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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생각의 섬(Denk-eiland)>라는 제목의 전시.  대단한 ‘머리’들이 다림판 위에 놓여있지. 에블린 판 다윌(Eveline van Duyl)이라는 네덜란드 조각가의 작품인데, 누군지 함 맞춰들 보시라. 모두 서양 철학자들.
◀ 데카르트,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 볼테르, “모든 사람은 코 하나와 다섯 손가락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러나 누구도 신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았다. 유감이거나 아니거나, 어쨌든 인간은 그렇게 생겨먹었다.” 철학자들 머리 옆에 따로 그 사람들이 한 말이 적혀있고, 그것도 전시의 주요 부분을 이루는 건데, 다 챙겨보질 않아서,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음. 
▲ 루소 
▲ 에라스무스
▲ 칸트 
◀ 몽테뉴 “같은 주제에 대해 두 사람은 같은 생각을 가진 적이 절대
없다.”
▶ 쇼펜하우어 “실제 여자 없이 살 수 없는 남자는 산부인과 의사뿐이다.” 
◀ 소크라테스 “나는 한 가지는 안다. 그것은 내가 모른다는 것이다.”
▶ 니체
◀ 사르트르 “지옥, 그것은 타인이다”
▶ 하이데거, “언어는 존재의 집이며 인간본질의 거처다.” (이렇게 보니 하이데거가 히틀러랑 좀 닮았네. 일부러 닮게 만들었나??) 
◀ 한나 아렌트
"Action without a name, a ‘who’
attached to it, is meaningless, whereas an art work retains its relevance
whether or not we know the master’s name."
이렇게 쓰여있었는데, 직역해서는 이해가 잘 안 되네. 한나 아렌트의 사상에 대해 아는 사람, 손들어 봐. 예술품은 그 작가의 이름과 상관없이 그 자체로
의미를 지니지만, 인간의 경우에는
특정 개인의 이름으로 행하지 않은 행동은 별 뜻이 없어진다. 예를 들어, 전쟁 같은 집단행위에서 ‘무명’으로 한 어떤 ‘행위’는 무의미해져버린다는 역설?
▶ 러셀, “설령 활짝 열린 과학의 창문들이, 처음에는 대대로 내려온 인간화한 신화들이라는 안락한 실내 온기에 적응되어 있던 우리를 덜덜 떨게 할지라도,
결국에는 신선한 공기가 우리에게 활력을 불어넣고 드넓은 세상이 우리 앞에 장엄함을 드러낼 것이다.” 
◀ 스피노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신 안에 있으며, 신 없이는 어떤 것도 존재할 수도 파악될 수도 없다"
▶ 비트겐슈타인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 헤겔, “합리적인 것은 현실적이며, 현실적인 것은 합리적이다.”
작가는 재료로도 철학자들을 표현했다고 하는데, 연관지어 보면 더 재밌다.
어떤 느낌이 오거든. 탑 안의 서재에 들어앉아 <에세>를 고치고 또 고쳐 썼던 몽테뉴가 저 짜집기로 표현된 건 딱이지...비트겐슈타인이 저런 짜집기였다면 전혀 안 어울리잖아? 비트겐슈타인은 단단한 나무인 거지.
아무튼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실패나 단추 같은 재료로 만들어진 머리와 그 옆에
쓰인 그들 사상의 핵심문구를 대어보니 재미났다.
작가 판 다윌(Van Duyl)의 설명을 조금 옮겨보면,
“나는 머리들을 가능한 붕 뜨게~만들고 싶었다. 무거운 사상으로 가득한 머리들이지만, 한편으로 그 사상은 그만한 무게를 지니지 않는다.
생각(idea)은 무게가 없다.”
“사상은 아주 가벼운 것이다. 사상은 존재한다. 그리고 다시 사라진다. 사실 접어서 치울 수 있는 다림판이나 마찬가지다.”
“이 지구상에 똑 같은 생각을 가진 두 사람은 결코 없었다는 몽테뉴의 말을 통해, 나는 인간의 다양성과 상대성에 한층 가치를 두게 된다. 더 놀라운 것은 그런 인간들이 나란히
함께 살고 있다는 것.”
※작가 홈페이지(http://evelinevanduyl.com/) 
▲ 비너스, (얀
메이파우트Jan Meefout, 1984) 
미술관 테라스는 이런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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