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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똑똑이님 글 읽고 뭐 엎혀갈거 없나 싶어서 실록 검색을 해보니, 명나라와 누루하치의 싸움에서 우리 나라가 피해를 입을까 전전긍긍하던 불쌍한 광혜오빠의 사정이 피부에 와닿는 항목이 있더라.
조선왕조실록 광해군 14년 5월3일 기록 중에, ‘사세에 어긋난 군사 출동 대신 마총(사신)이 주문가져갈 때 예물을 주어 명에 우의를 표하도록 전교’라는 제목의 기록인데, 그 내용은
누루하치가 한창 힘을 키워가고 명나라에서는 조선보고 니들도 양식 내라, 군대도 좀 내라... (예나 지금이나 똑같네)하믄서 외교부 잉간들을 계속 보내고 있었지.
광해군은 평소에 ‘적들에게 성의있게 대해 주는 것으로 계책을 삼고 대국을 정성으로 섬기도록 하라.’는 것이 기본이었거던. 여기서 그 적들이 누루하치를 말하는 것이고(노추(奴酋)라고 낮춰불렀었지), 대국이 명나라야.
근데 신하덜이 한심들하더라고 대책이 무대책이었나봐.
광혜오빠 하도 짜증나니까 ‘‘국가의 위망(危亡)에 관계되는 일이니 죽기를 각오하고 있는 힘을 다해 쟁론해야지, 어찌 한갓 감군(명 사신)을 두려워해서 입도 열지 못하는가.’이러니까 그재서야 비변사 넘들
‘그래도 충의가 있지 우리가 어케 형님나라의 명을 어겨요. 게다가 황제께서 은까지 하사하셨쟈나요?’ 이러고 자빠졌더라.
(중국이 반이(叛夷)로 인해 곤경에 처해 번거로운 말이 날로 일어나고 의심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황제께서 칙서를 특별히 내려 주고 거기에 은까지 하사하셨는데, 〈 지난번의 첩정을 보아도 이와 같은〉 황제의 돌보심은 드문 일이었습니다.
듣자니, 감군은 안주(安州)로 돌아왔고 마총(馬驄)으로 하여금 주문을 가지고 가도록 먼저 보냈다고 합니다. 만약 칙서의 뜻을 받들어 따르겠다고 찬양하는 것으로 말한다면 우리 성상의 뛰어난 충의(忠義)가 천하에 떠들썩하게 소문나겠지만,
만일 혹시라도 칙서의 뜻을 따르지 않고 물러나 핑계대는 것으로 말한다면 우리 국가가 2백 년 동안 충순(忠順)으로 섬긴 정성을 드러내 밝히지 못할까 염려됩니다.
산해관(山海關) 밖이 비록 이미 다 함락되었지만 번국이 중국을 섬기는 것은 성패(成敗)에 따라 달라질 수는 없습니다.)
저런애들 데리고 왕노릇하는거 참으로 깝깝했겠더라. 울 불쌍한 광해 오빠 다음같이 말하더라.
“ 경들의 뜻을 내가 아직 이해하지 못하겠다.
이번에 은(銀)을 하사해 주신 황은(皇恩)이 비록 크기는 하나, 스스로 생각해 보건대 우리 나라는 조금도 은혜를 갚은 공로가 없는데 이렇게 계속해서 하사해 주니, 매우 부끄럽고 두렵다. 경사스런 일이 도리어 걱정이 되니, 어찌 마음에 편안하겠는가.
그러나. 군대를 일으키는 일에 있어서는 비록 적게 일으킨다고 하더라도 저들의 원망을 돋구고 화를 불러들이기는 마찬가지다. 적기(賊騎)가 쳐들어 오게 되면 종사의 위태로움과 백성들이 어육(魚肉)이 되는 것은 필시 임진년보다 심할 것이다.
그런데 경들은 매양 군사를 조금 출동하면 화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니, 나의 견해와 같지 않다.
대개 지금 산해관 밖의 지역이 이미 오랑캐의 손아귀에 들어갔으니, 비록 백만의 정예병을 일으키더라도 어떻게 할 수 없을 것이다. 경들은 어째서 명백하게 말해 깨우쳐 주지 않는가. 경들을 위해 애석하게 여긴다. 마총이 주문(奏文)을 가지고 갈 때에는 예물을 넉넉히 주고 정성껏 대우하여 우의를 돈독하게 하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더욱 잘 살펴 하도록 하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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