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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노마드, 아얀 히르시 알리 저. 아얀 히르시 알리(Ayaan Hirsi Ali)는 1969년 소말리아에서 태어나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 케냐, 이디오피아, 사우디 아라비아를 오가며
살았다. 무슬림이 되는 것을 당연히 여기며 자랐으나, 아버지가 그녀를
누군가와 강제 결혼시키려하자 가족과 공동체를 ‘배신’하고 홀홀단신 네덜란드로
간다.
난민 자격을 인정받았고, 대학에서 정치학을 공부했고,
국회의원이 되었다. 이 책에서 그녀는 자신의 성장과정과 현재까지의 삶을 돌아보고, 가족들의 삶을 하나하나 불러내 보여준다. 이슬람이 서구사회와 어떻게, 왜 부딪치는가를 말하기 위해서다. 이슬람의 ‘배신자’, '이단자'라는 딱지를 달고 그녀는 이슬람 사회의 문제를 까발린다. 문화적 상대성을 존중하느라 관용이 지나쳐서인가? 이슬람 교리 자체의 문제인가?
그녀가 반이슬람주의자인가? 이슬람 혐오주의자인가? 인종주의자인가?
잘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유럽사회에서 이 정도로 이슬람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흔치 않았다. 게다가 그녀는 자신이 이슬람의 한가운데에서 온 사람.
네덜란드에서 정치인으로서 아얀의 행보를 보면,
노동당에서 정치활동을 시작한 아얀은 네덜란드의 다문화 이민정책에 비판적이었다.
노동당은 타 문화에 대한 관용을 기본으로 하는 입장. 결국 우파 정당인 자민당으로
옮겼고, 자민당에서 국회의원이 된다.
2000년대 초반의 네덜란드 사회는
다문화 이민정책에 대해 문제제기되던 때.
이민자들이 사회에 통합되지 않고 그들만의 문화와 생활방식에
따라 살아가는 다문화 정책이 여러 사회문제를 낳는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다문화 정책의 재검토,
이민정책의 방향 전환이 모색되던 때였다.
아얀은 자민당에서 활발한 정치활동을 하며, 이슬람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사회에 과감하게 꺼내놓았고, 국회의원이 된 것이다. 아얀과 자민당은 서로 윈윈한 입장이랄까? 누가
누구를 이용했는지 모르겠지만. 
△ 테오 반 고흐, 화가 반 고흐의 동생 테오의 증손자
2004년 아얀은 영화감독 테오 반 고흐와 함께 《복종(Submission)》이라는 저예산 단편영화를 만들었다. 이슬람 여성 문제를 다뤘는데, 아얀이 각본을 쓰고 나레이션을 맡았다. 이슬람 사회는 즉각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해 11월에 테오 반 고흐는 자전거를 타고 가던
출근길에 암살 당했고, 시신 위에는 아얀을 위협하는 내용의 편지가 놓여있었다. 총알 여덟 발, 큰 칼로 난도 당했고 특히 목... 범인은 26살의 네덜란드, 모로코 이중국적자 무슬림.
어떤 생각을 갖고 있든, 표현할 수 있는 자유와
그에 대한 관용을 바탕으로 한 사회가 이 비극에 받은 충격의 파장은 엄청났다. 이슬람이든 반이슬람이든,
자기 신념대로 살며 공존하자는 게 다문화정책이었고, 그게 네덜란드 사회에 작동되고 있다고 믿었으나...
그 이후로 아마 정치인들이 자전거 대신 자동차를 타기 시작했을 거다.
아얀도 살해 협박을 받으며 극비보안 아래 살아가는 삶이 시작됐다.
이중국적과 다문화정책 논의가 활발해졌고 이런 분위기 속에 자민당을 중심으로 다문화 정책은
사회통합정책으로 전환되어 갔다.
2006년, 당시 이민국 장관은 자민당 사람이었는데, 누구보다 강경한 반이민정책을 주장하며 다문화정책 반대 입장이었다. 그 시기를 전후로 이민자에 대한 문턱이 높아지고, 사회통합 프로그램이 도입되었다.
그런데 이 이민국 장관은 생각보다 훨씬 강경 우파였다. 자당 의원인 아얀이 난민 자격을 받는 과정이 부적절했으며 그에 따라
1995년 취득한 네덜란드 국적도 취소되어야 한다고 들고 나온 것.
1992년의 소말리아는 내전에 따른 결과로 굶주림으로 뒤덮였다. 5천만명의 소말리아인들이 기아로 사망했다 한다. 2백만명의 소말리아인이 난민자가 되었고,
네덜란드도 그들이 도착한 곳 중 하나, 소말리아 출생인 23살의 아얀이 난민자 자격을 얻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아얀은 소말리아 내전과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 떠도는 삶을 살았지만, 그녀가 네덜란드로 망명한 직접적인 이유는 강압적인 이슬람 공동체에서의 탈출이었다. (영어를
말하는 아얀은 원래 영국으로 가려했는데, 어쩌다보니 네덜란드에 망명
신청) 얼굴도 모르는 낯선 이와 결혼을 해야 하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것이었는데, 난민 자격 신청 서류에는 소말리아의 내전때문이라고 적었다 한다. 게다가 이름, 생년월일,
출생국 같은 기초적인 기재 사항도 사실과 달랐다.
따지고 보면, 난민 자격 판정이 부적절했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아얀은 본명을 쓰지 않은 것은, 가족들에게 추적
당할까봐 두려워서였으며, 그 밖의 이유는 난민 자격을 받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인정했다.
그런데 아얀의 그런 사정은 공공연한 것이었다. 자민당 내부에서도 이미 알고 있던 일이었으며, 국회의원이 될 때에도 아얀은 그런 사실을 동료들에게 숨기지 않았다는 것.
당시 여론은 반반이었다. 아무리 관용적인 네덜란드 사람들이라 해도, 정치인의
‘거짓말’에 대해서는 불관용이다. 게다가 ‘서류’를 조작한 것이므로 더욱 더.
한편으로는 그녀가 처했던 상황과 그녀가 보여준 정치활동 등에서 오는 공감과 지지,
관용적 입장이 있었다.
특히 자민당과 정치적으로 반대쪽의 입장이며, 아얀의
다문화정책 비판과 날을 세웠던 좌파 정당의 입장이 인상적이었다. 그들은 아얀과 관용의 편에 서서 싸웠다.
이민국 장관은 정치적 공세를 강화했고, 이미 네덜란드
국적자였던 아얀을 국적 박탈해야 한다는 데까지 나아갔다. 그 국적 취득 과정에 흠결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주장.
그러면 결국 추방이다.
“네덜란드를 떠나겠습니다”라고 발표하던 아얀의 아무 감정도 없는 듯한 얼굴이 생각난다. 2006년 네덜란드를 떠나 미국으로
간 아얀은 미국 네오콘의 씽크탱크라고 하는 American Enterprise Institute에서 일한다.
이슬람 여성 문제, 이슬람의 극단화 문제 등을 다루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여전히 살해 위협을 받으며 보안 속에 산다. 지난해에 영국인 학자와 결혼했고, 아들을 낳았다는 뉴스를 보고 진심으로 축하했다.
내 마음 속에서지만.
책 내용을 소개하려했는데 저자 이야기만 쓰게 됐다. 그만큼 책 자체가 아얀 히르시 알리라는 한 인간을 담고 있다. 참으로 복잡한 한 인간. 그녀가 복잡한 것이
아니라 그녀를 둘러싼 이 세상이 그렇다.
아얀이 생명을 무릅쓰며 사회에 내놓는 이야기는 그다지 위험하거나
극단적인 내용이 아니다. 그런데도 그녀는 제한된 자유 속에 살아간다.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결국은 정치적 상황을 이용하거나 이용 당할 수 밖에 없다.
네덜란드의 자민당이, 미국의 보수단체가 그녀를 원했다.
지금보다는 느슨했던 네덜란드의 이민,난민정책의 수혜자라고 할 수도 있는 자신이 그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가 되었고 또 희생자가 된 셈이다.
당시 아얀이 ‘자발적 추방’을 선택하게 한 이민국 장관 페르동크는 더 강경화 되어, 결국 자민당 내부에서 갈등을 빚고
떨어져나왔다.(쫓겨났다)
소말리아와 아프리카의 이슬람 문화, 네덜란드에서
난민자들의 삶, 그리고 이슬람의 극단화 문제, 서구사회가 이를 다루는
태도와 논쟁 등을 접할 수 있는 책이다. 그 속에서 오로지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려는 한 인간이 겪어야 하는 고달픔,
그것을 견디는 강인함도 볼 수 있는 책.
아얀의 이슬람에 대한 태도는 ‘반이슬람’으로 분류된다. 그러니 그녀의 존재 자체가 하나의 화두다. 이슬람 극단화, 이슬람사회와 서구사회의 충돌로 빚는 문제의 원인은 이슬람 내부에도 있으나, 서구 사회도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특히 유럽과 미국을 비교하며, 왜 유럽에서는 부르카나 샤리아법을 그 사회의 법보다
위에 놓도록 방치하느냐는 이야기다. 왜 이슬람의 여성 할례나 복종과 폭력적 문화를 얘기하면 반이슬람이라고
치부하냐는 것이다.
물론 그녀는 자신이 문제의식을 강하게 느낀 지점에 천착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고 비판적으로
읽기를 권한다. 글 다 쓰고 혹시나 하고 찾아보니...한국에 번역출판이 안 돼있는 것 같기도 하고...(안 나오네욤) 저자의 다른 책 《이단자》도 같이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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