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지가(龜旨歌)’를 모르는 한국인은 드물 것이다. 가락국의 건국 설화를 배경으로 하는 원시 시가인데 간단명료한 지시적 언어로 이루어진 노래이다.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어라. 내놓지 않으면 구워 먹는다~’
좋은 문학이란 어떤것일까? 또 좋은 문학의 기능이란 무엇일까? 유사이래,다양한 석학들이 문학의 본질과 그 기능에 대해 논해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카타르시스’라는 용어로 문학의 ‘미적 쾌감’을, 임마누엘 칸트는 문학과 예술의 ‘무목적성’, 이른바 ‘예술을 위한 예술’을 주창하며 문학의 직접적 목적과 존재 의의는 ‘순수한 쾌락’에 있다고 갈파했다.
뭐, 반대로 교훈을 주는 도구로서의 문학을 주장하던 이도 많다. 공적이기(公的 利器)로서의 존재로 문학의 성격을 제한하려던 이런 주장들은 문학을 인간에게 진실과 교훈을 가르치기 위한-도구로 강제했으며 서양에는 프랑스의 귀요 같은 인물이, 동양에는 음, 뭐 정조대왕 같은 분이 대표적인 이 이론의 신봉자라고 하겠다.
정조대왕의 경우 당시의 시(詩)와 소설(小說)이 음란함과 쾌락을 추구하는 폐단이 있고 언어가 난삽하므로 사(詞)나 부(賦)를 권장하였으며 패관잡서(稗官雜書)를의 유통을 금지하고 고문(古文)을 강요하는, 이른바 문체반정(文體反正)을 주도해서 박지원으로 대표되던 자유분방하고 솔직한 문학적 움직임을 그야말로 뒤엎어 버렸다.
정조는 김조순 등 패관체의 신진들을 협박, 회유하여 고문체(古文體)로 문장을 지어 바치게 하였고 이후 이들을 중용하였으나. 이른바 ‘패관체의 괴수’로 지목되었던 연암 박지원의 항복을 받아 내는데는 실패했다.
‘문학에 대한 신념을 바꾸면 내 너를 중용하겠다’는 회유와 협박에도 불구하고 연암은 때론 능글맞게 때론 비장하게 이를 거부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희대의 천재이자 백과사전적 지식인 연암은 한낱 시정에 떠도는 야인으로 전락했고 주류에서 떨려났으며 이후 조선 말기의 문학은 저열한 수준으로 전락한다.
정조는 문학을 ‘옛 선인의 바른 말씀을 듣고 밝음을 만드는’ 도구로 인식했는데 이는 문학의 교훈적 입장을 강조한 서양의 이론가들과 놀랍도록 흡사한 자세였다. 그런데, 이러한 입장은 특정 이데올로기와 만나 일종의 도그마가 되어 버리는 폐단이 생기는데 이른바 ‘카프(KAPF)’문학 운동이나 박정희 정권을 위시한 군부 독재 세력의 ‘새마을 문학'’ 내지 ‘유신 문학’과 가요 테입마다 레테르처럼 엉겨있던 이른바 ‘건전가요’가 그 증명이 되겠다.
(그래서 박정희주의자들이 그렇게 기를 쓰고 개혁 군주 정조의 이미지를 박정희에게 덧씌우려고 지롤을 하는지도 모른다. 봐라 ~존경하는 정조도 ‘건전가요’ 강조하시고 ‘사전 검열’하셨다아~)
자, 말이 제주도로 안가고 삼천포로 빠졌는데 제자리를 잡겠다. 각설하고.
거기에 털 난 이래 구지가만한 문학 작품 본 기억이 없다. (거기란 겨드랑이를 말한다) 구지가. 이거 짧고 굵다. 진짜다. (문여리 아자씨가 조센닙뽀나 중앙닐보, 똥아일봐? 따위에 쎄우는 이른바 ‘시론’. 길기만 하고 얇드라. 고로 ‘탁치면 뻐억’하고 뽀사진다) 좋은 문학이란 독자에게 개입의 여지를 많이 주는 것이다.
자, 구지가 다시 읽어보자.
‘거북아 거북아이 대굴빡 내놔라카이 안 내놓으면 직이삔다~’ (가락국 표준어다)
해석해보자. 우선 면상을 좀 보잰다. 어떻게 생겨 쳐먹었는지, 낯짝을 좀 보자고 요구한다. 근데, 거북이가 당췌 말을 들어먹지 않는다. 그러자 넌지시 협박을 일삼는다. (씨바 멋찌다)
거북이를 본 일이 있는가? (힙합하는 애들 말고^^;) 거북이를 거북이답게 만드는 본질은 무엇일까? 견고한 껍질 속에 정체를 숨길 능력이 있다는 게 본질 중 하나일 것이다. 빙고~그렇다.
놀랍게도 이 땅의 민중들은 그걸 이미 기천년 전에 걍 갈파해버렸다. 그래서 뭔 짓인가를 한 거북이(나쁜넘!)를 보고 ‘얌마 숨지 말고 나와라, 그 속에 짱박히면 누가 속을 줄 알고? 존말 할때 나와라잉’ 하고 대화를 시도하신 거다!
거북이가 달리 거북인가? 틀어박히니 거북이지? 말 들어 쳐먹지 않으니 구워먹는 수밖에.
문학적 상상력으로 변이를 시도하자.
우리 사회의 이른바 구주류들. 기실 별볼일 없는 얄팍함과 가벼움들이 권위와 기성의 껍질 속에 움츠린 채로 정체를 숨기고 역사의 흐름을 넘기고 왜곡하려는 행태에서 껍데기 속에 꽉 틀어박힌 구지가의 그 거북이와의 공통점을 볼 수 있다면 어떨까?
이제 늬들 얼굴 좀 보자는데, ‘원로’라는 이름으로 ‘정통’이라는 변명으로 ‘주류’라는 거짓으로 도도한 역사의 흐름과 호호탕탕한 대중의 분노를 거부하는 이 시대의 거북이들에게 저 상고 시대의 간단명료한 구지가의 목소리를 들려주면 어떨까?
다른 해석도 가능할 것이다. 거북이 머리. 귀두(龜頭). 지나치게 적나라한 낱말인가? 그 거북이 머리를 구시대적 남근주의, 왜곡된 남성 우월주의나 성적 업악의 구조위에 굳건히 발기한 성폭력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밀양 사태의 경우처럼 썩어 문드러질 남근 신봉의 잔재가 여전히 굳건한 믿지 못할 현실에 분노한 절대 다수의 네티즌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눈물을 흘리며 분노하는 모습이 구지가를 부르던 가락국의 민중들과 겹친다면, 잘못을 저지르고도 ‘내 자식은,우리 동네는, 오죽하면 남자애들이, 먼저 꼬리를 쳤으니 당했지, 가시네가 행실이, 드럽게 못 생겼대, 당해도 싸다, 밀양 망신이다’라는 견고한 언어의 껍질 속으로 숨어버린 21세기 대한민국 밀양의 귀두들 꼬락서니에서 구지가의 거북이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좋은 문학은 한 시대를 풍미한다. 그리고 탁월한 문학은 여러 시대를 아우른다. 그러나 진짜 문학은 걍 시대를 꿰뚫어 버린다!
껍질 속에 정체를 감춘 거북이를 향해 은근하게 협박을 해대신 위대하신 조상들을 둔 한국인들에게 구지가는 어떤 현대적 의미를 가지는가? 민주주의에 관한 어떤 거창한 이론서가 구지가 보다 명확할까?
저 서구 어떤 이론가들의 장광설인들 거북이의 본질을 꿰뚫고 다수의 힘으로 껍질을 바수어 버리려던 가락국 민중의 노래보다 더 본질적일 수 있을까? 마그나카르타며 프랑스 혁명이며 미국의 독립 선언문 어디가 구지가의 노래 가락보다 찬란하단 말인가?
인간을 억압하는 구악과 못된 권위를 뒤엎고 태우는 게 혁명이고 민주주의라면 보라, 우리는 가락국의 시대에 이미 그러했도다.
21세기 초입에 대한민국이란 울 안에서 부대끼며 사는 군상들 앞에 버티고 선 거북이는 무엇일까? 가락국의 그들처럼 우리는 과연 대한민국 거북이들의 본질을 보는가? 머리를 내놓으라고 당당히 요구를 하는가? 안 내놓으면 확 불 싸지르겠다는 과감함은 있는가.
백주 대낮 고속도로 위에 느려터진 거북이들이, 건강한 엔진 소음을 내는 민중들의 흐름을 노골적으로 막아선 꼬락서니를 보고 있자니 견딜 수 없어서 술을 쳐먹은 문학 전공의 어떤 이가 고삐리 때 외웠던 구지가를 읊어본다.
스스로 묻노니 나는 거북이일까, 깜찍한 가락국 민중일까?
스스로 답하려니 거북이라면 고분고분하게 머리를 내놓겠다. 나 구워 먹히고 싶진 않다.^^; 가락국 민중이라면 더 우렁차게 구지가를 부르겠다. 거북이 따위가 내 말 씹는 거 나 못 참는다. 확 구워 먹고 껍데기 부숴 버릴란다.
뱀발 하나〕 여기 피시방인데 담배들 좀 작작들 피시라. 꽃돼지 잡겠다^^;
뱀발 둘〕 고딩 때 구지가 가르치면서 ‘어떤 느낌이야?’라고 물어 놓고 좀 거창하게 ‘기성의 권위에 저항하는 솔직한 대중의 힘이 느껴집니다’라고 답했더니 씨익 비웃으면서 ‘정답은 영신군가(迎神君歌)이다. 노동요(勞動謠)이기도 하고. 알았어?’하며 개쪽 주시던 국어 교사 아저씨가 있었더랬다.
이제 제가 정답을 가르쳐드리겠다. 문학에 ‘정답’이 없다. 걍 ‘정답’게 읽고 ‘정답’게 토론하고 ‘정답’게 인정하는 게 ‘정답’이다.
뱀발 셋〕 구지가를 계승하는 우리 시대의 노래는 무엇일까 대략 삼초 간 고뇌하던 두뇌를 때린 목소리가 있었다. ‘안 나오면 쳐들어간다~ 쿵짜작 쿵짝’ 이것이었다.
그렇다! 늬들~존 말할 때 나와라! 안 나오면 쳐들어간다~~쿵짜작 쿠웅짜악~진짜다. 안 나오면 쳐들어간다~ 조심들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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