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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복은 열두 해 동안이나 말도 하지 않고 일어서지도 않았다. 사복은 몸뚱이로 자기를 낳은 어머니의 차원에 악착같이 매달려 있었다. 널 버리고는 해탈 같은 거 안 해, 라는 듯이. 그는 어머니의 해탈을 먼저 기다렸다. 그는 어머니와 함께 탈출하기 위해 태어났다. 어머니는 드디어 죽었다. 사복은 죽은 어머니를 둘러메고 도반 원효를 찾아갔다. 원효의 눈에 눈물이 번들거렸다. 그 눈물이 앎이라는 것을 사복은 알고 있었다. 사복은 원효를 바라보지 않았다. 사복은 悲心의 정중앙을 꿰뚫었기 때문이다. 사복은 원효의 영혼 속으로 곧장 걸어 들어갔다. 대체 무엇을 본단 말인가? 마음이 아님의 마음이여, 지극하구나, 처절하구나.
저녁 무렵 두 도반은 어둑한 숲으로 찾아갔다. 숲속에서 지혜의 호랑이가 으르렁댔다. 어쩌면 사복이 짊어지고 있는 죽은 어머니가 내는 소리였을까? 두 도반은 그 소리를 들으며 고요히 걸었다. 두 도반의 그림자는 숲보다 더 검었다. 그림자 하나는 더욱 길고 무거웠다. 어머니를 둘러메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복이 숲 한가운데에 멈추어 섰다. 그가 허리를 숙여 띠풀을 잡아당기자 땅이 텅, 열렸다. 빛이 쏟아져 나왔다. 지혜로 장엄한 세상, 땅 속의 허공은 무량하고 한량없었다. 사복은 잠깐 원효를 뒤돌아보았다. 그리곤 말없이 죽은 어머니를 둘러메고 땅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환한 세상이 그곳에 있었다. 진주 난간, 보석의 길, 아승기(阿僧祇)) 흘러넘치는 빛, 빛, 빛, 또 빛..... 땅이 텅, 도로 닫혔다. 원효는 어둠 속에 가만히 서서 잠시 닫힌 땅을 바라보다가 얼른 집으로 돌아갔다. 원효는 울지 않았다. 원효에게는 할 일이 남아 있었다. 원효에게는 기다려야 할 다른 어머니가 있었다. 사복의 어머니인 우주의 어머니가 아니라 그가 당대에 만나는 살아있는 어머니, 신라, 국토, 중생, 삶.
2011년 내 어머니 대한민국은 해탈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2011년 내 어머니는 죽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2011년 내 어머니는 더욱더 조잡해지고 더욱더 어리석어진다. 2011년 내 어머니는 거짓으로 옷을 해 입고 번다한 거짓말로 몸을 꾸미고 거짓의 왕들만 쫓아다닌다. 나는 어머니를 둘러메고 땅 속으로 내려가 죽을 수가 없다. 내 묵언은 아무 의미도 없다. 내 묵언은 다만 무능의 표지일 따름이다. 그래도 나는 악착같이 어머니를 껴안고 있다. 그래도 나는 악착같이 어머니의 해탈을 기다린다. 땅바닥을 뱀처럼 벌벌 기어 다니며, 주둥이를 처닫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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