서 깨게 된다.
철학 발전의 발목을 오지게도 잡았던 신학의 하녀 노릇에서 드디어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근대는 합리론과 경험론으로 전개되게 되는데, 이 두 사조의 대립되는 부분을 관통하고 있는 것이 과학적 사고의 대두이다.
이 과학적 사고의 대두를 가능케 한 것이 오캄의 면도날이고.
어떻게 가능케 했느냐? 과학적 사고는 쉽게 말해 눈에 보이는 것만을 진리로 인정하는 것 아니겠냐.
오캄의 면도날이 지적하는 단순성의 원리를 중세의 철학자들이 인식한 바로 그 때부터 뜬구름 잡는 신 존재의 증명이나 신앙의 당위 입증 따위는 점점 철학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된다.
이제는 단순하고 확실한 길을 철학의 방법론으로써 추구하게 된다. 보편논쟁의 종결 이후에는 눈에 보이는 것을 말하고 탐구하는데 철학의 관심사가 옮겨가게 되는 것이다.
형이하학의 영역을 사유하게되면서부터 서양 철학의 흐름은 중세의 껍데기를 탈피하고 근대로 넘어오게 되며 이는 전적으로 오캄의 공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만약 그의 활약이 없었다면, 중세를 넘어 근대적 사고의 등장 시기는 더욱 늦어졌을 것이다.
오캄의 면도날은 오늘 날에도 유용하게 쓰이는 원리인 만큼 우리도 정답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는 의의를 활용하여 현실을 헤쳐나가는데 도움을 받아보는 것은 어떨까.
중세는 정리하자면 철학이 신학의 시녀 노릇을 하던 시기이다. 긴 시간을 그렇게 보내다보니 유의미한 발전을 찾아보긴 어렵게 되었지만, 오캄으로 인해 그 암흑기를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근대적 사고의 등장과 함께 인류사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게 된 과학의 발전을 가져오게 되었으므로 중요한 터닝 포인트의 시기가 아니었나 생각되어지는 바이다.
노근/ 321년 콘스탄틴 황제의 밀라노칙령은 국교 공인이 아니라 걍 공인이다. 국교공인은 392년 대오도시우스1세에 의해 선포되었다. 공인과 국교공인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전문적 철학 개론이 되려면 단어의 사용이 명확해야 된다고 본다.
일례로 위 니 말을 보자. "근데 종교는 믿음의 문제 아닌가" 여기서 말하는 종교의 개념이 모호하다. 즉, 니가 말한 종교라는 게 무엇을 지칭하는 건가? 기독교를 말하는 것 같은데. 맞나? 그렇다면 내가 보기엔 '종교(religion)' 요 정도는 표시해 줘야 된다고 본다.
왜냐하면, 교주가 있고 교리가 있으며 교단이 있으면 우린 그것을 종교라 통칭한다. 일본 학자의 우매한 번역으로 일반화 되었지만. 원래 종교라는 단어의 주인은 불교다. 니도 잘 알테니 그 정도로 하고. 그런 의미의 종교를 니처럼 사용하면 "모든 종교는 믿음의 문제다" 라고 획일화 된다는 거다.
쉽게 말해, 종교 불교가 믿음을 전제로 하는가? 종교인 유교가 믿고 안 믿고를 따지는 가르침이던가? 아니지 않는가? 따라서 종교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는 뭉뚱그려 사용할 게 아니라 그에 맞게 구분해 줄 필요가 있다는 거다.
化通/ 콘스탄티누스가 국교 공인이 아니구나. 미안하다. 어줍잖은 지식이 탄로났다. 고맙다. ^^
글고 내가 본 글에 사용한 '종교'는 모든 종교를 의미한거다. 그리스도교에 국한시킨 것은 아니다.
이 부분은 굉장히 논쟁거리가 될 수 있는 부분이라 짐작이 된다.
내가 배우고 그걸 토대로 사유한 바로는 유교-불교-그리스도교와 같은 진리로 인정받는 성질의 경우에 모두 '믿음'이라는 것이 굉장한 역할을 한다. 내가 문예방에 남긴 유교인가 유학인가를 참고하길 바란다. 추후에 이 주제로 한번 글을 싸도록 해볼게.
그리고 아퀴나스의 경우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적 윤리설에 근거를 두고 신학의 정당화를 시도하는 부류이다. 교부와 스콜라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로 지지기반을 달리 하는 사조이다. 그런데 이것도 애매한게 플라톤철학과 아리스토철학이 뿌리가 같다는게 거기서 거기인 난센스가 발생하게된다. 아무튼 굉장한 내공이 느껴지는구나. 좋은 피드백 진심으로 감사하다. ^^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