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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예멘 3] 지리, 역사 (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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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기 날짜 : 2013-08-18 (일) 22:24 조회 : 5515 추천 : 8 비추천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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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지도는 현 예멘 내분 상황의 개략이다. 알 카에다는 미국의 내정간섭을 향한 선전선동에 충분히 이용될 수 있을 정도로, 국제사회적 암묵이 상당히 진척되는 중이며, 미국은 이에 더 나아가 이슬람권이 보여 왔던 자중지란의 호기를 예멘에서도 작동시키고 있다. 한편 예멘 각개 정권 분파들이 외세를 끌어들이는 자세 등을 비추어 볼 때, 예멘을 제2의 아프가니스탄화 하려 한다는 외부적 의도를, 내부적으로 극복해 나갈 능력이 과연 있었고, 앞으로라도 혹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의심스럽다.

하지만 지구상에서 한반도 분단과 가장 근접한 데쟈뷰를 보이는 그들에게, 동병상련 응원의 뜻이 담긴 글이나마 되고픈게 솔직한 심정이다.

한편 다른 내전 주동세력인 후디스족이 세력화하고 있는 예멘 좌상위(서북쪽) 지역은, 과거 고대예멘의 마인왕국 위치와 유사하다. 마인왕국의 수도였던 바라카쉬의 위치는 아래 지도와 같으며, 사진에서 보듯 이 고대도시는, 1960년 이후 황폐화 되었고 현재는 군대 주둔지로 사용되고 있다.

마인왕국은 기원전 8세기경에 성립되었으며, 고대 예멘의 전반기 강자 사바왕국과 기원전 718년 전쟁에서 서로간의 영역다툼을 주고 받았었다. 마인은 예멘 고대왕국들의 주 경쟁품목인 유향의 성공적 재배와, 이집트와 지중해 동부지역까지 연결되는 향로길(incence road)의 요충지를 이용, 기원 4세기~2세기 경에 그 부흥기를 누렸다.

마인이 위치한 서북지역은 1300~3000m의 산들로 주로 이루어졌으며, 그 중엔 아라비아반도에서 가장 높다는 3666m의 나비수아이브산(Jabal an Nabi Shu'ayb)이 있다. 이 산은 이슬람교, 그리스도교, 유대교 모두가 신성시 하는 산으로서, Nabi는 예언(prophet)을, Shu'ayb는 신탁(holy messenger)을 뜻한다.

서북부 산악지역은 그 높은 산을 배경으로, 400~750mm가량의 비교적 풍부한 강수량을 보이면서, 토양 또한 비옥한 편이다. 계단식 농업이 발달하였고, 심한 기온차 속에서 수수, 면화, 망고 농업이 주를 이룬다.

중부 고원지대는 450~1500m 높이에 위치했으며, 주로 계단식 농업이 시행된다. 온대기후로서 12월~1월은 평균 25℃의 쾌적함을 보여 준다.

현 예멘의 수도인 사나(Sana'a)는 고대시대 후반기 강자 힘야르왕국의 후반기 수도였으며, 그 중 고대 유물지역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사나는 해발 2200m에 세워졌으며, 2500여년 이상 된 역사적 도시이다. 7~8세기 이슬람의 주요 중심도시 역할을 담당했으며, 모스크 사원이 103개에 달한다.

이러한 지리, 역사적 조건 외에 후디스족은 예멘의 다수 이슬람 수니파와는 다른 시아파 집단이다. 시아파 중 수니파와 근접하다는 자이디 분파이긴 하지만, 현재와 같은 내부 분배의 격랑 속에서는, 분쟁의 악화소지로 작동될 것임은 또한 자명할 것이다.

후디스족의 정치조직체인 Ansar Allah는 같은 시아파인 이란의 후방지원을 받는다는 설이 있는 바, 알카에다도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설이 있긴 마찬가지다.

지난 6월 9일 후디스족 시위대들이 수도 사나의 정보부청사를 습격한 일이 있었다. 예멘은 현재 내부분열 봉합을 위해 범국민대화회의(National Dialogue Conferance)를 진행시키고 있는 바, 지분 나누기에 불만을 품었던 후디스족이, 당시 시위 중 체포된 조직원 석방을 걸고 이번에 다시 시위를 벌인 것이다. 시위대 중 13명 사망, 80~100 여명 부상 결과 끝에, 체포된 조직원 석방과 후디스족의 범국민대화회의 재참가 상호타협 방식으로 일단 결론 마무리 됐다.

위의 비디오 속 장소는 예멘 자유의 광장으로 불리는 곳으로서, 2011년 예멘 젊은이들이 살레 독재정권의 타도를 이루어냈던 예멘 인권투쟁의 상징적인 곳이다. 현재 광장 속 텐트촌을 구성한 각개 정파 중 일부는, 9월말에 최종 결정되는 범국민대화회의 참가준비를 위해 자리를 비우기도 했다.

아직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후디스족과 젊은이들의 주장 속엔, 배고픔으로부터의 해방과 부패정권 퇴출, 서구지배세력의 축출과 독립국 건설이 그 주된 목표로 내세워져 있다. 후디스족은 이에 덧붙여 자신들만의 독특한 공동체 정신을 인정해 줄 것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고대왕국 전반기를 주도했던 사바왕국은 기원전 8세기 경에 성립되었으며, 후반기 강자 힘야르왕국에게 기원후 280년 최종 병합될 때까지, 천년왕국을 유지하였었다. 사바는 당시 경쟁국 마인과의 전투를 승리하면서, 수도를 마리브로 옮긴 기원전 715년부터 승승장구하게 된다.

사바는 티그리스강 앗시리아까지 연결된 향로길의 재조정과, 식수와 농업용수에 획기적인 전환을 불러온 마리브댐 건설로 고대왕국시대의 주도권을 이어 나갔다.

마리브댐이 기원전 5세기경 1차 붕괴된 이후 사바왕국의 강성했던 힘도 분산되기 시작하였으며, 사바 영토 내에서 종속 위치였던 힘야르왕국이 결국은 기원전 110년에 따로 독립을 하게 되었다. 이후 마리브댐은 2차 붕괴를 거쳤고 사바왕국은 기원후 280년에 힘야르에게 그 패권적 지위를 물려주고 멸망하였다.

기원후 570년 마리브댐이 최종 3차 붕괴되었고, 힘야르왕국도 이후 사라졌으며, 댐 붕괴 당시 예멘 부족의 상당수가 아라비아 반도 북부를 향하여 이주하였다.

마리브댐은 높이 16m, 폭 60m, 길이 600m로 구성된 당시 토목기술의 대단한 개가였었다. 이 댐은 넓은 지역의 관개시설 능력으로, 1000년 이상 약 5만명 분의 식수, 농업용수 담당 역할을 해내면서, 아라비아반도 남부 패권유지에 상징적인 한 축을 이루었었다.

사바왕국은 기원전 6세기경에, 동부아프리카 식민 개척시대를 열 만큼 강성한 시대를 지났으며, 이 무렵 코란과 성경엔 시바의 여왕 이야기가 등장하기도 했었다.

마리브는 그 동안 꾸준히 잊혀진 도시였으나, 1986년 유전층이 발견된 이후 다시 소생하기 시작하면서, 현재는 아주 혼잡할 지경까지 되었었다. 더구나 남북예멘 통일 당시(1990년), 국경지대에 놓여 있던 마리브 지역의 유전개발에 대한 기대는, 통일추진의 중요 원동력이 되기도 했었다.

지난 5월 마리브 지역 무장 부족세력이, 홍해로 연결된 주 송유관을 폭파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그러나 6월 13일 복구개시가 시작된 지 하룻만에, 또 다시 재폭파 되었다. 수도 사나와 주요도시 정전사태가 뒤를 이었으며, 치안부재력과 함께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사바왕국은 마리브댐의 붕괴와 연이은 가뭄, 반란 등과 함께, 향로교역 또한 수로 쪽으로 그 거점이 옮겨지는 상황을 맞으면서, 그 몰락의 길을 더욱 재촉 받았다.

사바왕국의 뒤를 이어 힘야르왕국이, 기원전 110년 경부터 기원후 6세기 경까지 아라비아 반도의 새로운 강자로 군림했다. 힘야르는 농업의 발전, 유향, 몰약 등 향료무역의 우세와, 동아프리카와 지중해 간 중계무역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서, 그 경제적 바탕을 다져 나갔다.

힘야르와 함단부족간의 내전을 틈타, 인접 아프리카의 악슴국(현재의 에티오피아)은 340년~378년까지 티하마와 나즈란을 빼앗아 유지하였다.

한편 대외정세상 비잔티움의 그리스도교와 페르시아의 조로아스터교 사이에서 390년 힘야르 왕이 유대교로 개종을 시도했으며, 유대교를 선택함으로써 양쪽 제국과의 우호적 무역로를 계속 지켜낼 수 있었다.

이윽고 힘야르는 아라비아반도 북부지역을 장악하고 있던 비잔티움을 몰아내면서, 525년경 아라비아반도 전체 통일을 이뤄냈다. 이 당시 힘야르왕 Dhu Nawas는, 정복지 나즈란(Najran, 위 지도 상부)이 그리스도교를 끝내 포기하지 않자, 2만여 명의 그리스도인을 학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것을 빌미로 같은 그리스도교 비잔티움의 도움을 등에 업은, 악슴국의 재침공에 힘야르는 끝내 정복당하였다.

힘야르왕국의 멸망 뒤엔 로마의 강성한 군사력을 뒷배경으로 한 해상무역에서의 패배, 내부 부족간 전쟁으로 인한 결속력 손실, 그리고 570년 경 마리브댐의 세번째 최종 붕괴에 이르기까지 방치되었던 민생파탄의 결정적 계기들이 있었다.

최후 신호와 함께, 예멘 부족들은 대규모 이주를 하며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페르시아가 다시 악슴을 격퇴시켰으나 예멘에서 그 뿌리까지 내리진 못하면서, 이후 예멘 지역엔 수많은 왕국들이 자잘하게 명멸하게 되었다.

630년 이슬람 칼리프가 물밀듯이 밀려 왔으며, 897년에야 예멘은, 바그다드에 수도를 정한 3대 Abbasid 칼리프(수니파)로부터 독립한, 자이디(Zaidi)왕국 시대로 접어 들게 되었다.

1173년부터 이집트 아유비드 왕조가 예멘 서남 지역을 한동안 지배하였다. 이 시기 이후 약 400여년간 예멘은, 중앙집권적이고 호혜평등적이지 못한 통치술 속에 계속 놓이게 된다. 즉 지배왕국이나 왕 및 통치자들의 혈연, 지연, 종파연에 따른 편파성의 정치가 주로 행해졌다.

1229년~1454년까지 수니파 Rasulid 이슬람왕조가 예멘 중 하드라마우트 지역까지 동남부를 주로 지배하였다. 이 왕조의 주요 거점 도시는 타이쯔(Ta;izz)와 자비드(Zabid)였다. 수니파였던 Rasulid 왕조는 남부예멘에 주로 경제적 부와 정치적 힘을 실어 줬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사우디 메디나의 Jebel Al-Rass에서 출발하여 예멘 지역으로 들어와 897년 성립된 자이디왕조는 시아파였다. 이후 1962년 북예멘 혁명(쿠데타)으로 멸망당할 때까지, 자이디왕조는 예멘의 장구한 식민지배 역사 기간 동안에도 예멘의 상징적 왕국이었다. 자이디왕조의 첫번째 이맘의 뒤를 이은 수많은 왕조와 부족들에겐, 홍해연안 해안평야 티하마(Tihama)와 서북 고산지대가 그 중심 활동무대였다.

13세기말 예멘 고산지대를 중심으로 다시 영토회복에 나선 자이디왕조의 이맘 세력들은, 1324년 사나(Sana'a)를 다시 빼앗을 정도로 수니파였던 Rasulid 왕조의 술탄들에겐 버거운 상대였다.

13세기에서 15세기에 걸쳐 지역적 할거를 자처한 이맘들이 20여명이 넘을 정도였으며, 오늘날까지 예멘 부족 군웅할거의 한 축을 이룬 역사가 되었다. 이후 예멘은 Rasulid 왕조와 같은 수니파인 Tahirid 왕조가 뒤를 이었고, 이들 역시 전임 왕조와 같이 사나를 중심으로 한 서북고산지대 자이디왕조를 지속적으로 공격,악전고투하였다.

이후 1517년~1635년까지 새로운 무슬림 제국인 오스만 터어키(Ottomans)가 예멘의 아덴과 라히즈(Lahij)를 중심으로 티하마 해안평야를 장악하였고, 자이디 왕조는 계속 이들과 맞설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