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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 - "라다크로 부터 배운다"
왜? 오래된 미래라고 제목을 지었을까?
왜? 부제로는 "라다크로 부터 배운다"고 했을까?
책을 다 읽고 난 다음에서야
진정 우리는 행복한가? 라고 생각을 하며
지은이가 암시하는 말을 어렴풋이 가늠해 본다 .
저자가 여성 인류학자 라는 것도 흥미롭고,
또 문명이 발달하지 않은 곳에서 십 수년 그 사람들과 생활하면서 느낀 점을
적은 것에 대해서도 경이롭고,
책장이 재활용지로 되어 있는 것도 마음에 들고, 읽기에 부담도 없어
꼭 한번쯤은 읽어 보기를 권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또한, 이 책은 10년 전에 동생으로부터 선물로 받아 읽어본 후
책에다가 밑줄쳐 가며 읽었던 기억이 새롭고, 똑 같은 책을 매번
몇 번씩이나 주문 하느냐는 소릴 들었던 책이기도 하다.
스웨덴 출신의 여성학자인 헬레나 노르베리-호지는
‘개발’이란 이름 아래 행해지는 모든 것들은 개개인에게 삶의 방식을 바꾸도록
강요하며 ‘개발’로 인해 변해가는 라다크의 모습을 통해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들을 인간의 내재적 결함 탓으로 돌리고 산업사회가 어떻게 삶에서 인간을
떼어 내고 소외시키는지 그 과정을 여실히 보여 주고 우리가 추구해야 되는
참 삶은 라다크의 초기 사회로 돌아가야 되는 것이 옳다고 판단 하는 것 같다.
"전통적인 농촌사회가 아무리 매력적으로 보인다 하더라고 그 사회의
사람들에게 근대적 개발의 혜택을 누릴 기회가 부정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책이 말하듯이, 개발과 배움이 오직 한가지 방향으로만 일어나서는
안된다. 라다크와 같은 전통사회의 사람들 속에는 흔히 내면적 발전,
즉 따뜻한 마음씨와 만족감이 있다. 우리는 이러한 것을 본받아야 할 것이다."
라고 "달라이 라마"는 서문에서 적고 있다.
"오래된 미래" 는
제1부 : 전통 (라다크의 살기 좋은 모습)
제2부 : 변화 (개발된 라다크와 산업화 된 사회의 폐혜)
제3부 : 라다크로부터 배운다 (새로운 개념의 개발을 역설)로 나뉘어져 있다
제 1부 라다크의 살기 좋은 모습은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소유의 개념과는
거리가 먼 경작할 수 없는 땅을 소유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깃들여 있다.
그래서 땅을 가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 땅을 재어 경지의 크기를 "하루" "이틀"
하는 식으로 표현한다.
『새 노랫소리를 들으며 이틀 동안 밭을 갈겠다』
이 인간적인 규모는 특정한 상황 속의 구체적인 욕구에 기초를 둔 자발적인
결정과 행동을 가능하게 한다
저자는 라다크 사람들은 일상의 음식보다 잔치를 더 좋아하고, 불편하기보다는
편안한 것을 좋아하고, 아프기보다는 건강한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결국 그들의 만족과 마음의 평화는 그런 외부의 상황에 달린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런 것은 내면으로부터 온다.
라다크 사람들의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그들 주위와의 관계는 내면의 평정과
만족감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적고 있다.
공동체적 삶을 공유하며, 먹을 것도 마실 것도 넉넉하고
누구나 노래를 부르고 연극을 하고 음악을 연주하며 새 노랫소리를 들으며
이틀 동안 밭을 일구며 만족함을 느끼며 살았던 라다크 사람들에게
“모든 사람이 우리처럼 행복하지 않단 말입니까?”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화가 난단 말인가요?”
"왜 많은 물건을 만들어 놓고도 풍족하지 않다고 생각하나요?"
첨단 기술과 온갖 진기한 물건들을 가진 서구인들이 자신들도 쉽게 누리는
행복을 얻지 못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던 오래된 미래에서 온 사람들에게
노르베리-호지는 서구인들의 삶에 만연해 있는 스트레스를 설명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를 실감했다고 적고 있다.
특히 관심을 끌었던건 일처다부제 생활을 하면서도 폭력이나 질투 시기가
없는 그런 생활이 가능할까?
여러 명의 남편과 생활 하면서 낳은 자식은 누구의 자식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하는 것은 내가 여자가 되어 보지 못해 풀 수 없는 문제였다.
오래된 미래에서 온 사람들은 내면적 발전, 따뜻한 마음씨와 만족감이
있었기에 그런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느꼈다.
"2부"는 서구적인 발전 때문에 갈등하고 신음하는 라다크인 들의 변화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1975년 인도 정부의 개방과 개발 결정으로 ‘전혀 다른 세상에 속한 사람들’이
몰려와 개발이 시작됐다. 그리고 라다크 사람들은 갑자기 ‘가난해졌다’.
개발과 개방은 사람들로 하여금 서구적 기술 문명을 일부 이용하게 해주었지만
또한 저자가 그토록 설명하기 힘들었던 불행과 스트레스가 무엇인지를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예전에 “먹을 것도 마실 것도 넉넉하다”고 말했던 사람들이
이제 “우리는 가난해요. 우리는 개발을 해야 돼요”라고 말하며
우리 나라의 60, 70년대 새마을운동처럼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친환경적인
전통 생활방식을 너무 급속히 파괴해 버려 스스로를 파멸로 몰아가며
라다크는 급속히 서구화된다.
저자는 물이나 공기가 오염되는 과정과 사람들이 오염되는 과정,
다시 말해 자연에 대한 파괴와 사회에 대한 파괴가 함께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환금 작물만을 재배하느라 땅이 생태적 다양성을 잃어 갈 때,
사람들도 문화적 다양성을 잃어 간다.
청동항아리가 분홍색 플라스틱 양동이로 바뀌고， 야크털 신발이 버려지고
값싼 현대적 신발이 환영받고, 자신의 뜰에서 키운 감자를 먹는 것보다
지구 저편에서 키워 가루로 만들고 얼리고 말려서 만든 포테이토 과자를
사서 먹어야 하다니…．
문명이란 관점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모습으로 그려 질 수 있음을 보여 준다.
현대 경제는 시간을 팔고 사는 상품으로 바꾸어 놓았고, 갑자기 시간은
물량화 되고 잘디잔 조각으로 나누어 졌다.
시간은 값비싼 물건이 되었고, 사람들은 새로운 "시간을 절약하는" 기술을
갖게 됨에 따라 삶의 속도는 더 빨라 졌을 뿐이고 서로를 위하거나 자신들을
위한 시간이 적어 졌다고 적고 있다.
이 문제는 지금 우리의 문제와도 거의 똑 같지 않은가?
항상 바쁘며 시간이 없는 그래서 아이들과 놀아 줄 수도 없는 우리들은
아이들에게 사랑을 줄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다는 걸 모르고 살아가고 있다.
개발은 불만과 탐욕을 자극한다． 아니，탐욕의 ‘확대 재생산’이 변화의 훨씬
더 본질적인 부분인지 모른다．
８１년 라다크 개발관은 이런 말을 했다．“라다크를 개발하려면 우리는
이 사람들이 더 탐욕스러워지도록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그들을 움직일 수 없다 …．
물질자본주의?
“우리는 가난해요. 우리는 개발을 해야 돼요”
예전엔 본 적도 없는 침대 정리법이나 신호등 건너기 등에 대해 배워야 했다.
새로운 기술 때문에 부자와 가난한 이들 사이의 간격이 커졌다．
"3부"에서 저자는 자신의 의견과 서구적 현대화에 대한 라다크식의
한 "대안"을 제시합니다. 그것은 동시에 사회적, 생태적 재앙에 직면한
우리 모두의 장래에 구체적인 희망의 가능성 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할아버지의 세대에서는 많지는 않았지만 조그마한 밭, 논 몇 마지기로도
위로 부모님 모시고 공경하며 자식을 일곱이나 낳고도 오래 잘 사셨고,
우리 아버지 세대는 전부 도시로 나와 노르베리-호지가 말한 대로 서구식의
교육을 획일적으로 받으며 도시 빈민층(서민층 또는 중산층이라는 허울 속에)
이 되었어도 자식 셋의 공부는 시켜 시집 장가 보냈고,
지금 우리의 세대는 자식 둘 공부 시킨다는 명목으로 부모에게 한 번
찾아가지도 못하는 오로지 돈 많이 벌고, 경쟁사회에서 남에게 뒤쳐지지
않고 남을 밟고 일어서야 된다고 자식들에게 가르치고, 아침에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뜨며 대충 옷 걸치고 저녁에 먹은 술이 채 깨지도 않은 체
출근하는 것이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누구도 바라지 않는 삶을 왜 자식에게까지 물려주려고 하는가.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사람이라면 그게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바로 개발 이전의 우리네 삶의 모습이 아닌가.
개발의 비바람을 맞고 있는 라다크도 바로 70년대 80년대의 우리 모습과 틀린 게
뭐가 있단 말인가?
나중에 나의 자식들은 둘이 벌어서 자식 하나도 건사하지 못해서 부모를
한 번 이라도 찾아 줄 것 같은가?
" 서구의 교육체계는, 온 세계의 사람들에게 그들 자신의 환경에서 나오는
자원을 무시하고 똑같은 자원을 사용하도록 가르침으로써 우리 모두를 더
빈곤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식으로 교육은 인공적인 결핍을 만들어내고
경쟁을 유발한다. - p.126"
" 교육이 사람들을 농업에서 끌어내어 도시로 부르고, 그곳에서 사람들은
현금경제에 의존하게 된다. 전통적인 라다크에서 실업이라는 것이 없었다.
그러나 현대적 부문에서 지금, 주로 정부에 있는 아주 제한된 일자리를 위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 결과로 실업은 이미 심각한 문제이다. -p.128"
저자는 묻는다． 미래로 가는 길은 하나뿐인가？ 과거는 항시 나빴던가？
새로운 기술은 변덕스러운 날씨보다도 더 자연스러운 것인가？
그 곳이 어디든 우리는 과학적 발명이 이끄는 곳으로 따라가야만 하는가？
개발은 대기와 바다를 오염시키고 숲과 다양한 생물과 문화를 죽이고 있다．
파괴의 규모와 속도가 이렇게 컸던 적은 없었다．
우리가 처한 상황은 유례가 없는 것이다．
‘시간은 더 이상 우리편이 아니다…．’
우리가 얼마나 덕을 보는가를 깨닫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포기하고 더 적은 것으로
견뎌야 한다는 데 강조점이 주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끝없는 경제 성장과 물질적인 번영이 정신적/사회적 빈곤, 심리적 불안정
그리고 문화적 생명력의 상실을 대가로 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다.
또 라다크의 아이들은 할머니의 삶의 지혜가 담긴 구수한 얘기 대신 라다크에 발을
들여놓은 일도 없고 １만２천피트 고도에서 보리를 키우는 일이나 햇볕에 말린 벽돌로
집을 짓는 일에 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쓴 책으로 공부를 한다．
이게 근대화고 발전이고 진보라는 것인가！
우리는 무엇인가를 추구하면서 산다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그래서 한 번씩 우리는 과연 내가 무엇을 추구하면서 사는가 하고 반문해보기도
하고, 그리고 그 추구하는 가치로서 평가의 잣대를 만들고 그래서 밤을 새우며
논쟁을 하기도 한다.
저 역시 한 번씩은 추구하고 싶은 그 무엇을 추구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또 한 번씩은 그 추구하는 바가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해 회의를 느끼기도
한다. 이게 아니면 아니다는 나 혼자의 집착을 되돌아보면서 말입니다.
무엇을 추구한다는 것과 무엇을 위한 삶은 분명 다른 어감을 부여합니다.
무엇을 추구한다는 것이 무엇을 위한 삶으로 규정되어져서는 곤란할 것 같습니다.
삶은 그 무엇의 도구일 수 없습니다. 삶은 그 자체로서 소중한 가치뭉치입니다.
사랑도 명예도 돈도, 당신이 아주 소중히 여기는 그 무엇일지라도, 그것들은 오직
삶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인 것이지, 그것이 삶의 전부일 수는 없습니다.
그것이 삶의 전부라고 생각할 때, 이미 삶은 그 자체의 의미를 상실하고 수단으로
전락하고 마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 모든 소중한 가치들에 대해 그것을 삶의 부
분으로서 차등적인 가치부여 를 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결코 그것을 우리들 삶의 목적으로 만들어 자신의 삶을 한정시켜나가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 어떤 하나에 목을 매다는 사람들이 그 하나로 인하여 고통받는 모습을 우리는
자주 목격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보다 많은 가치들을 발견해내고 또 그것들로 우리의
삶을 보다 풍부하게 만들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할 때 우리는 그 하나하나의 가치에 대해서 보다 깊은 의미를 부여하게
될 것입니다.
시간을 절약하는 기술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우리의 삶은 더욱 더 팍팍해 지며
시간에 더 쫒기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이 책에서 가르쳐 주고 있다.
이제는 개발이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굳어져 가고 있는 이 시점에 오래된 미래에서
온 사람들의 살아 왔었던 그 방식은 23세기의 사람들의 교과서에 실릴지도 모르겠다.
2006. 9. 22
이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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