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혹시 형 중에 본 편이 첨 접하는 노근이의 글이라면 후딱 텨가서 1편부터 보고 오는 센스 잊지 말구.
중간부터 보는 사람에게는 친절한 연재물이 아니라서... ㅋㅋ
그럼 가볼까?
짓밟힌 그리스인들의 자존심
우리는 지금까지 고대 그리스의 위대한 세 철학자를 만나보았어.
탈레스가 '우주의 근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짐으로써 최초로 시작된 인간의 철학적 사유는 소크라테스와 소피스트에 의해 인간의 삶의 문제로 옮겨지게 되었지. 이후 스승인 소크라테스를 계승하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더 섬세한 사유과정을 거쳐 서양의 이성론적 전통을 수립한거고. (이 섬세한 사유과정이 더 좋은 건지 아닌지는 다음에 논의해보자)
그런데 서양 철학의 이성론적 전통(관념론, 합리론)을 태동케한 그리스의 아테네가 자존심이 왕창 짓밟히는 사건이 일어났으니 그게 바로 세계 최초의 정복왕 알렉산더의 등장이야.
오랜 시간 세계의 중심이라 자부했던 아테네인들. 그들의 성공은 눈부시게 찬란했다고 할 수 있지. 스파르타가 그리스의 주도권을 쥐고 난 이후에도 정치-경제-문화-교육의 중심지로서 아테네의 위상은 공고했으니까. 그런 아테네의, 무려 '시민'(당시 아테네의 시민은 여자와 노예와 외국인 제외. 국방의 의무를 지는 남자)씩이나 되는 남자 사람들은 콧대가 높을만했지. 암.
* 뱀발인데 약 3,000년 전의 아테네 시민들이 가졌던 권리 의식은 좀 까리한 점이 있더라. 이들은 노예와 외국인 남자 사람에게는 군대 동원령을 내리지 않아. 그들은 시민이 아니라는거지. 그러니 정치적 광장에 참여할 권리도 없어. 정치에 참여할 권리가 없으니 군대와서 아테네를 위해 싸울 의무도 없다는거여. 오직 아테네에서 태어난 남자 사람만이 국방의 의무를 기꺼이 수행하며 그에 걸맞게 누릴 수 있는 권리로 '시민권'이 주어지는거지. 이들은 이를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했대.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현대 사회의 시민의식과 비교해도 그리 꿀리지 않어. ㄷㄷㄷ)
그런데 알렉산더와의 전쟁 이후 마케도니아의 식민지배를 받게 된 그리스인들은 이전과는 성향이 180도 바뀌게 돼.
너무 콧대가 강했던 것일까? 그만큼 자기네들 문화에 대한 프라이드가 대단했던 것일까?
마케도니아의 식민지배를 받는 그리스인들은 고대 그리스 시절과는 판이하게 다른 철학적 성향을 나타내게 돼.
그럼 이쯤에서 고대 그리스 시대와는 유난히 다른 철학적 경향이 드러나는 시대를 헬레니즘 시대라 명명할게. (대충 서방과 동방의 문화가 만났다는 뜻이래) 철학사에서는 고대 그리스와 중세 천 년의 사이에 위치하는 시기이지. 고대-헬레니즘-중세. 이르케.
그럼 어떤 고대와 헬레니즘은 어떤 차이점이 있느냐? 뭐, 철학도 인간이 머리로 사유하는건데 그 시대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자너. 기존에 자신감넘치고 당당했던 그리스인들이, 세계의 중심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인간들이 동쪽에서 온 젊은 왕의 군대에 박살이 났으니 쪽팔리기도 했을거야.
결국 소크라테스와 소피스트가 던진 "어떻게 살 것인가"란 질문에 대해 "인간만의 특성이라 할 수 있는 '이성'을 탁월하게 잘 발휘하는 것이 잘 사는 것이다."라는 대답을 내렸던 그리스 철학의 경향은 안드로메다로...
헬레니즘시대의 철학자들은 저 질문에 대해 이렇게 대답해.
"조까! 걍 포기해!"
소 소크라테스 학파
어쩌다 조까라는 소리까지 나오게 된 걸까.
우리는 먼저 소크라테스의 정신을 (자칭) 계승한 세 학파를 살펴볼 필요가 있어. (이들의 활동 시대는 아리스토텔레스쯤 부터 헬레니즘 시대까지. 어쩌면 로마까지? 정확히는 나도 몰라. 안찾아봤고 그런거 연도 달달 외우는 지엽적인 공부엔 관심도 없어. ㅋㅋ 나 너무 당당한 듯 -_-;;)
먼저 메가라학파. 소크라테스의 지-덕-복 합일설 기억나? (안나면 후딱 가서 2편 보고와) 얘네는 소크라테스의 '지'를 강조한 애들. 참된 지식을 얻어야 한다. 뭐 이런거 강조하고 다녔대. 잉여로우므로 패스.
다음은 퀴니코스(퀴닉)학파. 디오게네스라는 대표자와 함께 흥했대. 견유학파(개같은 학파)라고도 불려. 얘네는 소크라테스의 '덕'을 강조했대.
디오게네스는 알렉산더와 이런 일화가 있지. 알렉산더가 그리스를 정복한 후 명망이 높았던 디오게네스를 '친히' 찾아갔대. 근데 디오게네스가 거지 꼴을 하고 통나무 술통 안에 기어들어가 햇살을 쬐고 있을 타이밍이었다네. 알렉산더가 "나 그리스 정복한 알렉산더임. ㅋ 님아 잠시 시간 좀"이라고 하니까 디오게네스가 "내 광합성에 방해가 되니 얼른 꺼지셈. 햇살 가리지 말고"라는 개배짱을 부렸다더군.
알렉산더를 뻘쭘하게 만들고 광합성을 즐긴 사나이.jpg
이 일화가 견유학파(퀴니코스학파)의 사상을 잘 엿볼 수 있다... 라고 서양철학사를 다루는 여러 책들에는 쓰여져 있던데 나는 개뿔 뭐 모르겠고 그냥 정신적 자유의 경지를 추구한 자들이라 생각해. 견유(개 견자에 같을 유자)라는 이름을 한자문화권의 학자들이 붙인 것도 '개팔자가 상팔자'에서 나온 것 같다는게 내 생각이야.
다음은 퀴레네학파인데 얘네는 좀 중요해. 근대 경험론의 원조 되시거든. (물론 상대주의의 원조는 소피스트) 소크라테스의 '복'을 계승한 학파야. 얘네는 '복'을 감각적 쾌락에서 찾아. 아리스티포스가 대표자인데, 행복을 감각적 쾌락에서 구하는 대표적 쾌락주의자라 할 수 있어. (감각적 쾌락주의의 비극에 대해서는 에피쿠로스학파를 다룰 때 설명할게)
퀴레네학파에서 시작된 쾌락주의의 흐름은 오늘 살펴 볼 에피쿠로스학파로 이어지고 이후에 근대 경험론과 공리주의로 전개되지.
무튼 소 소크라테스 학파를 이야기하는 건 오늘 만나볼 헬레니즘 시대의 철학을 쉽게 이해하기 위한 사전작업이야.
퀴니코스학파(견유학파)가 헬레니즘의 스토아학파로 이어지고 퀴레네학파가 헬레니즘의 에피쿠로스학파로 이어지거든. 이 흐름은 나중에 근대 철학의 흐름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돼.
근대철학은 정신과 물질로 단순하게 이분법해서 파악하는게 흐름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많이 돼. 정신(이성) = 합리론, 물질(경험) = 경험론. 이런식으로 근대는 합리론과 경험론이라는 두 개의 사조가 등장하거든. (정신을 강조하는 관념론과 물질을 강조하는 유물론의 대비는 오늘 공부할 스토아학파와 에피쿠로스 학파에서도 찾아볼 수 있어서 미리 잠깐 간을 보는거야)
그럼 여기서 잠깐 정리. 관념론의 흐름은 대충 고대 그리스의 이성론적 전통 - 견유학파 - 스토아학파 - 데카르트, 스피노자 등의 합리론으로 이어지고 유물론의 흐름은 소피스트 - 퀴레네학파 - 에피쿠로스학파 - 로크, 흄 등의 경험론으로 이어진다는 소리!
후에 - 근대철학의 절정기에 - 합리론과 경험론의 짬뽕을 시도한 아저씨가 칸트고, 칸트와 자웅을 겨루려 했던 애들이 공리주의자들이야.
이런 흐름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철학사를 파악하기가 쉬워져.
뭐가 좀 연결이 되는 것 같아? (혼란만 가중시키는 무책임한 질문이었다면 미안해. 철학은 당연히 생소할수록 어려운거고 어렵다면 조근조근 반복해보는 수 밖에 없어. 넘 본인을 자책하거나 노근이를 비방하지는 마. ㅎㅎㅎ)
스토아학파
먼저 헬레니즘의 스토아학파부터 만나보자. 얘네는 헬레니즘 철학의 성격을 아주 잘 나타내주는 놈들이야.
아까 고대 그리스 철학과 헬레니즘 철학의 성격이 크게 달라진다고 했지?
헬레니즘의 철학은 포기하고 그냥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야. 유식한 말로 '운명론적 결정론'과 '금욕주의'라고 할 수 있어.
마케도니아에 정복당한 그리스민족의 심정이 반영되어 철학에서 그 경향을 찾아볼 수 있게 된거야. (여기서 민족성의 차이를 엿볼 수 있는 것 같다. 우리 민족이었다면 식민 지배에 대한 봉기와 저항의 사상이 형성되었을거 같은데 그리스인들은 걍 체념의 미학을 선택하였으니...)
고대 그리스는 개인 뿐 아니라 사회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철학이야. 소크라테스는 소피스트에 의해 병드는 아테네의 현실에 가슴아파한 남자. 플라톤은 '정의로운 국가'에 대해 탐구했고 그 결과로 각 계급이 조화된데서 정의가 나온다고 결론내렸어.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정치적 동물이라 명명했고 그 나름의 '목적의 왕국'을 체계화했지. 셋 다 개인의 문제와 사회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였지.
하지만 헬레니즘시대에는 이와 같은 거대 담론을 찾아볼 수가 없어. 이 시대는 오직 개인의 소극적 삶의 문제에만 천착해.
그리스인의 드높았던 기상과 사회 문제 인식 이런거는 마케도니아의 식민지배를 겪으면서 가카의 진실성을 모래밭에서 바늘을 찾는 것 만큼이나 어려워진거야.
대신에 주어진 시대적 현실에 순응하고 개인적 입신양명과 정신적 자유의 경지를 추구하는 경향이 헬레니즘 철학의 성격을 지배하지. 아쉽다. 그리스인들이 체념과 순응의 철학을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들 시대에 살아 숨쉬었던 위대한 철학자들의 전통을 따랐더라면 이내 독립해서 고유의 아테네 문화를 계승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실제로 체념을 미덕삼아 스토아학파의 분위기에 젖은 그들은 이후 로마의 지배에 들어가게 돼.
그럼 스토아학파는 무슨 논리로 운명론적 결정론을 주장하는걸까?
그들은 우주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로고스(Logos)라 불리는 우주이성에 의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해. 이 우주이성이 이 세상에 일어날 모든 일들을 애초에 결정해두었다는거야. 인간은 생각할 수 있는 존재니까 이성이 있지? 인간의 이성으로 우주이성의 법칙을 파악하는게 가능하대. (왜 가능하고 이런거는 어느 사상가의 철학을 공부할 때 잠시 접어두셔도 좋습니다. 무조건 믿는게 편해!) 결국 이성을 가진 인간은 우주이성이 정해놓은 법칙을 알 수 있으므로 나와 주변에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결국 정해진대로 흘러간다는 걸 알 수 있으니까 쓸데없이 희노애락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거야. 내가 기뻐해도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슬퍼해도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는거지. 우리가 지금 재보궐 선거 때문에 똥줄이 타지만 스토아학파의 논리라면 우리는 똥줄이 탈 필요가 없는겨. 우주이성이 누가 당선될지 모두 정해놓았거든. -_- 거기다 대고 화내거나 기뻐하거나 하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이는 것은 바보가 할 일이지 인간이 할 일이 아니란거지.
스토아학파는 이런 정신적 해탈의 경지를 '아파테이아'라고 했어. 비유하자면 비바람 거세게 몰아치는 바다에 엄청난 파도(정념들)가 출렁이지만 그 속에서 고요함을 유지한채 떠 있는 배라고나 할까?
실제로 스토아학파는 감정이라는 것이 플라톤의 4주덕을 제외하고는 모두 무가치한 것이라고 얘기하기도 해.
이 사상에서 우리는 어떠한 것에도 휘둘리지 않고 금욕적 자세로 경건함을 유지하고 정신적으로 자유로운 어떤 경지를 엿볼 수 있는거지.
근데 감정에 휘둘리지 말자는 류의 주장이야 동서양을 막론하고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이건 너무 사람 냄새 안 난다... 그쟈?
스토아학파의 대표자는 노예 출신인 에픽테토스야. 에픽테토스가 얼마나 자기 학파의 이론에 충실했는지 일화 하나를 소개할게.
에픽테토스는 노예출신이야. 근데 주제도 모르고 총명한데다 사색하기를 좋아했다네. 그걸 못마땅하게 여긴 주인이 에픽테토스를 괴롭혔대. 팔에다 암바를 건거지.(다리에다 니바를 걸었다는 소리도 있어. 정확히 먼지 모르겠으니 패스) 고통스러웠을텐데도 에픽테토스는 가만히 주인에게 "주인님. 자꾸 그러시면 제 팔이 부러집니다."라고 말했다는거야. 이에 제대로 열 뻗친 주인이 아랑곳하지 않고 암바를 계속하자 결국 에픽테토스의 팔이 '뚝!'하고 부러졌다네. 그러자 에픽테토스가 실실 쪼개면서 한다는 소리가 "거 보십시오. 주인님. 제가 팔이 부러진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요거래. -_ - 스토아학파의 논리라면 에픽테토스의 팔은 이미 로고스에 의해 부러질 운명으로 결정되어 있는 것이었고 이를 이성으로 파악하고 있던 에픽테토스는 어떠한 감정(그 상황에선 끔찍한 고통이었겠지)을 느끼는것이 무가치함을 알고 차분하게 아파테이아의 경지를 발휘한거...
주인님. 절대 개긴 거 아닙니다.jpg
결국 질린 주인은 에픽테토스를 노예에서 해방시켜주고 공부도 시켜줬대. 그는 후에 스토아학파의 간판이 되지.
뭐 이런 유심론 냄새가 풀풀나는 철학은 호불호가 극명해서 형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네. 나는 스토아학파가 이런 경향으로 나아간것은 당시 마케도니아의 지배를 받던 그리스인들의 심리 상태와 기가 죽어 있던 사회적 분위기가 결합한 산물이라고 생각해.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라는 세 천재를 동시대에 탄생시켰던 나라가 식민지가 되었으니 그 상실감이 우리가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컸지 않나 싶어. 그래도 이런 분위기의 철학에 꼴리거나 하지는 않어. 체념하기엔 우리가 할 일이 아직 넘 많거든. 안그래?
에피쿠로스학파
스토아학파는 그들이 강의하던 학교 이름인 '스토아 포이킬레'에서 나온 말이고 에피쿠로스는 걍 사람 이름이야. 이 아자씨도 재밌어.
얘는 쾌락주의자야. 앞에 나온 퀴레네학파를 잇는거지. 근데 또 퀴레네랑은 판이해. 머여. -_-
퀴레네학파의 대표자는 아리스티포스야. 이 남자는 오직 행복이란 감각적 쾌락의 충족에서 온다는 극단적 쾌락주의를 밀고 나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아름다운 여성과 관계하고, 화려한 옷을 입고... 무튼 잘나갔나봐. 추종자도 꽤 많았대. 현대 사회도 비슷하잖아. 돈이나 쾌락이 사람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유혹인지...
하지만 쾌락에는 역설이 존재해. 유명한 역설 하나는 버틀러의 탁견인데 쾌락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어떤 행동의 부산물이라는거.
쾌락이 인생의 전부인 아리스티포스 같은 경우 미각의 쾌락을 위해 음식을 먹겠지? 근데 버틀러가 지적질하길 미각의 쾌락은 목적이 아니라 '음식물을 먹는' 행위에 수반하는 어떤 것이란겨. 쾌락 그 자체로 절대 목적이 될 수 없다는거지. 하긴 미식가도 열흘... 아니, 사흘만 굶기면 쳐다도 안 보던 풀반찬을 씹겠지?
그리고 또 하나의 역설을 지적한 남자가 에피쿠로스야. 그에 따르면 인간 삶의 목적은 쾌락의 추구가 맞아. 쾌락은 선한거고 좋은거야. 반대로 고통은 악이고. 근데 이 가정에 따라 쾌락이 좋은거라서 감각적-육체적 쾌락을 무한히 추구한다고 해보자. 인간 욕심에 끝이 있을까? 처음엔 작은 강도의 감각적 쾌락에도 만족하던 인간이라도, 점점 앤간한 쾌락으로는 성에 안차게 되지 않겠냐 이거지.
산해진미만을 추구하는 미식가는 결국 이 세상 모든 맛있는 쾌락을 주는 음식을 다 먹게 되겠지. 그럼 그는 뭐를 먹어서 쾌락을 쫓아야 할까. 섹스를 통해 성적 쾌락을 추구하던 남자는 온갖 여자를 안겠지. 여러 명과 동시에도 할테고. 그러다 어린 아이와 동성에게도 관심을 가져. 그 쾌락 추구의 끝은 어디일까.
결국 감각적 쾌락의 추구는 밑빠진 독의 물붓기가 되는거야. 예리한 에피쿠로스는 이걸 감지하고 '감각적 쾌락의 추구는 결국 인생의 악이라 할 수 있는 고통을 초래한다'는 결론을 내려. 실제로 아리스티포스와 그를 추종하던 자들은 지나친 감각적 쾌락의 추구 끝에 거의 다 회의주의와 허무주의로 돌아서게되지. 아리스티포스와 많은 이들은 인생에 의미를 잃어버리고 자살을 하게 된대. (유행처럼 자살이 번져나갔다더군. 역시 정신과 물질 사이에 균형을 잃으면 폐해가 만만찮어)
그럼 에피쿠로스는 어떤 쾌락을 추구해야한다고 보았느냐. 바로 정신적 쾌락을 추구하자고 권해.
에피쿠로스는 감각적 쾌락의 추구는 결국 충족되지 못하므로 고통만을 초래한다고 봤어. 그래서 그는 오히려 쾌락주의라는 말이 무색하게 '고통의 부재'를 추구해.
한마디로 감각적 쾌락을 쫓는 욕구를 없애버리자는거야. 고통을 야기할 욕구 자체를 가지지 말자는거야. 그리고 그러한 충족되지 못해서 발생할 고통을 불러오지 않는 쾌락을 추구하자는거고, 그것이 바로 정신적 쾌락이라는거지.
명상과 벗과의 우정, 철학적 담소 등의 경지에서 고통을 벗어던진 정신적 쾌락의 극치를 찾을 수 있다고하네.
뭔가 말이 되는 것 같은데 쾌락주의라 하기엔 거석한...
그에 의하면 이러한 정신적 쾌락을 누리는 마음의 상태를 '아타락시아'라고 한대. 비유하자면 아무런 미동도 없이 잔잔한 바다(감각적 쾌락에 대한 욕구의 부재 상태) 위에 떠 있는 배 한척이랄까.
살다보면 자연스레 생기기 마련인 감각적 욕구들을 없애버림으로써 정신적 쾌락을 추구하는 이상한 쾌락주의가 되는거지.
근데 형들. 여기까지 보고 스토아와 에피쿠로스의 유사점을 찾을 수 있겠어?
스토아는 금욕주의, 에피쿠로스는 쾌락주의. 글자 그대로는 완전히 대립되는 두 사상.
그러나 둘은 놀랄만큼 닮았다는거. 공감이 돼?
그리스가 마케도니아의 식민 지배를 받는 시대적 상황에서 잉태된 두 사상은 표면상으로 금욕주의와 쾌락주의라는 정반대의 스탠스를 취하는 듯 보이지만
로고스가 정해 놓은 법칙에 순응하고 불필요한 감정에 빠져 허우적거리지마라는 스토아학파와
감각적 쾌락의 추구는 고통을 초래하므로 고통의 부재를 쫓기 위해 정신적 쾌락을 추구하는(실제로는 아무런 욕구를 가지지 말라는) 에피쿠로스학파가
실은 놀라울만큼 유사한 철학적 경향을 보인다는거야.
(이분법이 이해하기엔 도움이 많이 되지만 단점이 있다고 계속 강조하는게 여기서도 찾아볼 수 있는거야. 단순히 금욕주의와 쾌락주의로 대비시켜 생각해버리면 중요한 포인트를 놓치게 되는거지)
역시 철학이란 인간이 사유하는 것이고 인간은 사회성을 지닌 존재이니만큼 시대가 처한 현실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 없는거지.
이러니 우리가 현재와 같은 야만의 대한민국에서 철학하지 않고 어떻게 견뎌낼 수 있겠어.
현 시대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진지한 사유와 성찰이 부재한 대한민국에서 철학하지 않고 어떻게 희망을 얘기할 수 있겠어.
철학의 중요성
아까도 얘기했지만 만약 헬레니즘 시대에 위대한 사상가가 그리스인들의 정신을 건강하게 해 줄 철학을 들고 나왔다면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물론 에픽테토스나 에피쿠로스가 위대하지 않다는 소리가 아니야. 물론 한 명의 철학자가 모든 구성원을 교화시키거나 할 수 있다는 소리도 아니야.
노근이가 지금 말하는거는 우리 시대 지식인들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거야. 그들이 성찰하지 않고 고뇌하지도 않음시로 말로만 진보 타령하고 독단에 빠져 있거나 대안없는 비판만을 쏟아내면 그 시대는 불행한 시대 아니겠어?
그리고 우리 같은 사회의 일반 구성원들도 사유하고 철학한다는 것이 얼마나 필요한 일인가 각성할 필요가 있겠지? 훌륭한 사상가가 훌륭한 철학함을 거쳐 훌륭한 가치들을 내세워도 당췌 그걸 알아들어줄 자세와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할 것 아닌가벼. 스스로 사고하고 철학해보는 연습이 익숙한 구성원은 훌륭한 시민으로서 갖추어야할 덕목을 가지고 있다 할 수 있겠지?
우리 봉팔러들이 부단히 공부하고 실력을 쌓아 그러한 역할들을 우리 사회에서 해 나가자. 우리 봉팔러들이 열심히 습득한 소양과 학식을 가지고 주변의 사람들을 설득해 나가자.
내가 볼 땐 보편성을 상실하여 도저히 관용할 수 없는 몇몇 몰상식하고 파렴치한 인간들 제외하면 3분의 2는 우리와 비슷한 보통 사람들이다.
그리고 독재와 유신, 부정의의 시대에서 태어나지 않은 우리 미래 세대들이 이 나라의 주역이 되는 가까운 미래에는 그 불관용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의 숫자는 더욱 줄어들 것이고.
그리스인들과는 다른 어떤 것이 있는 우리의 민족성을 나는 함 믿어볼란다.
그러니 형들. 우리 한 번 즐겁게 철학하고 열심히 노력해서 사람사는 세상 다 함께 만들어가보자.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