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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나이지리아 소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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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혼 날짜 : 2012-06-09 (토) 07:15 조회 : 5547 추천 : 7 비추천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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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원제: Things Fall Apart)
1958년에 발표된, 나이지리아의 작가 치누아 아체베의 소설이다.

1890년대, 니제르 강 하구의 우무오피아라는 부족 마을.
주인공 오콩코는 용맹한 '전사'로써 부족사회에서 지도층인 신분이다. 아내 여럿과 자녀들을 거느리고, 부족 안에서 최고 칭호를 받으려는 꿈과 명예로 살아가는 사람.

소설은 예이츠의 시 <재림(The Second Coming)>을 인용하며 시작한다.

돌고 돌아 더욱 넓은 동심원을 그려 나가
매는 주인의 말을 들을 수 없고,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고, 중심은 힘을 잃어,
그저 혼돈만이 세상에 풀어헤쳐진다.

Turning and turning in the widening gyre
The falcon cannot hear the falconer;
Things fall apart ; the center cannot hold ;
Mere anarchy is loosed upon the world.

소설의 제목을 가져온 이 시에서 '중심이 무너지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버리고 무정부 상태가 되어버리는 상황' 은 나이지리아의 전통사회가 영국 식민주의자들에 의해 무너져버리는 것을 암시한다.
대가의 작품들은 복합적인 주제를 가지고 있기 마련. 전통사회와 식민지라는 큰 축뿐만 아니라, 두 문화의 충돌, 전통신앙과 기독교의 충돌, 남성성과 여성성 등 여러 주제들이 겹쳐져 읽혔다.

아들처럼 아꼈던 이케메푸나를 자신의 손으로 죽이고 (용맹함을 증명하기 위해), 자식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것은 약하고 사내답지 못한 짓이라고 여기며, 아들놈은 '전사'가 되기에는 싹수가 틀려서 속을 썩이고, 그런 아들을 더 윽박지르며, 부족사회의 전통이 무너져가자 자신의 삶도 무너져가는 것 같이 느끼는 이 남자 오콩고. 그리 낯설지 않다. 한 손에는 기독교를, 다른 손에는 총칼을 들고 온 제국주의가 부족사회의 내재적 모순과 함께 모든 것을 무너져 버리게 만드는 상황 또한 마찬가지다.

그리 두껍지 않고, 문체도 명쾌해서 읽는 데 오래걸리진 않았지만, 간결한 이야기 전개에도 이것저것 참 많이 생각하게 한다.
'잘 살고 있는 우리 부족에 메뚜기처럼 밀어닥친('메뚜기'가 '식민주의자'를 암시하는 메타포로 사용된다.) 백인들이 모든 걸 망쳐버렸다.'는 게 주된 목소리인 것처럼 보이지만 또한 식민주의자들이 나이지리아의 전통문화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에 대한 비판이 더 눈에 들어온다.
'부족사회의 전통문화는 무조건 수호해야 하는 것이다'라는 흑백논리가 아니라, 새로운 문화와 충돌을 통해 발전해나갈 수 있는 가능성에도 눈길을 준다. 여러 신을 섬기는 토속신앙, 부족 내의 사회질서, 설화 등에서 보여주는 전통문화의 아름다움과 쌍둥이를 낳으면 숲에 갖다 버리는 것과 같은 야만성과 여성에 대한 억압도 함께 보여준다. 특히 부족사회에 침투해 들어오는 기독교 선교사의 말에 이끌리는 사람들은 부족사회에서 홀대받았던 사람들과 여성들이라는 점도 그렇다. 여성성과 남성성, 모성과 부성의 대조적인 모습도 흥미로웠고, 엄마와 딸이 주고 받는 구전 이야기들, 공동체 사회의 예절과 우정이 사무쳤다.

오콩고가 실수로 자기 부족 사람을 죽이고, 그 벌로 마을에서 쫓겨났을 때, 7년 동안 그를 품어준 곳은 외가마을이었다. 실의에 빠져 지내던 오콩고에게 외삼촌 우첸두는 '왜 어머니가 최고인가'라고 묻는다.

" 자식은 아버지에게 속하지만, 아버지가 아이를 때릴 때, 아이는 엄마를 찾는다. 남자는 삶이 순조로울 때는 아버지의 나라에 속하지만, 슬픔과 고통 속에서는 어머니의 땅에서 안식을 구한다. 어머니는 자식을 보호하기 위해 그 자리에 있다. " 는 것이 외삼촌의 답변이었다.
외삼촌은 다시 묻는다.
"자네는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사람이라 생각하는가? 평생 동안 추방당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아는가? 얌도 자식까지도 모든 것을 잃은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아는가? 난 한때 아내가 여섯이었지. 지금은 왼쪽과 오른쪽도 구별 못 하는 저 여자 아이밖에 남지 않았지. 내가 아이들을, 내 젊고 팔팔했던 시절에 낳은 아이들을 몇이나 땅에 묻었는지 아는가? 스물둘이야. 난 목을 매지 않고 아직도 살아 있네. 자네가 이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내 딸 아케우니는 쌍둥이를 몇이나 낳고 버렸는지 물어보게나. 여자들이 죽으면서 부르는 노래를 들은 적 있는가?

"누구에게 좋다는 것인가, 누구에게 좋다는 것인가?
좋은 사람은 어느 누구도 없다."

그런데, 소설은 (오콩코가 목을 매달아 자살하는 )것으로 끝난다.
모든 것은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가?

(쓰고 보니 스포일러 같아 감춤)

외부에서 온 메뚜기들에 의해, 유일신을 믿는 새로운 종교로 인해, 그 오랜 세월 구축되어 온, 한 사회의 문화가 무너진다. 예이츠의 싯귀처럼, 중심이 더 이상 지탱하지 못하면 결국 모든 것은 산산조각 나버리고 만다.
그리고 자기를 지탱해 온 평생의 가치관이 의미가 없어질 때 인간은 무너져내린다.

이 책을 읽고, 아프리카 작가의 작품을 더 읽어보고 싶다는 흥미를 갖게 되었는데, 특별히 아프리카에 관심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다. 내가 겪은 세계와는 많이 다르고, 마음 편치 않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데도, 공감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문학의 근사한 점일 것이다. 그러자 그 땅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알고 싶어졌다.

치누와 아체베(Chinua Achebe)는 1930년 나이지리아의 오기디라는 큰 마을에서 태어난 소설가, 시인, 비평가, 정치인, 교수이다.
이 마을은 나이지리아에서 선교 활동의 중심지였다고 한다.

▼ 소설의 배경이자 아체베의 고향인 이보 지역

전통적인 이보(Igbo, Ibo) 문화가 남아있는 오기디 마을에서 개신교 선교사 가정에서 태어난 아체베는 어려서부터 영어로 교육을 받았고 다문화적인 환경에서 자랐으며 이바단 대학을 졸업했다. 알버트라는 자신의 세례명을 거부하고 치누아Chinua라는 나이지리아 이름을 쓴다.

스물 일곱에 쓴 이 첫 소설이 그의 대표작이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자주 거론되지만, 죠셉 콘래드를 인종주의자로 비판한 글로 인해 아직 수상하지 못했다는 뒷얘기도 있다. 아프리카 문학을 식민지 언어인 영어로 쓰는 것에 대한 논쟁 때마다 영어로 쓰기를 고수하는 아체베가 거론된다.

1962년부터 영국의 출판사 하이네만에서는 아프리카 작가 시리즈(African Writers Series)를 펴냈는데, 아체베의 이 작품이 하이네만 시리즈의 첫 출판물이다. 아체베는 나이지리아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작가로, 케냐 작가 응구기 와 시옹오를 발굴하는 등, 하이네만 시리즈를 통해 아프리카 문학을 세계에 알리고 키우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글쓴이 :

밀혼 날짜 : 2012-06-09 (토) 07:15 조회 : 5547 추천 : 7 비추천 : 0

[1/5]

백일호

2012-06-09 (토) 07:52

'그런데, 소설은 ( ) 것으로 끝난다.'

이미 이 부분에서 상당부분 스포일러가 발생한게 아닐까요. ㅋㅋㅋㅋㅋㅋㅋ 게다가 난 이부분 복사하다가 본의아니게 내용까지 읽어버림.ㅠㅠ ㅋㅋㅋ

방학 때 시간되면 찾아서 읽어봐야겠음. ㅎㅎ

추천 1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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