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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백야 white night>에 삽입되었던 블라디미르 비소츠키 "뒷걸음치는 말"
망명한 무용수 미하일 바리시니코프가 탄 비행기가 러시아에 불시착하고, 러시아 당국은
바리시니코프(극중 '니콜라이')를 회유하기 위해 그의 옛 연인인 헬렌 미렌(극중 '갈리나')을 보낸다.
바리시니코프는 옛 연인 앞에서 비초스키의 "뒷걸음치는 말"의 음악에 맞춰 춤을 춤으로써 자신의 자유에 대한 갈망을 대신 표현한다.
뒷걸음 치는 말(야생마) koni priviredliviye
나는 벼랑과 아슬아슬하게 맞닿은 협곡을 지나간다.
나는 내 말에 박차를 가하고 매섭게 채찍질한다.
숨이 가빠 바람을 마신다. 안개를 삼킨다.
나는 길을 잃고 죽음의 황홀경에 빠질 것 같다.
말아, 천천히, 조금만 천천히 가자꾸나.
너는 내 채찍 소리가 듣기 싫겠지.
내 운명의 말은 자기들 기분 내키는 대로 움직인다.
내겐 생명의 시간이, 일을 마칠 시간이 없다.
나는 내 말에게 물을 먹이고 내 노래를 마치리라.
그리고 잠시나마 그 강가에 머물며 숨을 돌리리라.
나는 죽어간다. 한 포기 이삭처럼 폭풍우 나를 쓰러뜨리리.
새벽에 썰매가 나를 눈 속으로 끌고 가리.
말아, 부탁하자, 조금만 그 걸음을 늦출 수 없겠니.
마지막 피난처에 도달할 때까지는 내 최후의 날을 늦춰다오.
말아, 천천히, 조금만 천천히 가자꾸나.
너는 내 채찍 소리가 듣기 싫겠지.
내 운명의 말은 자기들 기분 내키는 대로 움직인다.
내겐 생명의 시간이, 일을 마칠 시간이 없다.
나는 내 말에게 물을 먹이고 내 노래를 마치리라.
그리고 잠시나마 그 강가에 머물며 숨을 돌리리라.
신에게 초대받으면 우리는 지체하지 않고 도착해야 한다.
천사들은 왜 그토록 적의에 찬 분노를 노래하는가?
종은 왜 끝없이 오열하는가?
나는 내 말에게 울부짖는다, 속도를 좀 늦춰줄 수 없느냐고.
말아, 천천히, 조금만 천천히 가자꾸나.
너는 내 채찍 소리가 듣기 싫겠지.
내 운명의 말은 자기들 기분 내키는 대로 움직인다.
내겐 생명의 시간이, 일을 마칠 시간이 없다.
나는 내 말에게 물을 먹이고 내 노래를 마치리라.
그리고 잠시나마 그 강가에 머물며 숨을 돌리리라.
1970년 타간카 극장에서 역사적인 <햄릿>의 막이 올랐을 때, 관객들은 검은 스웨터에 검은 진을 입고 무대 깊숙한 곳에 웅크리고 앉아 강렬한 시선을 내뿜는 한 사내를 보았다. 익숙하던 햄릿과 전혀 다른 형상의 이 사내는 돌연 기타를 검처럼 빼어들고 관객 앞으로 돌진, 앞무대에 서서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시 '햄릿'을 노래했다. 분노한 짐승처럼 포효하며 운명을 노래하던 이 햄릿에게 자신의 복수가 정당한가에 대한 의문은 이미 없었다.
세상의 부조리와 타락, 거짓과 허위는 조금의 의심도 필요치 않은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단지 그에게 번민이 있다면 이를 타개하기 위하여 꼭 피를 흘려야만 하는가에 있을 뿐이었다. 러시아 연극사에서 가장 기념비적인 햄릿으로 기억될 이 배우가 바로 러시아의 시인이자, 민중가수인 블라디미르 비소츠키(1938-1980)이다.
비소츠키의 시대는 스탈린 사후 러시아의 정치 사회 문화에 희망과 자유의 빛을 던져주었던 이른바 '해빙기'였다. 그 시기에는 스탈린 통치 하에서 오랫동안 경색되었던 정치 사회적 상황들이 조금씩 호전되어 갔으며, 문화 예술계에도 새로운 바람과 활력이 불었다. 스탈린 통치 하에서는 금기시 되었던 많은 저서들이 다시 재발간 되었고, 많은 문학 작품들이 재평가를 받았다. 예술가의 창조적 열망은 다시 불태워졌으며, 사람들은 거리에서 만나면 인사를 나누고 서로 믿게 되었다.
비소츠키는 그 시대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60년대를 희망과 화합으로 들뜨게 만들었던 '해빙'의 무드는 1968년 '프라하의 봄'으로 말미암아 싸늘하게 얼어버렸다. 자유를 알아버린 세대들에게 있어 이러한 반동은 더 큰 고통이 되었다. 비소츠키의 노래는 거칠어졌으며 더욱 비판적이 되어갔다. 타락의 시대에 맞서 스스로를 배신하지 않고 어떻게 양심과 가치를 지켜낼 것인가, 거대하고 비정한 절대권력 앞에서 조금도 굴하지 않고 개인의 인간성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의 문제가 그의 노래 속에서 거침없이 울려 퍼졌다.
“나는 아마 돌아오지 못하리라, 떠난 적이 없기 때문에”
- <나는 러시아를 버렸다>(1971) 중에서
"바로 이 순간 너를 사랑한다…나를 믿으라고 다짐하지 않은 채"
비소츠키는 1967년 프랑스 여배우였던 마리나 블라디와 결혼했다. 프랑스인과 결혼하자 사람들은 그가 러시아를 떠날 것이라 이야기했다. 때로는 그가 이미 러시아를 떠났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사람들이 망명과 탈출에 대해 이야기 할 때마다 비소츠키는 되물었다. “뭣 때문에 그런 짓을 한단 말입니까? 나는 반체제 인사가 아니라 그저 예술가일 뿐이요.” 러시아가 없으면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며, 시를 바칠 민중들이 없으면 자신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그는 말하곤 했다.
비소츠키가 러시아 민중을 사랑했던 것처럼 민중들도 그를 사랑했다. 비소츠키의 노래와 시는 그의 생전 단 한번도 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발매된 적이 없었다. 죽는 날까지 약 1천 개가 넘는 노래와 시를 작곡했음에도 불구하고, 살아서 그는 자신의 이름으로 된 단 한 개의 음반도, 단 한 권의 시집도 가질 수 없었다. 그렇지만 그의 생전, 소비에트 전역에 걸쳐 그의 노래와 시를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많은 노래들이 그의 콘서트장에서, 극장에서, 또는 가족적인 소모임에서 개인 녹음기를 통해 녹음된 후 대중에게 유통되었다.
많은 시들이 대학가에서 손으로 타이핑된 조악한 인쇄상태로 학생들에게 돌려 읽혀졌다. 그렇게 하여 모든 민중들이 그의 노래를 들었고 그의 시를 읽었다. 때로 민중들은 비소츠키가 기억하지 못하는 노래가사도 기억해 불러 주었고, 몇 사람에게만 아주 비밀스럽게 가르쳐주었던 노래들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런 일들이 비소츠키를 러시아 민중에 대한 끝없는 열정과 사랑으로 살게 했다.
나는 바로 이 순간 너를 사랑한다.
과거엔 사랑할 수 없었다.
미래엔 어떨지 나도 모른다.
나는 지금 너를 사랑한다.
나를 믿으라고 너에게 다짐하지 않은 채.
내 시대는 지금이다! 나는 내 혈관을 자르지 않으리라,
적어도 지금, 이 순간에는.
나는 과거로 호흡하지 않는다.
나는 미래에 열광하지도 않는다.
- <나는 바로 이 순간 너를 사랑한다>(1973) 중에서
"취하지 않은 맑은 정신으로, 나는 언제나 새로운 노래를 쓰리라"
많은 민중들이 비소츠키를 가깝게 느꼈다. 때때로 거리에서, 극장에서, 콘서트장에서 만난 이들이 그에게 자신의 옛 동료가 아닌지 물어오곤 했다. 심지어 누군가는 자신이 비아츠마 전투에서 싸웠을 때 함께 했던 전우 볼로쟈가 아니냐며 진지하게 물어왔는데, 그 전투가 있었을 당시 비소츠키는 불과 다섯 살이었다. 다양한 계층의 수많은 사람들이 일터에서, 전쟁에서, 수용소에서 겪었던 일들을 비소츠키가 대변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는 진정한 의미에서 민중의 가수이자, 삶의 가수였다.
노래와 내 연기를 다 마칠 때
나는 내 마침의 이유를 알아차리지 못하리라.
그러다가 내가 확신을 하게 되면
나는 죽지 않으려는 강한 욕망을 느끼리라.
- <내 노래가 끝나면>(1973) 중에서
하지만 나는 결코 취하지 않으리라.
취하지 않은 맑은 정신으로
나는 언제나 새로운 노래를 쓰리라,
내가 저주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중략)
그들을 속이지 않고 나는 내 쓴 잔을 비워버리리.
- <나는 깨어있다>(1973) 중에서
"어떻게 이륙하는 비행기를 멈출 수 있단 말입니까!"
비소츠키가 마지막으로 연기한 것은 햄릿이었다. 그는 죽기 일주일 전, 평생 가장 사랑했고 가장 고통스러워했던 햄릿의 삶을 타간카 무대 위에서 살았다. 그리고 햄릿의 운명을 자신의 삶에 받아들였다. 그와 함께 연기했던 알라 드미노바는 이렇게 이야기 했다. “가다가 추락할 운명이란 것을 알고 있다고 해도, 어떻게 이륙하는 비행기를 멈출 수 있단 말입니까!”
그의 장례식은 브레즈네프 통치기간 중 있었던 단 하나의 자발적인 군중집회였다고 한다. <베체르나야 모스크바>에 세 줄짜리 기사가 실린 것을 제외하고는 텔레비전, 라디오, 신문들이 모두 침묵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알았는지 수많은 인파가 타간카 극장으로 몰려들었다. 그의 관을 실은 차가 바간코프스코이 묘지로 향할 때 군중은 수 시간 동안 지치지 않고 이를 따라 갔으며 군중의 물결은 그치지 않고 계속되었다.
러시아 민중의 혼이자 어두운 시대의 양심이었던, 위대한 배우이자 시인이며 민중가수인 블라디미르 비소츠키를 영원히 자신의 가슴 속에 묻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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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