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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상식 -
참민정부에게도 김인철에게도 보람된 한 해로 기억될 대통령의 임기 4년차 해가 저물고 있었다.
코따바루 프로젝트는 공기를 앞당기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서 내년에 천억 원 이상의 배당금이 재단에 들어올 전망이었다.
서용석은 500억 원을 가져간 지 불과 두 달 후에 200억의 추가자금과 500억원의 태산건설 지급보증을 더 뜯어가서는 부도위기에 처한 대한일보를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다음 단계로 대한일보를 1년 안에 3대일간지에 필적하는 언론사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시장점유율을 높이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3대 일간지의 행태는 여전했지만 수차례에 걸친 피해자의 고발로 야기된 검찰의 기소를 당하고 나자 허위기사는 거의 없어졌다. 법을 피해서 왜곡, 조작을 하기 위해서는 더 솜씨 좋은 작문실력이 요구되었지만 그들의 인력에도 한계가 있었으므로 영향력이 쇠퇴하는 기미가 눈에 띄었다.
또한 모든 정부부처의 기자실이 폐쇄되고 브리핑 시스템으로 바뀐 후 기사담합이 힘들어진데다 대한일보가 무서운 속도로 시장을 잠식해나가자 사이좋게 시장을 나누어 지배하던 3대 일간지 사이에서도 기사경쟁이 시작되고 있었다.
대통령과 정부는 여당이 다수당을 유지하고 있는 국회의 협조와 탄탄한 경제안정을 바탕으로 그 어느 해 보다도 많은 일들을 추진했고 숙원사업들도 처리하였다.
참민정부에 큰 공을 세웠다고 할 만큼 불량언론들에 맞서서 많은 일을 한 청와대 홍보수석 조경숙은 미국에 있는 자녀들과 합류하겠다는 개인적인 이유로 사직서를 제출했고 그 후임으로는 한지숙이 내정된 상태였다. 새해를 기점으로 이취임이 있을 예정이었다.
그해를 마감하기 3일 전인 12월 28일 재단법인 ‘사람들’의 정기총회를 겸한 시상식이 리츠칼튼 호텔의 그랜드 볼 룸에서 열리고 있었다.
김인철은 여러 가지 고려 끝에 재단의 존재와 설립취지를 조금이라도 알릴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 행사를 약간 분에 넘칠 정도로 성대하게 준비하였다.
홀의 중앙에는 두 개의 대형 독수리 얼음조각이 가운데의 산과 들과 사람의 모습을 형상화한 재단 로고를 감싸듯 세워져있었고, 천정과 사방의 벽에는 노란색의 휘장이 드리워져 있었다. 연단의 양쪽과 홀의 가장자리 여덟 군데에는 온실에서 재배된 온갖 꽃들로 화려하게 꾸민 대형 꽃바구니가, 그리고 모든 테이블 위에는 주로 장미와 국화와 카네이션을 솜씨 있게 꽂은 수반이 놓아져 있었다.
중앙의 얼음조각을 중심으로 배치된 100개의 원탁에 둘러앉은 500여명의 각계 인사들의 표정에는 자신이 이 자리에 끼어있다는 사실에 뿌듯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 중 현역의원의 숫자는 178명이었다.
맨 앞쪽 가운데 세 개의 테이블에 주요 인사들이 앉았는데 그 중에서도 가운데 테이블에는 김인철과 한지숙, 인도네시아에서 갓 귀국한 황태산, 재단법인 '사람들'의 이사장인 박제승, 대한일보 미디어그룹의 총수가 된 서용석, 청와대 홍보수석 조경숙, 그리고 금일 수상이 예정되어있는 유국민이 앉아있었다.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지 않도록 100여명 내외신 기자들의 자리는 한쪽에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참석자들이 소리죽여 잡답을 나누는 와중에도 연단에 주의를 집중하며 시작을 기다리고 있을 때 인기 개그맨인 사회자가 행사 시작을 알렸다. 사회자는 곧 첫 순서로 인사말과 재단과 재단의 이사진 소개를 진행할 이사장을 불러냈다.
연단에 올라간 박제승은 나이에 걸맞지 않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재단의 설립취지를 설명하고 자신을 제외한 이사 네 명의 이름을 호명하였다. 김인철은 다른 세 명과 함께 단상에 올라가서 박제승이 자신의 이름을 호명할 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였다. 자신에 대해서 특별히 소개하는 일이 없도록 사전에 부탁해놓았기 때문에 그렇게 진행되었다.
박제승으로부터 마이크가 다시 사회자로 넘어가자 긴장이 물러가고 공기가 대번에 가벼워졌다. 사회자는 일부러 엄숙함을 버리고 유머러스하게 진행함으로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갔다. 곧 참석자들에게는 진행 사항을 좇으면서 테이블로 날라주는 식사와 음료를 즐길 여유가 생겼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은 자신들이 대종상 같은 연예 상 시상식에 참석해있다는 착각에 사로잡히고 있었다.
그 시각 최만호는 외투를 입고 중절모까지 챙겨 쓴 다음 광화문 사옥 12층에 있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 안에 타고 있던 유니폼 차림의 여사원이 그에게 인사를 하자 그는 함박웃음으로 답했다. 일층에서 내린 그는 현관을 가로질러 달팽이 모양의 탑이 서있는 청계 광장 쪽으로 나왔다. 탄핵 시위의 중심이 되었던 이곳을 지날 때마다 그 때의 어지러운 광경이 떠올라 인상이 절로 찌푸려지곤 했지만 오늘은 왠지 깨끗하게 정돈된 모습에 기분이 좋았다.
그는 마치 산책을 나온 사람처럼 청계천을 따라 삼일빌딩 쪽으로 천천히 발을 옮겼다.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햇볕이 드는 곳은 따뜻했다. 양지쪽에 앉아서 잡담을 하고 있는 서너 명의 실업자로 보이는 사람들을 눈여겨보면서 지나쳤다. 그 중 하나가 마음에 들었지만 여럿이 있으면 안 되고 혼자라야만 되는 것이었다.
시계를 보니 정오에서 오 분이 지났다. 행사는 막 시작되었을 것이고 문성국은 행사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신경을 집중하고 있을 것이었다.
문득 그곳에 있을 유국민의 미소 띤 얼굴이 떠오르자 갑자기 마음속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세차게 고개를 흔든 다음 혼자 말을 했다.
‘음 아무래도 저쪽에서 그자가 나올 것 같아. 가장 어려운 상대지.’
아침에 나가기 전에 문성국을 불러서
“오늘 정신 바짝 차리고 취재 잘 하게. 행사 중에 자리를 뜨면 절대로 안 되네. 화장실도 안 돼. 그리고 무슨 일이 벌어졌을 때 사진 놓치면 안 되네. 사진 찍는 김석도에게 단단히 일러줘. 혹시 모르니 자네도 카메라 들고 가고........ 오늘 타겟은 김인철이 아니라 유국민이라는 것 잊지 말게. 김석도는 유국민이만 따라다니라고 해.”
하고 말했을 때 그는
“알겠습니다.”
하고 건성으로 대답했었다.
그가 오늘 벌어질 일을 미리 알고서 한 말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을 문성국으로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최만호는 정말로 그가 사소한 일로 자리를 비워서 중요한 순간을 포착하지 못할까봐 걱정이 되었지만 그 이상의 힌트를 줄 수는 없었다.
행사는 최소한 두 시간 이상이 소요될 것이므로 시간은 여유가 있었다.
30분 동안이나 왔다 갔다 한 끝에 그는 적당한 상대를 발견했다.
혼자서 흐르는 물가의 돌계단에 궁둥이를 걸치고 있는 수염이 까칠한 30대가 눈에 들어왔다. 실업자일 터였지만 아직 초기인 듯 눈빛은 살아있었다. 대개 실업자들은 실직 후 3주에서 5주 사이가 불특정 대상에 대한 적개심이 가장 큰 시기라는 보고서를 읽은 기억이 떠올랐다.
그는 목도리를 더 끌어올려서 입 주위까지 덮은 다음 주머니에서 사각의 검은 뿔테 안경을 꺼내어 쓰고 있던 금테 안경과 바꾸어 썼다. 그는 오래전부터 안경을 끼었으나 세련된 디자인의 얇은 금테안경 이외의 다른 모양의 안경을 써 본적은 없었다. 준비를 끝낸 그는 실업자에게 다가가서 경계태세를 취하는 그에게 봉투를 보여주며 말했다.
“젊은이! 내가 시키는 대로 전화 한통화만 해 준다면 20만원을 주겠네.”
실업자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의 두뇌가 갑자기 엔돌핀을 분출하는 모양이었지만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어떤 전환데요?”
최만호는 쪽지와 하얀 행사용 면장갑을 그에게 건네주었다.
“저기 위에 가면 공중전화가 있네. 그 번호로 전화해서 쓰여 있는 내용대로만 말하면 이십만 원은 자네 돈일세. 나중에 귀찮아지지 않도록 전화기를 만질 때는 이 장갑을 끼는 것이 좋을 거야.”
쪽지를 읽어본 그는 여유 있는 표정을 지었다.
“뭐 어려운 일은 아닌듯한데 어르신에겐 중요한 일인가보네요. 오십으로 하죠.”
최만호는 돈이 문제여서가 아니라 돈을 많이 주면 그자가 큰일로 생각할 것이므로 거절해야만 했다.
“그럼 그만두게. 누구 골탕 좀 먹이는 일인데 안 해도 그만이야. 오만 원 더 붙여 주겠네.”
그는 노인네의 마음이 변할세라 얼른 승낙했다.
“그러니까 전화만하면 되죠?”
“그래 그대로만 말하면 돼. 실감나게.”
두 사람은 계단을 올라와서 길가에 있는 공중전화 부츠로 들어갔다. 사내는 장갑을 낀 다음 수화기를 들고 번호판을 눌렀다. 신호음이 들린 잠시 후 구슬이 구르는 듯한 호텔 안내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리츠칼튼 호텔입니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사내는 긴장되고 무뚝뚝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알려줄게 있소. 리츠칼튼호텔 그랜드볼룸에 폭탄이 설치되어 있소. 곧 폭발할거요.”
저쪽에서 다급하게 소리치는 ‘여보세요’ 소리를 들으며 사내는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최만호에게 경멸의 시선을 보냈다.
최만호는 돈 봉투를 준 다음 아직 그 자리에 서있는 사내를 버려두고 삼일빌딩사거리 쪽으로 빠른 걸음을 옮겼다. 모퉁이를 돌아서면서보니 사내는 아직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런 일은 아무리 귀찮아도 누구를 시킬 수가 없다. 하지만 자신이 나서서라도 해야만 할 일이 아닌가? 이런 작은 일들이 쌓여서 여론도 되고 역사도 되는 것이리라. 이런 일을 마다않고 실천하는 자신과 같은 사람들의 덕으로 이 나라가 유지되는 것인데 막상 그 혜택으로 잘 먹고 잘 사는 젊은 것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날뛰니 참으로 답답한 일이었다.
한편 그곳에서는 드디어 행사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시상식이 시작되고 있었다.
첫 번째로 '우수의정활동상'을 수상할 50명의 이름이 호명되었다. 현역의원 중에서 시민단체의 심사에 의해 당해 의정활동이 우수하다고 선정된 50인에게 인당 일억 원씩의 상금이 돌아간다.
의원 중에는 일억 원의 돈이 껌 값에 불과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아주 요긴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상은 시민 단체의 선정 작업에 재단에서 일절 관여하지 않았지만 시민 단체도 의정활동평가와 더불어 이런 점을 염두에 둘 것이 분명했다.
참석하지 않은 세 명을 빼고 여러 가지 표정의 47명이 연극제에서 단체상을 받는 극단 단원처럼 우르르 몰려나왔다.
아나운서 출신의 여자 초선의원이 대표로 인사를 하면서 이러한 상의 존재 자체에 대해 감격해 했다. 동료들은 대부분 즐거운 표정으로 그녀에게 동의의 눈빛을 보냈지만 시큰둥해 하는 몇몇 사람도 눈에 띄었다. 물론 표정관리를 해야만 하는 일국당 소속의 의원들이었다.
그들이 나왔다가 들어가는 과정에서 벌어진 소란이 다 진정되기를 기다려서 다음 상을 받을 세 사람이 불려나왔다. 재단에서 지향하는 가치를 실현해나갈 가능성이 많은 정치유망주에게 주어지는 '유망정치인상'이고 상금액은 오억 원이다.
전번 총선에서 참민당 공천 파동의 장본인으로 불출마한 김도관, 386 고려대 학생회장 출신으로 지역구에서 세 번 연속 근소한 표차로 낙선한 허윤회, 그리고 방금 '우수의정활동상'을 수상한 초선의 지역구의원 오중석이 그들이었다.
그들은 조금 전 수상자들과는 달리 엄숙한 표정으로 상장을 받고는 각자 소감을 말했다. 김도관은 드디어 한국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키를 잡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오중석은 일개 의원이 의정활동을 통해서 국민을 위한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는지를 깨달았다고 말했으며 허윤회는 울음을 터뜨렸다.
다음 순서는 대상인 '올해의 지도자 상'이었다.
사회자는 몇 번의 희롱 끝에 유국민의 이름을 불렀다. 이 상의 상금액은 오십억 원으로 재단에서는 유국민을 차기 대선후보로 후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유국민에 대한 시상을 지켜보면서 김인철은 대통령이 수상자로서 연단에 올라오는 장면을 떠올렸다. 대선이 끝난 이후에 거행될 차기 수상자로 퇴임을 앞둔 대통령을 김인철은 이미 마음속으로 정해놓고 있었다. 대통령을 마친 사람이 연금만으로는 퇴임대통령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하면서 활동할 수 없다는 사실을 그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상 후 유국민은 소감을 말하기 위해서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국가지도자급의 정치가를 후원하겠다는 상의 취지가 무색하게, 정치가로서의 각오를 밝히는 대신 재단법인 '사람들'의 존재가 앞으로 한국의 정치발전에 얼마나 크게 공헌할 것인지에 대해서, 그리고 김인철을 빗대어 한사람의 기업가가 사회를 위해서 공헌하고자 할 때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말했다.
유국민은 뛰어난 언변으로 인화성이 없는 주제를 가지고도 청중을 휘어잡았다. 그러나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야심을 조금도 내비치지 않아서 김인철을 애타게 했다.
유국민이 그대로 연설을 끝낼까봐 그가 조바심을 하고 있을 때 그랜드볼룸의 사방 모서리 벽에 설치되어있는 비상벨이 울렸다.
호텔의 한 전화교환원이 신원을 알 수 없는 한 사내로부터 받은 제보를 그녀의 직속 상사인 관리부장을 통해 전달받은 받은 총지배인은 1초의 망설임 후에 고객을 긴급 대피시켜야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제보 내용이 진실일 단 1 퍼센트의 가능성만으로도 그렇게 하는 것은 당연했다.
총지배인의 결정은 신속하게 명령계통을 따라 그랜드볼룸에 도달했다. 요란한 비상벨 소리와 함께 경비 복 차림의 호텔 직원들이 뛰어왔고 그중 하나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비상상황입니다. 모두들 빨리 대피하십시오."
다른 사람이 또 소리쳤다.
"폭탄이 설치되어 있다는 제봅니다."
행사장은 참석자들이 앞 다투어 대피하느라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김인철은 한지숙을 데리고 문 쪽으로 가려고 하였으나 유국민이 연단에 그대로 서있는 것을 보고 황태산에게 한지숙과 조경숙을 데리고 나가라고 부탁한 다음 유국민에게로 갔다. 누군가 이끌지 않는 한 유국민이 움직이지 않으리라는 판단에서였다. 유국민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있는 입구 쪽을 바라보면서 그대로 서있었다. 연단으로 뛰어 올라간 김인철은 태연하게 서있는 유국민을 보자 마음속의 긴박감이 없어져버린 데다가 혼잡한 입구를 보니 나갈 수 도 없을 것 같아 그냥 유국민의 옆에 서있었다.
잠시 후 모든 사람이 다 나가자 홀에는 다섯 사람만이 남았다. 유국민, 김인철, 서용석 그리고 극동일보 기자인 문성국과 대한일보기자 한사람이었다. 그 순간 대한일보기자의 카메라에서 불빛이 번쩍하고 켜졌고 동시에 서용석이 껄껄 웃었다.
"아주 멋있는 사진이 되었습니다. 하하하. 모두들 도망갔는데 홀로 연단에 서있는 오늘의 주인공, 대선주자 유국민........., 아주 좋은 그림이 되겠군요. 그런데 이거 김 선생님 연출은 아니겠지요?"
김인철도 마주 웃었다.
"허허, 그러게 말이요, 내 보좌관이 했을지도 모르겠군요."
유국민이 허둥지둥 도망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던 문성국은 쓴 웃음을 지었다.
그 때 김인철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도 빨리 나갑시다. 지금 터질지도 모르는 것 아닙니까?"
그 말에 그들도 호텔 정문 밖으로 나왔다.
김인철은 호텔 입구에 초조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는 한지숙을 발견하고는 다가갔다. 한지숙은 눈물을 글썽이며 그의 두 손을 덥석 잡았다.
남의 눈이 아니라면 품에 안기고 싶을 만큼 일렁이는 감정을 참아낸 것이었지만 문성국의 카메라에게는 그것도 달가웠다. 그는 빠른 동작으로 세 컷의 사진을 확보했다.
뒤늦게 달려온 경찰의 수색결과 폭탄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행사는 그것으로 막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중요한 순서를 다 마친 다음이어서 천만 다행이었다.
다음 날 모든 신문에는 재단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와 함께 손님들이 혼비백산하여 대피하는 장면의 사진이 실렸다. 그러나 단 한 군데 대한일보에는 정반대의 기사와 함께 모두 도망치는 와중에 유국민 홀로 연단에 서있는 사진이 크게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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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