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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근이가 들려주는 서양철학이야기 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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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노근
날짜 : 2011-07-06 (수) 15:18
조회 : 7792
추천 : 11 비추천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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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근 기자 (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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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에 이어 이번 시간에는 서양 근대 철학의 마무리를 장식하게 될 공리주의자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칸트를 의무론, 절대주의에 위치한다면 공리주의자들은 결과론, 상대주의에 위치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어. 칸트가 행위의 동기를 강조하였고 오직 의무에서 나온 행위만이 절대적으로 선하다라 했다는 거 기억나? +_+ 그리고 보편적 정언명법으로서 기능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각자의 격률에 적용해보라고 권함으로써 절대주의 윤리설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도 이해가 돼? (안 되면 걍 그러려니~ 해~ ㅋㅋ)
칸트와 달리 공리주의자들은 행위의 동기보다는 결과가 쾌락을 불러 오는지의 여부를 보아야 그 행위의 선/악을 판단할 수 있다고 얘기해. 그래서 결과주의 윤리설이 되는 것이고. 또한 보편적인 윤리설을 세우기 위해 시도하기는 하지만 각자의 쾌락이나 선에 대해서는 다양한 입장이 존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상대주의 윤리설의 입장에 놓여있을 수 밖에 없고 말이지.
그럼 본격적으로 공리주의에 대해 가볍게 알아보고, 벤담과 밀이라는 두 명의 대표적인 공리주의 사상가들을 만나보도록 하자구!
공리주의 일반
공리주의자들은 유용성의 원리가 궁극적인 도덕의 원리가 될 수 있음을 주장하였어. 즉 나에게 유용한 행위가 선한 행위가 된다는 말이지. 이득, 쾌락이 되는 것이 선하다는 얘기야. 유명한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추구하라"는 말이 공리주의의 절대적 명제이기도 하지. 물론 이들이 쾌락주의에 분류되어질 순 있지만 앞에서 다루었던 아리스티포스같은 감각적 쾌락주의자나, 에피쿠로스같은 정신적 쾌락주의자와는 또 다른 무엇이 있으니까 유의하며 잘 따라 오도록 해. ^^
일반적으로 쾌락주의는 나에게 쾌락이 되는 것만을 선이라고 생각해. 내 쾌락을 증진시켜주는 것은 선이 되고, 그렇지 못한 것은 악이 되는거지. 그런데 이런 수준에 머물게 되면 보편적 도덕의 원리로써 기능하기에 한계가 너무나 뚜렷해져. 실제로 각자가 느끼는 쾌락이 경험과 성격에 따라 천차만별이기에(이래서 쾌락주의를 상대주의에 놓는 거임) 보편화할 수가 없게 되지. 그런 이론들은 그런 주장을 하는 쾌락주의자들의 메아리 없는 외침이 되기 십상이야.
더구나 버틀러가 지적하듯이 쾌락만을 추구하다 보면 오히려 고통스러워지는 쾌락의 역설이 발생한다거나, 쾌락이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라 어떤 활동의 부산물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게 됨으로써 고전적 쾌락주의는 그 명맥을 유지하기가 용이치 않게 되어버려. 아! 인간은 선하다는 성선설을 믿기에는 수많은 경험적 무리가 존재함을 골치아파하던 철학자들은 도무지 인간은 이기적이고 자신의 이익을 탐한다는 치명적인 명제를 부정하기가 어려우니까, 골치 꽤나 아팠을거야.(잠시 묵념) 그래서 공리주의는 이런 한계를 극복해 더욱 세련되게 이론을 정립해 나가게 되구.
즉, 공리주의자들은 현대 사회에 가까워질수록 고전적 쾌락주의라는 개소리를 짖어봤자 아무도 안 들어주니 자연히 보편화가 가능할 수 있는 쾌락주의 이론을 디자인함으로 결함을 극복하고 많은 사람들이 따라야 할 윤리설로써의 입론을 개진하게 된 것이지.
공리주의가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추구하라는 주장을 하는 이유는 공공성을 획득해서 고전적 쾌락주의의 위에서 설명한 난점을 극복하기 위함이야.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공공의 이익, 즉 공리성을 전제로 삼는 이유는 두 가지 정도로 들 수 있어.
첫째, 모든 사람들이 제각기 각자의 쾌락과 행복만을 추구한다면 사회는 혼란 상태에 빠지게 되므로 선한 행위는 가급적 많은 사람에게 쾌락과 행복을 주는 공리성을 전제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우리의 행위의 옳고 그름은 그것들이 행복을 더 많이 가져오느냐, 또는 불행을 더 많이 가져오느냐에 따라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얘들은 아마 이 정도면 칸트 윤리학의 동기주의/절대주의에 맞설 훌륭한 이론이 정립되었다고 믿었던 것 같아. 고전적 쾌락주의의 상대주의적 난점을 첫째 이유로 든 공공성의 전제를 통해 어느 정도 극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둘째 이유로 든 행복/이익 개념을 통해서는 일반적인 사람들의 관념에도 어긋나지 않는 주장을 하는 것이 되었으니까.(실제로 칸트 이론은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너무 수준이 고상하다는 비판을 많이 받지)
그런데 이러한 공리주의의 일반적 이론을 정립하는데 큰 역할을 한 제레미 벤담이나, 존 스튜어트 밀을 공부해보면 얘들이 비판받는 부분도 굉장히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어. 자세한 공리주의 반박들은 이어질 벤담과 밀을 알아보며 함께 보도록 하자.
벤담 - 양적 공리주의
입법과 도덕의 기초로 공리주의 이론을 적용하고자 했던 야심가. 대부분의 철학자가 그러했듯 이 양반도 철학자, 법률가, 정치가 등등의 많은 직함을 거느린 유명 인사였어.
요렇게 생기셨다네.
아무튼 이 아저씨가 공리주의를 주장하고자 한 이유는 굉장히 단순하면서도 명쾌해. 경험적으로 보면 딱 안다는거야. "인간은 누구나 고통을 피하고 쾌락을 추구한다."는거지. 혹시 반박이 가능한 형들 있어? 살아보면 누구나 똥은 안 밟으려고 하고 맛있는 음식은 먹고 싶어하는 법. 물론 이것을 초월한 경지가 진정한 정신적 자유의 경지이다는 주장을 했던 많은 철학자들이 있었어. 동양의 도가철학이나 스토아의 아파테이아 등등. 하지만 일반적인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경험적 사실로써 관찰되어지는 것이라 할 수 있고, 실제 우리의 직관에도 크게 위배됨이 없는 주장이지.
그런데 "인간은 누구나 고통을 피하고 쾌락을 추구한다."는 이 주장을 윤리학에서는 '심리적 이기주의'라고 명명해. 벤담은 이러한 심리적 전제에서 "그러므로 인간은 누구나 쾌락을 추구하여야 한다."는 당위명제인 '윤리적 이기주의'로 나아가버려. 후에 조지 에드워드 무어 등이 지적하는 "자연주의적 오류(굉장히 중요한 개념임)"라는 논리적 오류를 저질러 버린다는 소리야. 뭔 소린지 자세히 볼까?
자연주의적 오류란, 사실명제를 기반삼아 당위명제를 결론으로 도출하는 논리적 오류를 일컫는 말이야. 앞에서 알아본 벤담의 심리적 전제, 즉 "인간은 누구나 고통을 피하고 쾌락을 추구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사실에 해당해. 논리학에서는 이러한 사실적 주장이 전제로 나오면 결론 또한 사실명제로 제시되어야 하는거야. 예를 들어 "인간은 누구나 고통을 피하고 쾌락을 추구한다.(사실명제) 노근이는 사람이다.(사실명제) 고로 노근이는 고통을 피하고 쾌락을 추구한다.(역시 사실명제)"가 되어야 하는거지.
그런데 벤담은 안타깝게도 "인간은 누구나 고통을 피하고 쾌락을 추구한다."는 지극히 당연해 보이는 사실명제에 지나치게 만족해버렸는지 "그러므로 인간은 누구나 쾌락을 추구하여야 한다.(이건 사실명제가 아니야. 당위명제임. 당위는 ~해야 한다는 뜻에 불과. 어떤 사실의 진위 여부를 가려줄 수가 없음)"는 당위명제를 공리주의의 가장 강력한 주장으로 단정짓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아. 천재가 등잔 밑이 어두웠던게지. -_-
벤담은 이러한 자연주의적 오류를 전제에서 부터 저질러 놓고 신나게 자기 주장을 전개해 나갔어. 후일 그를 알아보고 있는 우리로서는 참으로 김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치? 뭐 어쩌겠어. 우리가 벤담이 무조건 옳다는 이유로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의 지적 유희를 위해 배우는 것이니까. 물질의 시대에 철학적으로 사고하기를 배우기 위한 것이니까. 조금 너그러운 마음으로 그의 사상을 알아보도록 하자구.
그는 과학적 사고로 무장한 사람이었어. 양적 공리주의를 주장했는데, 어떤 행위를 하고자 할 때 그 행위가 가져다 줄 공리의 크기가 클 수록 더 유용한 행위이고 해야만 하는 행위라 보았지. 실제로 쾌락을 계산할 수 있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어. 강도, 지속성, 확실성, 원근성, 다산성, 순수성, 범위의 일곱 가지를 고려해서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불러오는 행위를 선택하라고 한 거야. 솔직히 안 살아봐서 서양 사람들에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동양 사람인 우리에게는 직관에 어긋나는 이야기로 들리는게 사실이야. 세상에 양의 크고 적음보다 질의 좋고 낮음이 더 중요할 때도 있으니까. (후에 그의 제자 격인 밀이 이것을 비판하고 질적 공리주의를 들고 나오기는 해)
아무튼 그는 "자연은 인류를 쾌락과 고통이라는 두 군주의 지배 하에 두었다."고 말하며 쾌락의 추구, 고통의 회피가 공리주의의 목적이 됨을 분명히 했어. 그러면서 그것은 나 자신에게 있어서만 유의미한 개인적 차원의 문제는 아니고,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된다고 얘기해. 이유는 모든 개개인은 하나로 취급되며, 어느 누구도 그 이상으로 대접받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히지. 이를 '벤담의 언명'이라고 하는데, 평등의 원리와 공정의 원리를 함의하고 있고 실제로 민주주의의 두 가지 원리로 발전하는데 기여를 한 측면도 있다는 군.
하지만 대충 이런 주장을 전개한 벤담의 양적 공리주의는 여러 측면에서 그 난점이 드러나게 되는데, 간단히 몇 개만 알아보도록 하자. (자연주의적 오류는 앞에서 지적했으니 패쓰~)
우선 개인이 자신의 최대 행복 또는 최대의 쾌락을 추구하지 않고 사회 전체의 최대 행복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너무 부실하다는 것을 들 수 있어. 솔직히 고전적 공리주의보다 '아주 조금' 세련되어졌을 뿐이지 별달리 공리성이 최우선이 되어야 할 명쾌한 이유가 제시되지는 못했다는 지적이야. 벤담의 친구이자 질적 공리주의를 주장한 또 하나의 천재, 존 스튜어트 밀의 아버지인 제임스 밀이 '연상심리학'이라는 것을 통해서 벤담의 이러한 난점을 옹호하고자 시도하기는 했었어. 타인의 고통을 보면 누구나 껄껄 웃기 보다는 눈썹이 찌푸려지거나 얼굴을 찡그리게 되잖아. 그런 식으로 남의 쾌락도 자기의 그것처럼 느끼게 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그런거다라는 식으로 비호를 하는데, 오늘 날 발달한 심리학으로도 그리 완벽하게 설명되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어.
그리고 벤담이 양적 공리주의를 주장하며 제시한 쾌락 계산법의 난점이 있는데, 쾌락 계산이라는 것이 측정 불가능성이 존재하고, 양보다 질이 더 중요한 경우도 있다는 비판인거지.
또 에이어는 벤담이 단지 사리사욕과 행복을 동일시하는 우를 범하였다고 비판하기도 했고, 시즈위크는 심리적 구조상 각자가 각자의 최대 행복을 추구한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벤담이 굳이 그의 윤리학을 타인들에게 납득싴키려고 애쓴다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어. 어짜피 공리를 추구할 거니까. 벤담이 굳이 공리주의를 입법과 도덕의 원리로 세우고자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야. 좀 날카로운 듯! >_<
존 스튜어트 밀 - 질적 공리주의
유시민 대표의 국가란 무엇인가에서 자유주의 국가론의 중요한 이론가로 등장하였던 아저씨가 바로 이 사람이야.
보기엔 늙다리 변태로 보이지만, 어릴 때부터 영재교육을 받아서 학교도 다니지 않고 10대 때 이미 수 개 국어를 마스터하고 천재 오브 더 천재 취급을 받았다고 하네.
이 사람은 아버지 제임스 밀의 친구인 제레미 벤담의 영향을 많이 받아 공리주의 사상가로 명성을 떨치게 되는데, 전적으로 벤담을 수용하지는 않았어. 벤담의 공리주의를 천박한 돼지의 철학이 될 수 있다고 경계하고, 자신은 '질적 공리주의'를 주장해.
쾌락에는 질적인 차이가 있다는거야. 쾌락은 동질성도, 계량화(수치화) 가능성도 없다는 것이지. 실제로 사람마다 느끼는 쾌락은 같지가 않잖아? 그리고 이 쾌락은 90점, 저 쾌락은 70점 하고 계산할 수도 없고.
그러면서 "만족한 돼지 보다는 불만족한 소크라테스가 더 낫다."고 주장하며 질적 공리주의를 전개해 나가.
그럼 질적 공리주의에서, 쾌락의 질적인 차이는 어떻게 순위 매길 수 있을까. 밀은 둘 이상의 사람이 칸트의 말처럼 도덕적 의무감에서가 아니라, 어느 한 개의 쾌락을 선택한다고 했을 때, 바로 그 선택받은 쾌락이 질적으로 높은 쾌락이라고 주장해. 인간성에 대한 낙관적인 그의 태도가 엿보이는데, 모든 사람은 경험해 본 쾌락들 중 질적으로 더 우수한 것을 '당연히' 선택할 것이라는 거야. 물론 비판을 받게 되지. 두 쾌락 중 어느 것을 택하냐는 것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까. 뭐 밀의 말대로 인간이 대체로 공통된 태도를 취한다 하더라도 부분적 차이는 있을 수 있는 거 아니겠어?
그런데 밀도 자신이 판 덫에 스스로 갇히는 실수를 범하고 말아. 벤담의 양적 공리주의는 우리의 직관상 분명히 문제가 있는 주장이야. 그래서 밀이 질적 공리주의를 들고 나온 것인데, 그가 쾌락의 질적 차이를 주장함으로써 쾌락 이외의 다른 척도를 인정하는 꼴이 되어 버려. 쾌락주의를 깔고 출발하는 공리주의의 본래 모습과 모순되는 모양새가 되는거지. 질적으로 서로 다른 두 쾌락 중 더 우월한 쾌락이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히 쾌락 이외의 척도가 개입하는 것이니까 말이야. (밀은 그 척도를 위에서 언급했듯 두 쾌락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당연히' 더 우수한 쾌락을 선택할 것이라는 인간성에 대한 낙관이 넘치는 주장으로 제시한거고) 쾌락주의 자체를 부인하게 되어 자기 모순에 빠지게 된 천재라... 허술하다. 허술해. 그지?
그리고 밀은 자신의 쾌락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지나친 이기주의를 막기 위해 공리주의적 관망자(입법자)라는 개념을 삽입해. 행위에 있어 무엇이 옳은가에 대한 공리주의의 기준을 형성하는 행복은 결코 행위자 자신의 행복이 아니라 그 행위와 관련되는 모든 사람의 행복이라는 것이야. 전체의 행복을 먼저 고려하고, 전체의 행복이라는 목표를 기꺼이 추구하는 사람이 필요해서 설정된 개념이지. 교육과 사회제도를 통하여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은 공동의 선을 바라고 개인의 행복과 전체의 행복 사이의 조화를 추구하도록 인도되어야만이 공공의 이익 증진에 기꺼이 이기적 개인도 참여할 수 있다는 소리야. 이러한 개인은 내적인 제재와 외적인 제재를 통해 이기심을 억누를 수 있다고 하는데, 내적 제재는 의무감이라 볼 수 있고, 외적 제재는 신의 응벌에 대한 두려움으로 표현할 수 있어. 뭐 저렇게 설정한다고 해서 공리성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가 완전히 설명되는 것은 아니니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도 괜찮을 것 같아.
자, 그럼 마지막으로 밀이 범한 유명한 자연주의적 오류 사례를 설명해 보도록 할게. 밀은 그의 저서에서, 이런 표현을 사용했어.
"... 우리가 어떤 것을 '본다'는 사실은, 그것이 우리에게 '보일만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어떤 것을 '듣는다'는 사실은, 그것이 우리에게 '들릴만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인간이 누구나 쾌락을 '바란다'는 사실은, 쾌락이 우리에게 '바람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에 벤담에서 지적한 심리적 이기주의에서 윤리적 이기주의로 넘어간 자연주의적 오류와 똑같은 실수를 밀도 범하고 있는거야. 이거 아무래도 영어권 국가라서 더 오류를 파악하는게 늦었던 것 같은데, 한글로 보면 어색하지만 영어로 보면 안 어색하거든. desire에서 desirable로 곧바로 나아가버린 것이지. 본다는 사실에서 보일만하다, 듣는다는 사실에서 들릴만하다를 유추하는 것은 논리적 오류가 아니야. 그렇지만 '바란다'는 사실에서 그것이 '바람직하다'를 유추하는 것은 앞에서 지적한 사실명제에서 당위명제를 도출하는 자연주의적 오류가 되어 버려. 조지 에드워드 무어가 지적하기 전에 별로 이상하게 생각한 서양 철학자가 없었다는 사실이 놀라울 지경이야.
근대에서 현대로
자. 우리는 공리주의의 기본 명제와 주장들을 벤담과 밀로 나누어 살펴봤어. 칸트의 주장과는 사뭇 다른 현실적인 이들의 주장은 여러 논리적 결함을 가지고 있었으나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상황이야. 실제로 레이첼스 같은 현대 철학자는 공리주의의 현실적 감각을 높이 평가하며 칸트 윤리학의 보편적 성질을 첨가하여 '자만심 없는 도덕' 같은 새로운 이론을 제시하기도 했어. 이러한 칸트와 공리주의의 결합 시도는 라쉬달, 시즈위크 같은 현대 공리주의자들에게 계속해서 시도되기도 하였고.
솔직히 인간이 쾌락을 추구한다는 부정하기 힘든 명제에서 출발해 그것을 고전적 공리주의의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는 보편적 윤리설로 정립하고자 노력한 측면은 여러모로 칭찬을 받아 마땅한 것 같아. 후에 칸트와 공리주의를 결합하고자 하는 시도도 그러한 성질의 연장이라 볼 수 있으니까. 하지만 나는 그것도 중요하지만 본문에서 여러번 강조하였던 '자연주의적 오류'라는 논리 개념에 더 주목하고 싶어.
현대 철학에 접어들면 실존주의와 니체, 쇼펜하우어 등이 등장하면서 포스트 모더니즘의 사조도 유행하게 돼. 그러나 그것보다 더 위력을 떨친 것은 "윤리학은 더 이상 학문이 아니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들고 나온 메타윤리학자들일 것이야. 앞에서 자연주의적 오류가 사실명제에서 당위명제를 도출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했지? 그와 비슷하게, 메타윤리학에서는 '당위'를 다루는 '윤리학'은 과학적으로 진위를 가릴 수 없기 때문에 학문이 아니라 단지 개인의 호불호의 표현일 뿐이라고 주장해. 근데 열받게도 이런 개소리가 서양에서는 먹혔다? 적어도 한 세기는 윤리학이 학문이 아니라는 메타윤리학이 엄청난 반항을 일으키며 학계를 주름잡게 돼. 물론 지금은 극복을 했는데, 그것을 극복하는데 큰 힘을 보태준 사람이 몇 해 전 타계한 '정의론'의 존 롤즈 선생이야. @_@
자, 그럼 다음 시간부터는 현대 철학을 알아보도록 하자. 지금까지의 흐름은 머릿 속에서 찬찬히 그려볼 수 있는 정도였음 좋겠는데. 우주론시대부터 고대와 헬레니즘, 중세를 거쳐 근대에 이르기까지. 뭐, 한 번에 안 익혀진다고 자책하지는 말어. 내가 잘 못가르치고 철학이 원래 어렵고 그러니까.
아무튼 두 번 정도 더 연재를 하면 서양철학이야기도 끝을 고하게 되겠구나. ㅜㅜ 부족한 실력에 싸질렀는데 잘 읽어주는 모든 분들께 감사할 뿐이야. 더욱 노력할테니 이쁘게 봐줘~ ㅎㅎ
그럼 다음 시간에 만나용!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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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노근
날짜 : 2011-07-06 (수) 15:18
조회 : 7792
추천 : 11 비추천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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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