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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호
중국 여행 다년 온 사람들이 흔히들 사오는 선물이 차 또는 다기들이쟈너. 근데 다른 곳에는 없는 아주 독특하고 작은 다기세트를 본적이 있을거야. 이런걸 자사호라고 하거든.
자사(紫砂)는 중국 강소성 의흥(宜興)의 특산품인데, 의흥에서 나는 특이한 돌을 오래 풍화시켜서 걸러내고 난리부르스... 찰흙처럼 맹글어서 그릇을 구워내는거야. 송대에 세상에 알려져서 명대 이후 유행했어. 의흥이란 곳이 태호(太湖) 서쪽에 있는 곳인데, 남북을 잇는 대운하 옆이라서 교통도 사통팔달이지 그래서 강남문화의 중심지였던 양주 ․ 항주 ․ 소주에서 가깝거던.
자사는 유약발라 굽는 자기가 아니라 기냥 도기야(우리나라 옹기 생각하믄 되) 그래서 화려하진 않지만 소박한 매력이 있고, 이걸 문인들이 좋아하게 된거지.
명 태조 주원장이 당시 유행하던 용봉단차(龍鳳團茶 - 떡차)를 금지하고, 찻잎을 원형대로 제다해서 먹으라고 아예 법으로 정했거든. 그래서 그전까지 유행하던 떡차를 가루내서 사발에 담고 거품내는 방식(일본 말차같은)이 사라지고, 지금처럼 차를 뜨거운물에 우려마시게 된거야.
 
(차 한잔씩 하고 가자. 보이차와 쪼꼬렛. 녹차와 송화다식)
그래서 그릇들도 일제히 바뀌거든. 찻사발의 시대는 종료하고, 찻주전자랑 작은 찻잔의 시대로 진입한거지. 그래서 찻주전자 중에 소박한 매력이 있고, 열전도율이 낮아서 덜 뜨겁고, 보온력도 있는 자사호가 뜨게 된거야.
정치적인 사안으로 문화가 확 바뀔 수 있는 좋은 사례야. 그 전시대의 용봉단차같은거 맹글려면 엄청난 차농들의 고통이 따르고, 그거 하나 맹글려면 엄청난 분량의 찻잎이 필요했거던. 당근 귀족들의 사치품으로 들썩들썩하게 되지. 나라를 첨 세울때는 일단 뭔가 보여줘야 하니까 주원장이 머리쓴거지.
뭐든 오따꾸들이 발전시킨다고 차 한잔 마시는데도 오덕들이 생기게 마련이고 이런 까칠이들이 찻주전자 하나도 예술적으로 맹글어야한다고 생각하게 마련이거던. 그러다보니 이게 돈도되고 그래서 도예가들이 의흥으로 몰려들게 되었나봐.
하여간 최초의 자사호는 명대 공춘(供春)이라는 사람 작품이고(아래 사진), 이어 유명
작가들이 줄줄이 나오게 되지.
누루하치가 패권을 잡으니까 한족들이 삐져서 내려오는 넘, 짤려서 내려오는 넘, 부지기수로 남하하게 되는데 이들이 워낙 폼생폼사다 보니 찻주전자에 글씨와 그림을 넣게 되지, 주로 문인취향의 사군자나 소나무 등. 또 찻주전자 바닥에 낙관을 찍기 시작해.
 
이에 뒤질세라 만주족 왕실도 점점 폼을 잡게 되다보니 자사호가 궁궐로 헌상되게 되지. 건륭황제는 “하루라도 차없이 못산다”는 애호가였거던. 지가 직접지은 시구를 자사호에 넣어서 맹글기도 했어.
 (청대그림 속의 자사호. 보이지? 그게 요옆거야)
하여간, 지금도 의흥에 엄청난 작가들이 모여있고, 국가에서 등급을 메겨주거던. 거기에 따라 작품가격이 결정되지.우리가 살 수 있는 수준의 작품들은 거의가 새끼작가들 꺼고. 이야기 길어지믄 지루할테니 나중에 다시 올려보께.
사진이 얼마나 올라갈라나 모르겠네. 하여간 이쁜거 올려보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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