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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이세이 건설의 조력자 -
3개월 전,
도쿄 롯본기가의 빌딩숲을 구성하는데 한 어깨를 제공하고 있는 45층짜리 다이세이건설 사옥은 비록 30여 년 전에 지어진 건물이지만 웅장한 느낌을 주는 단순한 디자인과 세련된 흰색계통의 화강암 마감재 덕택에 그것이 지어진 후 우후죽순처럼 솟아난 주변의 화려한 마천루들 틈에서도 그 존재감은 여전했다.
해외사업본부장인 다마다 전무의 방은 해외사업본부가 있는 그 건물의 38층의 동쪽 끝에 위치하고 있었다.
자카르타 지사장 야마모토는 본부장실의 문을 열기 전에 잠시 서서 심호흡을 했다. 긴장을 풀기 위해서였다.
본부장의 명령에 따라 어젯밤 갑자기 임지로부터 귀국한 그는 오늘의 면담이 자못 궁금하면서도 두려웠다. 좋은 일일 가능성은 없다고 단정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었다.
4년 전 이 방에서 이사 진급과 함께 자카르타 지사장발령을 통보받은 것이 바로 몇 달 전에 있었던 일처럼 기억이 생생했다.
이 건물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그대로인데 유독 자신만이 변해버린 것 같았다.
정년을 눈앞에 둔 나이에 극적으로 임원진급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중요한 지역으로 여겨지는 인도네시아 지사장으로 임명되어, 희망과 각오로 벅찬 가슴을 누르고 발령장을 받던 단단한 모습의 남자는 거기에 없었다. 대신 연속되는 패전으로 후퇴를 거듭하여 벼랑 끝에 몰린 야전부대 지휘관처럼 지칠 대로 지친 남자가 있었다.
그가 인도네시아에 부임한 첫해에 그의 회사는 꼬따바루 프로젝트의 1차 공사를 수주했다. 1차 공사의 계약금액은 미미한 액수였지만 향후 이어질 후속공사의 규모를 고려하면 그로서는 엄청난 행운을 움켜쥔 것이었다.
그것은 기라성 같은 전 세계 건설사들과의 치열한 경합 끝에 쟁취한 것으로 연이어 발주될 300억불 규모의 후속공사를 수주하는데 있어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것으로 회사 내에서의 그의 입지는 탄탄해 졌고 1차 터 닦기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던 이듬해에는 상무이사로 진급하였다. 그의 회사는 터 닦기 공사를 진행하면서 후속공사 계약을 위하여 전력을 기울였다.
발주처에서는 후속공사의 입찰은 별개라는 태도를 취하고 있었지만 1차 공사 입찰에서 근소한 차이로 그들에게 패하고 후속공사 입찰에서 설욕을 벼르던 경쟁업체 마저도 기득권을 인정하여 사실상 포기하는 기미가 역력했다.
모든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발주처 사장인 밤방의 절친한 친구이며 세계에서 세 번째 부자라는 부르나이 국의 볼키아 국왕이 현장을 둘러보러오기 전 까지는,
사업자금의 일부를 시공사가 패키지로 제공해야하는 조건 때문에 공사금액에서 바가지를 써야만 하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밤방이 볼키아를 투자자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그를 초청한 것이었다.
밤방의 권유를 받은 하산이 전격 투자를 결정하자 밤방은 건설공사에서 세계 최고의 가격경쟁력을 가졌다는 한국의 업체들 중 하나를 골라서 그들과 경쟁을 시키고자 하였다.
해외공사에서 그의 회사가 한국회사와 경쟁하기는 매우 버겁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던 그는 크게 낙담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하자고 스스로 다짐했다. 누가 알겠는가? 형편없는 업체가 경쟁자로 나설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런데 결국 밤방이 찾아낸 한국의 업체가 태산건설이며 그 지휘자가 황태산이라는 사실을 알고 그는 경악했다. 황태산은 그 자신도 이름을 알 정도로 세계 건설업계에서 유명한 인물이었다.
예상대로 시간이 흐를수록 후속공사에 대한 주도권은 저쪽으로 넘어가면서 자신이 그 공사를 수주할 가능성은 점점 더 희박해져 가는 것 같았다. 밤방과 발주처의 직원들, 그리고 심지어는 자신의 부하직원들 조차도 상대편이 이 공사를 수주할 것이라고 믿는 듯 했다.
1차 공사의 마무리를 일부러 늦추어가며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한숨만 쉬고 있을 때 본사의 호출을 받은 것이었다.
그를 기다리고 있던 비서의 안내에 따라 안쪽의 본부장 집무실로 들어섰을 때 본부장은 두 사람의 방문객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두 사람의 방문객은 평범한 일본사람처럼 보였지만 세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는 영어였다.
방문객들이 외국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던 야마모토가 그들이 한국사람 이라는 사실을 알아챈 것은 둘 중의 한 사람과 안면이 있는 사이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카르타의 인도네시아 건설부나 도로공사 같은데서 종종 부딪히곤 하던 삼송건설의 자카르타 지사장이었다. 제3국에서 한국인을 마주칠 때면 느끼곤 하던 막연한 우월감 대신 빳빳한 긴장감을 안겨주던 인물이었다.
그가 다가가자 해외사업본부장 다마다씨가 쾌활한 어조로 그를 반겼다.
“어서 오게, 야마모토군. 귀한 분들이 한국에서 오셨네. 우리 처지를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지만 우리를 살리러 오신 분들이지.
자네도 꼬따바루 프로젝트 때문에 속 많이 썩었지? 이제 방법이 생겼네. 천하의 삼송이 우리 뒤에 있는데 그 무엇이 겁나겠나?
입찰 단가 계산하는데서 부터 도움을 받아야지. 그리고 이분들 말씀대로 내부자를 확보해야해. 참 내 정신 좀 봐라. 우선 인사드리게."
다마다가 소개를 하기도 전에 두 사람 중 자신이 처음 보는, 그리고 자신보다 훨씬 더 일본사람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가 먼저 자신을 소개했다.
“이기용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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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