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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근대 학자 양계초는 ‘동양의 학문에는 그 근본에 정신이 있고, 서양의 학문에는 그 근본에 물질이 있다’그랬는데,
요기에 딱 들어맞는 넘이 있어으니 바로 로버트 포천이라는 작자여.
이 색히는 영국이 아편전쟁에서 이기고 동양에서 쌩양아치 짓을 다 할 때, 중국에 와서 온갖 기화요초를 가져가서 유럽 원예계의 총애를 한몸에 받고 유명해진 양아치 식물학자였어.
사실 이넘이 옐로장미나 작약, 국화, 진달래, 야자수, 금귤나무 같은 초인기 상품을 모조리 가져갔는데, 아직까지도 학명을 찾아보믄 이넘의 이름을 달고 있는 식물이 많아(식물의 학명에는 발견자 (사실은 학계보고자)의 이름을 덧붙이거든).
(아 갑자기 혈압오르네, 우리 식민지였을 때 일본 식물학자 중 한 넘이 한반도 식물조사를 싸그리 했었거든. 글고 지이름 달아서 줄줄이 학명을 붙였지. 지금 울나라 식물에 이색히 이름 달린거 무쟈게 많어. 허긴 이넘 뿐이여, 나중에 미국넘까지 와서 왜 그 유명한 '미스킴 라일락' 그거 북한산에서 캐간 정향나무거든. 그걸로 엄청 부자되었다더라.)
악마집단 영국동인도회사는 중국차무역으로 한몫 단디 잡고 있었는데, 중국인은 아편 중독, 영국인은 홍차중독. 요것이 당시 상황이었으니, 양쪽으로 돈을 쓸어간거지. 그래도 인간의 탐욕은 원래 끝이 없는거쟈너. 그래서 머리를 굴렸어. ‘왜 우리가 중국넘들한테 저렇게 많은 차를 사야하지? 우린 식민지도 많은데. 저 차 우리가 심어도 되쟈너’
근데, 중국넘들도 만만치않았지, 차종자 뿐아니라 재배법 제조법 이런 걸 철저하게 비밀유지했거든. 그래서 동인도회사가 저 쌩양치 로버트 포천을 꼬셨어. 뭐 협상하는데 크게 힘도 안들었어. 포천 저넘은 무슨일이든 다하는 넘이었으니까. 그래서 최초의 고용된 산업스파이가 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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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색히가 중국의 온갖 유명 차산지를 다 돌아다녔어. 3년이나. 물론 변장을 했지. 당시 개항한 조계지 외에는 내륙으로 돌아다닐 수 없었거든. 이넘은 중국 서북부(거긴 백인과 유사한 종족이 살자나) 에서 온 관리라고 속이고, 전용 자가용인 가마를 타고 댕겼어. 근데, 진짜 잼나는게, 이넘이 쓴 책에 보믄 머리 밀어버릴 때가 지 생애에서 가장 고통스러웠데, 글쎄 경험없는 이발사가 비누칠도 안하구 머리를 아조 벗겨버린거지. 그때 엄청 울부짖었다고 했는데,
이 색히가 얼마나 독종이냐하면, 맨 첨 동방으로 여행했을 때 별의별 죽을 고생을 다 했었다는 거야. 그 중에 한가지 소개하믄, 이 넘이 배타고 가다가 말라리아에 걸려서 거의 죽어가고 있었는데, 그 때 해적선이 나타난거야. 선원들은 모두 선실 속에 숨어서 발발떨고 있는데, 널부러졌던 이넘이 권총을 들고 올라가서리 해적선이 가까이 오니까 키잡이를 정확하게 맞춰서 죽였다는 거야. 해적들이 놀래서 도망갔지. 그리고 이넘은 다시 쓰러졌데. 그밖에도 태풍만나고 강도만나고 온갖 풍상을 다 격어도 안 울던 넘이 머리깍을 때 미친 듯이 울부짖었다더라.
하여간 이넘은 차 종자랑 나무에 대해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차산지의 토양, 차의 재배에서 제조까지 철저히 기록했어. 그리고 농장에서 항구까지 실어나르는데 어떤 방식을 사용하는지, 등등.
1851년 홍콩에서 캘커타로 네 척의 범선이 출발했는데, 여기에 이넘이 모은 이천개의 차묘목, 만칠천개의 발아한 종자, 그리고 숙련된 차 일꾼들까지 싣고 갔어. 뭐 결과적으로 그것들이 인도에서 힘을 쓰진 못했지.
인도 아쌤지역에서 자연산 차나무가 발견되고 말았으니. (그때 중국에서 간 차 일꾼들이 나중에 천년의 경험으로 이어진 기술들을 싸그리 전수했지만). 하여간 동인도회사의 산업스파이 노릇을 완벽하게 수행한거지.
이넘은 당시 식민지개척자들이 다 그렇듯이 양심의 가책 따위는 없었어. 식민지 경영으로 흥청망청하던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넘들은 식민지 수탈은 신이 지들에게 부여한 권리라고 생각했으니.
이넘은 나중에 런던에서 지가쓴 책 인세 받아 처묵으면서 동양에서 훔쳐온 골동품 팔아 묵고 살다 디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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